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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게임사, "내부비판 직원은 승진 NO!?"

[월드리포트] 日 게임사, "내부비판 직원은 승진 NO!?"

최호원 기자 bestiger@sbs.co.kr

작성 2017.10.17 08:43 수정 2017.10.17 10: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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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인터넷에 올라와 큰 논란을 낳고 있는 사진(social game info 게재)입니다. 한 게임벤처회사의 프레젠테이션 발표 자료인데, 내용을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조직에 비판적인 인간에게는 간부 자리를 부여해선 안 된다.](중요)

"스킬이 있다고 해서 조직을 비판하는 사람을 위로 올리면 사람이 끼치는 영향력은 반드시 조직에 데미지를 준다."

하나의 썩은 사과가 사과상자 전체를 상하게 한다.

"아무리 성과를 내고 있더라도 조직에 데미지를 주는 사람에게 영향력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패배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만으로도 조직 전체의 성장을 방해한다."


위 내용을 발표한 게임회사 '딜라이트 워크스(Delight Works)'는 2014년 설립돼 '페이트/그랜드 오더(Fate/Grand Order)'라는 게임으로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요코하마에서 열린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개발자 컨퍼런스(CEDEC) 2017'에서 '우수한 엔지니어를 모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사에서 하는 방법~조직을 급속히 확장시키는 채용·육성·평가 가이드'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위 사진은 이 발표 내용의 한 부분입니다.
일본 딜라이트 워크스의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당장 일본 네티즌들은 "역시 일본 기업문화는 문제가 있다!" "비판을 막는 것은 북한 김정은이나 하는 짓이다!" 등 거센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발표 내용 전체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딜라이크 워크스 측의 발표에는 아래 내용도 함께 있었습니다.

[▶ social game info의 관련 일본어 기사 링크]

◆ 급하다고 실력 없는 사람을 마구 채용하지 말라. 무계획적인 채용은 죽음에 이를 뿐이다.
◆ 엔지니어링 매니저의 일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문제를 발견하는 일이다.
◆ 관리자는 현장 사람의 시선을 갖고 있더라도 말을 할 때는 조직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 주요 결정권을 과감히 주변 사람들에게 이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 열심히 했다거나 팀 내 위상이 높다는 정도의 이유로 인사평가를 하지 말라. 실제 성과를 냈고 당사자가 성장한 것이 분명했을 때 평가하라.


즉, 회사 측은 "제대로 된 개발자들을 '채용'해 우수한 간부사원으로 '육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분명한 '평가'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조직에 비판적인 사람에게는 간부 자리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얘기는 육성 부분을 설명할 때 나왔습니다. 취지가 어떠했든 간에 사진의 파장은 컸습니다. 당장 내부비판이 어려운 일본의 기업문화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마침 비슷한 시기 중국 전자기업 '화웨이'가 내부고발자를 승진시켰다는 기사가 올라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아래는 일본 언론이 소개한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9월 4일 글입니다.
중국 화웨이의 내부고발자 두 단계 승진 공지런 회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위 글의 제목은 '진실을 꿰뚫어 봐야 화웨이는 충실해진다'입니다. "우리는 직원이나 간부들이 진실을 말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진실은 조직의 관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거짓은 관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에 따라 회사는 직원 양산광 씨(사원번호:00379880)의 직위를 즉시 두 단계 올려 16A로 한다. 또 이후 승진이나 일반평가에서 영향이 없도록 한다. 스스로 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연구소에서의 일도 허락한다. 앞으로 에드워드 덴(무선 솔루션사업부 사장)의 보호 하에 두고 타격이나 보복을 받지 않도록 한다."

런 회장은 직원 '양산광' 씨가 고발한 내부 문제점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부고발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확실한 입장을 보여줬습니다.

한두 곳의 사례만으로 두 나라 기업문화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또 내부고발자와 불만 사원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업은 일단 그것이 내부의 비판이든 불만이든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판단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개인 직원이 공개적으로 비판 불만을 제기하는 일은 어느 나라에서나 쉽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2013년 일본 최고 시청률 42.2%(관동지역 기준)를 기록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를 아시는 분들 계실 텐데요. 조직의 부조리에 맞서는 대형은행 직원 '한자와 나오키'의 분투를 그리고 있죠. 출판사 '분슌분코(文春文庫)'가 지난달 드라마 원작의 4부 작품 '은빛 날개의 이카루스' 문고판를 발매하면서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단행본 2014년 발매)
내부 부조리 맞선 은행원을 다룬 소설 '은빛 날개의 이카루스'
["사내 부정을 발견했는데, 우리 부서 전체가 관련돼 있고 자신도 얽힐 것 같다. 어떻게 할 것인가?"]

- 사내 고충담당부서에 신고한다. 47.2%
- 상사를 설득해서 부정을 중단시킨다. 16.1%
- 사장 등 경영진에게 직보한다. 11.0%
- 오직 인사이동을 기다린다. 7.4%
- 언론에 알린다. 5.7%
- 가능한 서둘러 퇴사해버린다. 5.4%
- 인터넷에 올려 화제거리로 만든다 1.7%
- 기타 5.7%
(8월 25일~9월 15일 299명 온라인 답변)

여러분들의 답변은 무엇인가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에선 내부 불만과 비판 제기를 개인의 용기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 잡지 '동양경제'가 발간한 'CSR 기업백서 2017'에는 내부 고발 및 상담 건수(2015년 기준)가 많은 기업 100사 리스트가 실렸습니다.  내부고발이 많은 10대 일본 회사(잡지 동양경제 자료)1위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 아이 홀딩스'입니다. 2015년 내부고발 건수가 무려 844건에 이릅니다. 2위는 PB상품 전문 유통기업 '도시샤'입니다. 604건입니다. 3위는 메이지 야스다 생명보험으로 584건입니다. 특이한 점은 사내 고발 시스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법무법인)과 연계해 사외 신고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덕분에 내부고발 건수는 매년 증가세입니다. 큰 사건이 터지기 전 사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죠.

요즘 들어 기업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불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닛산자동차는 자동차 출고과정에 무자격 검사위원을 배치했다가 121만 대의 리콜을 결정했고, 일본 2대 알루미늄 업체인 고베제강은 품질 검사자료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 두 회사는 위 100대 회사리스트에 없습니다. 일본 경영전문가들은 우연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일본에서도 이렇게 내부 고발과 불만에 대응하는 태도가 회사마다 다릅니다. '일본 기업은 모두 이렇다저렇다'라고 말하기 힘듭니다. 우리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다만,  우리 앞에서 달리는 일본 기업들과 우리를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기업들을 보면 이제 더 이상 내부 고발자를 불만 사원으로 치부해버리는 시대는 끝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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