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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끝나지 않은 디젤게이트 여진, 유럽에서 연 4,500명 추가 조기 사망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7.09.29 15:07 수정 2017.09.29 15:11 조회 재생수1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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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끝나지 않은 디젤게이트 여진, 유럽에서 연 4,500명 추가 조기 사망
‘디젤게이트’, 지난 2015년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주행시험으로 판단될 때만 디젤 자동차의 저감장치를 작동시켜 환경기준을 통과하게 하고 평상시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기준치보다 최고 수십 배에 달하는 배기가스가 그대로 배출되도록 프로그래밍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을 말한다.

디젤게이트 이후 각국에서 배상과 리콜이 이뤄지고 최근에는 폭스바겐이 각 자동차 모델에 대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를 내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지만 디젤게이트에 대한 여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 디젤 차량에서 허용치 이상으로 과다하게 배출된 질소산화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논문 두 편이 잇따라 발표됐다.
관련 그래픽노르웨이와 오스트리아, 스웨덴과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승용차 같은 경량 디젤 차량(light duty diesel vehicles)이 도로 주행에서 허용치를 넘어 과다하게 배출한 질소산화물이 건강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Jonson et al., 2017). 디젤 차량이 도로 주행 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양은 전형적인 검사 때보다 4~7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유럽의 디젤 차량은 현재 전체 차량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운행되고 있는 디젤 차량은 1억 대 정도로 전 세계 다른 지역 디젤 차량의 2배 정도나 된다.

분석결과 2013년의 경우 유럽에서 9,782명이 경량 디젤 차량이 배출한 질소산화물 때문에 조기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 차량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공기 중에서 초미세먼지(PM2.5)를 만들고 오존 생성에도 기여하는데 질소산화물이 만든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한 사람이 9,390명, 배출된 질소산화물 때문에 생성된 오존으로 인해 조기에 사망한 사람이 392명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특히 디젤 차량에서 배출한 질소산화물로 인해 조기에 사망한 사람 9,782명의 절반가량인 4,500명 정도는 만약 디젤 차량이 실제 도로 주행 시에도 배출 허용치를 지켰더라면 조기 사망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검사만 통과할 수 있게 해 놓고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질소산화물을 허용치보다 과다하게 배출해 조기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디젤게이트가 조기 사망자를 늘리는데 기여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디젤 차량은 또 가솔린 차량에 비해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하는데 만약 디젤 차량이 가솔린 차량에서 배출하는 양 만큼만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면 디젤 차량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로 인해 발생하는 전체 조기 사망자의 3/4에 해당하는 7.500명 정도가 조기 사망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디젤 차량이 가솔린 차량으로 바뀐다면 질소산화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지금의 1/4 정도로 뚝 떨어진다는 뜻이다.
관련 기사이 같은 문제를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로, 그리고 소형 디젤 차량뿐 아니라 대형 디젤 차량까지 확장해보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미국과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연구팀이 미국과 유럽, 인도, 중국, 일본, 브라질, 멕시코, 캐나다, 호주, 러시아, 한국 등 전 세계 11개 주요 자동차 시장을 대상으로 디젤 차량이 실제 도로 주행에서 질소산화물을 허용치보다 얼마나 더 배출하고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했다(Susan et al., 2017). 주요 11개 시장은 전 세계 디젤 차량의 80% 정도가 팔리고 있는 시장이다. 이 연구에서는 유럽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달리 소형 디젤 차량 뿐 아니라 대형 디젤 차량까지도 포함했다.

조사결과 201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11개 주요 자동차 시장의 디젤 자동차가 도로주행에서 허용치 이상으로 배출한 질소산화물의 양은 460만 톤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만 통과하고 실제 운행 중에는 허용치를 넘어 과다하게 배출하거나 허용치 자체를 지키지 않고 과다하게 배출한 양이다. 특히 허용치 이상으로 추가 배출되는 양의 76%인 350만 톤은 대형 버스나 상용 트럭, 특수 차량 등 중량 차량(Heavy duty vehicles)에서 배출됐고 나머지 24%인 110만 톤은 승용차 같은 경량 차량(Light duty vehicles)에서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디젤 차량도 문제지만 대형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한 기준 강화와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별로는 중량 차량의 경우 중국이 전체 추가 배출량 350만 톤의 37%인 130만 톤을 배출해 가장 많았고 이어 인도가 21%, 유럽 16%, 한국은 2%를 차지했다. 경량 차량의 경우 전체 추가 배출량 110만 톤 가운데 68%인 75만 톤이 유럽에서 배출됐고 이어 중국 17%, 인도 5%, 한국은 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차량에서는 환경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중국의 영향이 크게, 그리고 승용차에서는 디젤 고향인 유럽의 영향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허용치 이상으로 추가 배출된 질소산화물로 인해 초미세먼지와 지상 오존이 늘어나 2015년 한 해 동안 세계에서 3만 8천 명이 추가로 조기 사망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단지 검사 때뿐 아니라 주행 시에도 배출량을 줄이고 대형 디젤 차량도 허용치를 지켰더라면 3만 8천 명이 조기 사망을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특단의 조치 없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2040년에는 세계에서 17만 4천 명이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로 인해 조기에 사망할 것으로 추정했다.

디젤 차량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연비가 좋고 중저속에서도 강한 힘을 내는 장점이 있다. 주로 승용차용 엔진에 머물러 있는 가솔린엔진과 달리 소형 엔진부터 대형 상용차나 선박용 초대형 엔진까지도 제작할 수 있는 것이 디젤엔진의 강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디젤 차량이 도로 주행 시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설 자리가 급격하게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친환경 차량이 대거 등장하는 현 상황에서 디젤 차량의 입지는 예상보다 더욱더 빠르게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참고문헌>

* Jonson JE, Borken-Kleefeld J, Simpson D, Nyiri A, Posch M, & Heyes C. Impact of excess NOx emissions from diesel cars on air quality, public health and eutrophication in Europe.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2017 DOI: 10.1088/1748-9326/aa8850

* Susan C. Anenberg, Joshua Miller, Ray Minjares, Li Du, Daven K. Henze, Forrest Lacey, Christopher S. Malley, Lisa Emberson, Vicente Franco, Zbigniew Klimont, Chris Heyes. Impacts and mitigation of excess diesel-related NOx emissions in 11 major vehicle markets. Nature, 2017; 545 (7655): 467 DOI: 10.1038/nature22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