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허덕이는데…코레일에 고속열차 강매한 국토부

이한석 기자 lucaside@sbs.co.kr

작성 2017.10.08 20: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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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토교통부가 부채에 허덕이는 코레일에 고속열차를 강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열차 교체 시기를 10년이나 앞당긴 데다, 구매 대상 열차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여서 시제품도 없습니다.

이한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코레일은 지난해 12월 국내 업체와 EMU 300이라는 8칸짜리 신형 고속열차 2짝을 600억 원에 사기로 계약했습니다.

동력장치를 객차 아래쪽에 분산 배치하는 방식의 열차로, 수송 인원을 늘릴 수 있단 게 장점입니다.

코레일은 도입 이유를 기존열차가 노후화할 경우 동력 분산식 열차로 대체하라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상한 건 구매 시기입니다.

고속열차 내구연한은 30년이라 첫 열차 교체 시기는 빨라야 2031년이 돼야 합니다.

교체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10년을 앞당겨 2021년에 새 열차를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코레일 관계자 : 내구연한은 아직 많이 남았죠, KTX가. (내구연한 때문에 바꾸는 건 아니다.) 예. (열차 구매 이유는) 정책부서에 전화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코레일이 계약한 열차는 개발 진행률이 9.2%에 불과해 시험운행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취재결과 코레일이 열차 구매를 서두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지난해 2월 국토교통부가 코레일에 두 차례 보낸 공문입니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사업을 거론하며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열차 발주를 조속히 진행하라는 내용입니다.

특히 노골적으로 특정 업체의 열차 모델을 거론했는데, 코레일이 계약한 바로 그 열차입니다.

[전현희/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국토위 : 시제품조차 없는 고속열차를 정부가 나서 사실상 강제구입을 유도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10년 뒤 쓸 열차에 6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코레일은 현재 13조 원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 영상편집 : 조무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