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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why] 한국 쇼트트랙 역대 최고의 명경기 (1) - 김기훈부터 전이경까지

[평창why] 한국 쇼트트랙 역대 최고의 명경기 (1) - 김기훈부터 전이경까지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7.09.30 09:14 수정 2017.11.21 18: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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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뉴스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창why'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맞아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보여줬던 땀과 눈물, 감동의 순간과 함께 알고 보면 더 재밌는 평창 동계올림픽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도저히 역전할 수 없을 것 같던 격차를 기어코 뒤집는 짜릿한 추월의 순간 국민은 환호성을 터트렸습니다. 벅차오른 선수들이 흘린 뜨거운 눈물은 차가운 빙판조차 녹일 것만 같았습니다. 쭉 뻗은 스케이트 칼날이 한 뼘 차이로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드라마였습니다. 7번의 동계올림픽에서 42개의 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쇼트트랙 이야기입니다.
쇼트트랙 메달 총계또 한 번의 감동을 준비하는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평창 올림픽을 여섯 달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에 나섰습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를 시작으로 2차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3차 중국 상하이를 거쳐 서울에서 4차 대회를 치릅니다. 남자 대표팀은 맏형 곽윤기를 필두로 김도겸, 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았고 여자 대표팀은 베테랑 김아랑과 '에이스 듀오' 심석희·최민정, 김예진, 이유빈 선수가 출격 채비를 마쳤습니다. 4차례의 쇼트트랙 월드컵이 끝나면 다음 무대는 대한민국의 첫 동계올림픽 개최지 평창입니다.

SBS '평창why'는 연재 첫 번째 순서로 지난 25년 동안 한국 쇼트트랙이 국민에게 안겼던 영광과 눈물의 순간들을 모아 봤습니다. 전이경과 진선유에서 심석희와 최민정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강 여자 쇼트트랙의 독보적인 계보와 김기훈의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의 순간, 김동성의 날 들이밀기와 안현수의 역전 드라마, 그리고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까지 온 국민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감동의 순간들을 모아봤습니다.

■ 한국 쇼트트랙 전설의 시작, 김기훈…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쇼트트랙이 공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신체적인 능력 못지않게 경기 운영 전략과 끈기, 동료와 호흡이 중요한 쇼트트랙에서 한국 대표팀은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쇼트트랙은 겨울올림픽 불모지처럼 여겨지던 대한민국에서 새로 캐낸 금맥이었습니다.



남자 대표팀은 처음 출전한 쇼트트랙에서 1,000m 개인전과 5,000m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금빛 질주의 한복판에는 '한국 쇼트트랙의 선구자' 김기훈이 있었습니다. 김기훈은 팀 동료 이준호와 함께 출전한 1,000m 결승에서 여유로운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첫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동계올림픽 44년 만에 처음으로 얻은 금메달이 쇼트트랙에서 나온 겁니다.

김기훈은 이준호, 모지수, 송재근과 함께 출전한 5,0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맹활약하며 대역전극을 일궈냈습니다. 김기훈은 선두로 달리던 캐나다 선수를 마지막 곡선 구간에서 안쪽 코스를 파고들면서 제친 뒤 결승선 바로 앞에서 스케이트 날을 들이밀며 극적으로 승부를 갈랐습니다. 예상치 못한 역전패에 머리를 감싸 쥐는 캐나다 선수의 모습과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 관중석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은 경기였습니다. 김기훈이 처음 선보인 날 들이밀기 기술은 이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전매특허로 전수된 뒤 채지훈, 김동성 등 후배들에 의해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 각국의 선수들을 울리게 됩니다.
쇼트트랙 알베르빌 릴레함메르 나가노
■ "여왕이 나타났다" 전이경의 대관식…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두 번째로 출전한 동계올림픽은 1994년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에서 열렸습니다. 김기훈과 남자 대표팀이 안긴 알베르빌의 감동은 많은 쇼트트랙 꿈나무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이들은 릴레함메르에서 새로운 스타로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대학교 1학년이던 채지훈과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전이경이 대표적인 선수들입니다.



채지훈은 남자 500m 결승에서 폭발적인 막판 질주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결승선까지 세 바퀴를 남길 때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선수에게 크게 뒤진 3위로 메달 획득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마지막 바퀴에서 놀라운 주파력으로 대역전극을 펼쳤습니다. 결승선 통과 직전까지 박빙의 승부를 벌이던 채지훈은 4년 전 알베르빌에서 김기훈이 보여줬던 날 들이밀기 기술로 금메달을 목에 겁니다. 베테랑이 된 김기훈은 주 종목인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두 대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로써 남자 쇼트트랙은 명실상부 세계 정상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고등학교 3학년생이던 한 앳된 선수가 보여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전이경은 여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3,000m 계주에서 독보적인 실력으로 '여왕의 등장'을 선포했습니다. 전이경, 김소희, 원혜경, 김윤미로 이뤄진 대표팀은 6바퀴를 남기고 중국을 바짝 추격했고 에이스 전이경이 두 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를 파고들며 1위로 치고 나가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소희가 끝까지 선두를 지켜내면서 여자 대표팀은 첫 계주 금메달을 품에 안았습니다. 훗날 세계적인 선수로 기록될 전이경의 강렬한 등장이었습니다. 여자 쇼트트랙은 이후에도 줄줄이 대형 스타를 배출해내며 20년 동안 한국 동계올림픽의 메달밭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쇼트트랙 알베르빌 릴레함메르 나가노
■ '0.053초의 기적' 김동성의 날 들이밀기…1998년 일본 나가노

두 차례의 올림픽을 통해 남녀 종목 모두에서 세계 정상급 성적을 내게 된 대한민국 대표팀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또 한 번 쇼트트랙 최강국임을 입증합니다. 특히 남자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통해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걸출한 선수를 배출합니다. 바로 '날 들이밀기'로 거짓말 같은 대역전 드라마를 쓴 김동성 선수입니다.



김동성은 남자 1,000m 결승에서 중국의 리지아준, 미국의 앤드류 게이블 등 강자들과 맞붙었습니다. 남자 대표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 종목 결승에 오른 뒤라 어깨도 무거울 만했습니다. 김동성은 그러나 노련하고 당찬 경기 운영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김동성은 결승선까지 2바퀴 남은 시점까지도 3~4번째 자리를 유지하며 틈을 엿보다가 마지막 바퀴에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1위로 달리던 중국의 리지아준을 턱밑까지 추격하다가 마지막 곡선 구간에서 바깥 코스로 치고 나왔고 결승선 바로 앞에서 오른발을 갑자기 쭉 밀었습니다. 자신이 금메달인 줄 알고 손을 번쩍 들었던 리지아준은 곧 망연자실했습니다. 김동성의 오른발이 리지아준보다 0.053초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거짓말 같은 역전 드라마였습니다.

4년 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관왕에 오른 전이경은 여자 1,000m에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또 한 번의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팀 동료 원혜경과 함께 결승에 진출한 전이경은 중국의 양양 A, 양양 S와 맞붙었습니다. 한 살 터울의 양양 A와 양양 S는 릴레함메르에 이어 그 뒤로도 오랫동안 한국 선수들과 치열한 각축을 벌이게 됩니다. 릴레함메르 2관왕 전이경은 두 양양 선수의 호흡에 쉽게 선두로 나서지 못했지만 마지막 바퀴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결승선까지 불과 몇 미터 남은 곡선구간에서 인코스를 파고들며 양양 A에 앞서 발을 내미는데 성공합니다. 넘어지면서 내민 오른발 스케이트 날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전이경은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머 쥐었습니다. 앉은 채로 빙판에 뒹굴면서도 두 손을 번쩍 치켜 올린 전이경의 승부욕이 빛난 금메달이었습니다.

여자 대표팀은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하며 두 대회 연속 정상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중국, 캐나다, 일본과 함께 출전한 3,000m 여자 계주에서 안상미, 김윤미, 전이경, 원혜경 순서로 출전한 여자 대표팀은 역시 경기 후반에 역전을 노리는 전략으로 메달을 공략했습니다. 선두싸움을 벌이던 캐나다와 일본 선수가 엉켜 넘어지면서 중국과 2파전을 맞은 대표팀은 두 바퀴를 남기고 역전의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후발 주자를 미뤄주는 주자 교체 과정에서 1번 주자 안상미가 바깥 코스로 크게 돌면서 안쪽의 김윤미를 강하게 밀었습니다. 양양 A를 추월한 김윤미가 그대로 선두를 지켜내면서 대표팀은 올림픽 여자 계주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전이경은 두 대회 연속 2관왕을 기록하며 모두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 대표팀은 세계 최강의 칭호를 획득하게 됩니다.
쇼트트랙 알베르빌 릴레함메르 나가노김기훈부터 전이경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대회마다 동계올림픽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며 화려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김동성과 안톤 오노의 악연, 비운의 스타 안현수, 진선유와 심석희로 이어지는 금빛 질주의 역사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그래픽 : 김은정, 영상편집 : 한수아, 김보희)

(2편에서 계속) 

▶ [평창why] 한국 쇼트트랙 역대 최고의 명경기 (2) - 안현수부터 심석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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