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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살아보고 결혼하자'…결혼에도 인턴이 있다?

[리포트+] '살아보고 결혼하자'…결혼에도 인턴이 있다?
실무를 시작하기 전 업무를 미리 경험해보는 사람을 흔히 '인턴(intern) 직원'이라고 부르는데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직장 생활뿐 아니라 결혼 생활도 미리 경험해보자는 이른바 '결혼 인턴'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혼 인턴은 혼인 전 함께 살아보는 '동거(同居)'의 새로운 이름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혼전 동거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는데요.
혼전동거
지난해 통계청이 만 13세 이상 국민 3만8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혼전 동거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2010년 40.5%를 기록한 뒤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동거의 또 다른 이름인 결혼 인턴이 재평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젊은 층 10명 가운데 6명 "결혼 전 동거 가능하다"

20대 직장인 A 씨는 남자친구와 동거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직장 생활을 위해 서울에서 자취하던 A 씨는 지난해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뒤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결혼 이후 갈등이 생길만한 것들을 미리 경험하고 같이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어 좋다"는 게 A 씨와 남자친구의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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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 남자친구와 혼전 동거 1년 차]
"지인 중엔 '그러다 결혼 안 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데 저희는 이혼하는 것보다 둘이 안 맞는다면 결혼 전에 헤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양가 부모님께도 알렸고 동거 이후 서로 더 존중하게 됐어요."
이렇게 결혼 인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시선은 특히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집니다. 지난 4월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2008~2016년 사회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3~24세 5568명 중 61.7%가 '결혼 전 동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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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13~24세 대상 출처: 통계청·여성가족부 2010년 53.3% / 2012년 58.4% / 2014년 56.8% / 2016년 61.7%" data-captionyn="N" id="i201101969"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71012/201101969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 "결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부모 세대도 변했다

부모 세대에서도 결혼 인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의 사회조사 자료에서 50~69세 사이 부모 세대가 혼전 동거에 찬성하는 비율은 2010년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입니다. '동거에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이 젊은 층보다는 낮았지만 2010년 26.1%에서 지난해 34.5%까지 증가했습니다.
부모세대 통계
2008년에는 부모 세대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이 35.1%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16.8%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응답은 2008년 17.5%에서 2016년 32.9%로 증가했습니다.

■ "절약해야 결혼하고 집 산다"…경제적인 이유로 동거하는 3포 세대

결혼 인턴제에는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현실적인 고민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동거 경험이 있는 18~49세 253명을 조사한 결과 '경제적인 이유로 동거를 택했다'는 답변이 42.7%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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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를 선택한 이유는?><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집 마련, 결혼식 비용, 데이트 비용 절약 등 경제적인 이유 (42.7%) / 혼인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지만 의지하며 같이 지내기 위해 (19.0%) / 혼인 전에 살아보면서 상대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17.4%) / 결혼제도나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 (13.0%) / 기타 (7.9%)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data-captionyn="N" id="i201101972"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71012/201101972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지난 5월 일본의 한 부동산 정보 사이트가 동거 경험이 있는 300명을 조사한 결과 '함께 있고 싶어서 동거를 선택했다'는 답변이 47.3%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집세를 절약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은 20.7 %로 경제적인 이유로 동거를 택한 비중은 크지 않았습니다.

한 전문가는 "최근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는 경제난으로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하는 3포·5포 세대로 불린다"며 "혼전 동거는 젊은 층이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결혼 인턴, 책임감 없는 선택일까 새로운 가족 형태일까

결혼 인턴이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동거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새로운 가족 형태로 주목받고 있지만 동거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제도적 안전망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프랑스의 경우 1999년부터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해 '성인 간 동거 관계'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고 세금 납부와 상속세 감면 등을 보장해왔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기획재정부가 '2016~2020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비혼·동거 가족에 대한 사회·제도적 차별 개선' 항목을 넣는 등 동거 가족을 보호할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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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동거 가구에 임대주택 배정이나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등 결혼 가정과 동등한 혜택을 부여하는 '동거 관계 등록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동거는 잠시 공동생활을 영위하다 헤어지는 책임감 없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며 "책임감 부재에서 나온 행동이라기보다 가족을 형성하는 새로운 형태로 보는 것이 현대 사회의 동거를 이해하는 데 적절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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