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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학교라도 보내게 해주세요"…가슴에 피멍드는 장애학생 부모들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7.09.19 17:04 조회 재생수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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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학교라도 보내게 해주세요"…가슴에 피멍드는 장애학생 부모들
최근 서울 강서구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건립하는 문제를 두고 일부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5일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는 장애학생 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일반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을 위해 특수학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설립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일이 많습니다. 특수학교가 장애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일부 장애학생들은 학교 다니는 것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 장애학생은 늘어나는데 특수학교 진학률은 제자리걸음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에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올해 4월까지 8만 9353명에 달합니다. 2007년 6만 5940명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10년 새 2만 3413명이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장애학생 특수학교 진학률은 매년 30% 안팎에 불과했습니다. 장애학생 10명 중 약 7명 정도는 특수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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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대상자 현황
86,633(2013) 87,278(2014) 88,067(2015) 87,950(2016) 89,353(2017) 증가추세
특수학교 진학률
29.01%(2013) 28.97%(2014) 28.99%(2015) 28.95%(2016) 28.87%(2017)장애학생의 특수학교 진학률이 낮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을 수용할 학교가 부족한 데다가 마련돼 있다 하더라도 지역적 불균형이 심해 거주지에서 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 서울시에 신설된 특수학교는? 15년 동안 단 1곳뿐

전국의 특수학교는 올해 4월까지 국공립 81개, 사립 92개로 총 173개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2년부터 6년간 전국에 문을 연 특수학교는 20곳에 불과했습니다. 서울은 더 심각합니다. 지난 15년 동안 서울시에 신설된 특수학교는 올해 초 개교한 강북구 미아동의 효정학교 단 1곳뿐입니다.

2002년 종로구에 경운학교가 개교한 이래로 효정학교를 제외하고 단 한 곳도 개교하지 못한 겁니다. 효정학교 개교가 '기념비적인 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서울 지역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해당 지역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지역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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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와 금천구, 영등포구, 용산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중구 등 8곳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지역의 특수교육 대상 장애학생 1만 2929명 중 34.7%(4496명)만이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 "애가 새벽에 일어나야 해요"…통학에만 1시간, 멍드는 부모 마음

특수 학교가 없는 지역의 장애학생들은 다른 지역의 특수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통학 거리와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특수학교 학생 46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학시간이 30분 미만인 학생은 2340명으로 52.3%, 30분 이상∼1시간 미만인 학생이 1943명으로 전체의 41.8%를 차지했습니다. 1시간 이상∼2시간 미만인 학생도 138명이나 있었습니다. 학교 가는 데 30분 이상 걸리는 학생이 절반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서울시 특수학교 통학시간이는 비장애 학생에게도 버거운 통학 시간으로 차가 막히거나 교통 사정이 안 좋은 날에는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지난 5일 주민토론회장에서 장애학생 학부모 한 명이 "애가 통학을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울먹인 이유도 이런 상황 때문입니다.

■ 공교육 포기하는 부모까지…집값이 뭐길래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18살 김 모 양은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김 양은 초등학교까지는 거주지에서 가까운 일반 학교를 다녔습니다. 중학교 때부터는 일반학교 특수반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김 양이 등교를 꺼리는 날이 늘면서 김 양의 아버지는 특수학교를 수소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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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를 앓는 김 모 양의 아버지(55세)]
"중학교에 들어가니까 반 친구들도 장애인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고 따돌림 같은 게 있었나 봐요. 특수반에 있다고. 아이는 먼저 말을 잘 안 해서 몰랐고 학교에 안 가려고 하니까 이상해서… 나중에 다른 학부모를 통해 건너건너 상황을 전해 들었죠."하지만 영등포 지역에는 특수학교가 없고 한부모 가족인 김 양의 경우 아버지가 출근하면서 아이를 다른 지역까지 통학시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김 양은 결국 중학교를 중퇴했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 양의 아버지는 아이를 교육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당장 이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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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를 앓는 김 모 양의 아버지(55세)]
"아이를 가르치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직은 제가 직장에 있고 우리 아이 같은 경우 엄마가 없으니까 먼 곳까지 통학하기는 힘들어요. 장애를 가진 아이 둔 부모들은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거라도 하길 바라는 거죠."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을 두고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수학교가 주변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주민들의 우려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 특수학교가 지역사회 안전이나 발전을 저해한다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유독 장애인 특수학교만은 안 된다고 반대하는 건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학령기 장애아동이 누려야 하는 기본권의 동등한 향유를 막는 행위입니다."

특수학교와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회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