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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핵-사드 연계론'은 성공할 수 있을까?

북핵과 사드에 대한, 韓·中의 동상이몽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작성 2017.09.11 17:12 수정 2017.09.13 18:21 조회 재생수7,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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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북핵-사드 연계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 실험 이후 중국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른바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책임론' 혹은 '중국역할론'이다. 북한의 우방이면서, 경제에 있어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제재에 동참을 해야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다. 한국 시간으로 내일 있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의 가장 큰 변수도 중국이 결의안에 참여할 지, 참여한다면 어느 수준이 될지 여부다.

한국에서는 북핵 문제에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사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면 사드는 한국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사드가 중국에 그렇게 민감하다면 북핵 문제에 적극 나서라는 이른바 '북핵-사드 연계론'이다. 사드를 지렛대 삼아 북핵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이런 기대는 중국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기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한중 언론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앞선 취재파일 ▶ [취재파일] "사드배치는 한중 관계의 깊은 내상이 될 것" 에서 사드에 대한 중국 외교부 관계자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 그리고 '북핵-사드 연계론'의 실현 가능성을 위주로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와의 면담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결정 하루 전인 9월 6일에 이뤄졌다)

● "북핵 핵 보유 '묵인'하지 않겠다"…원유공급 제한 안보리 결의에는 찬성할 수도

Q. 북한이 브릭스 정상회담 첫날 6차 핵실험을 했다. 중국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A.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강력히 지지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안보리 제재도 충실히 이행해 왔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북핵 실험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10월 당 대회를 앞두고 야심차게 준비한 브릭스 정상회담 첫날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서 중국의 체면이 손상된 것에 불편함,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에 대한 불편함이 포함된 것으로 읽혔다.

그리고 '묵인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 채널과 이야기하고 있다'거나 '향후 북한에 대한 제재에 나서겠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단독 제재에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Q.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보다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A.외부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그것을 실제로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문제도 있다. 원유공급 중단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Q.독자 제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A.중국 외교 역사를 볼 때 '독자'로 무엇인가 한다는 것은 익숙지가 않다. 그리고 북핵 문제는 제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7월 G20 정상회담 기간 중에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에 '북중 관계는 혈맹'("선혈로 응고된 관계")이라고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의 앞선 발언은 북중 관계를 고려할 때 독자 제재에 나서기는 부담스럽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중국의 체면이 손상 당한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를 거부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혔다. 이는 내일 있을 안보리 제재 결의 표결에서 현재 미국의 안(案)과 온도 차는 있겠지만, '원유 공급 중단'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북한 핵실험● "중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 뒤통수를 친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임은 분명히 했다. 한국과 미국에 있어서 북핵 문제가 안보의 최우선 순위에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였다. 예상했다시피 현재 중국 안보에 있어 최우선 순위는 '사드'였다. 북핵 문제는 본질적으로 '북미'간의 문제라며, 북핵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중국책임론'에 대한 불편한 심사를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Q.국제사회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A.국제사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중국책임론'은 사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다름없다. 북핵 문제는 '북미'의 문제, 그리고 추가적으로 봐도 '남북문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대북 제재를 하면 중국은 실질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북중 접경지대에는 실제로 북한과 경제 행위를 하고 있는 중국 국민이 있고, 북한 인력으로 사업체를 꾸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않다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이들의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대북 제재로 중국은 실질적 피해를 보고 있는데, 피해자에게 북핵 문제의 책임을 묻는 것이 맞는 것인가?


Q.최근의 논의는 북핵 문제가 중국의 책임이라는 '중국책임론'이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라는 '중국역할론'이다. 둘은 결이 다르다.
A.중국이 대북 제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으려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중국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변국들은 중국에게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 달라고 하면서, 중국 '뒤통수'를 치고 있다.


● '북핵-사드 연계론'…한미와 중국 간의 근본적인 시각차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뒤통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에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하기 전에 사드 배치부터 철회하라는 요구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핵-사드 연계론'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핵-사드 연계론'이 제기될 경우 중국 정부가 역공을 취할 수도 있다. 이른바 '한국역할론'으로.

Q. 북한의 핵 실험은 왜 계속될까?
A.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고 있고, 한국과 중국이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있다. 이런 지역 내 갈등 상황에서 북한의 향한 단합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경제 제재를 당하더라도 핵 실험을 마무리 짓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A.한국도 지역 평화를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중국책임론'에 대한 답변 중에서)


'의지 표명' 이 '사드 배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그리고 일련의 이런 설명은 지금껏 안보는 미국과 함께하고, 경제적 수익은 중국을 통해 얻는 이른바 한국의 '안미경중(安美經中)'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경제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급성장한 중국 국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우리로선 오만하게 들릴 수 있는 이런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
사드 중국● "쌍중단, 쌍궤병행 말고 다른 대안이 있나?"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불편함 심기와 독자 제재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안보리 제재에는 동참하겠다는 암시. 하지만, 중국의 북핵 해결 방법은 결국 '대화와 협상'이었다.

Q.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진행)이 실현 가능하다고 보나? 북한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시 이행이 가능하다고 보나?
A. 중국도 쌍중단과 쌍궤병행이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으면 내 줬으면 한다. 현재 쌍중단과 쌍궤병행에 대해 특히 미국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아는데, 쌍중단과 쌍궤병행에 누구한테 더 불리한 안(案)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그리고 6차 핵실험 이후 한층 강력해진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촉구. 한미 양국을 북핵 문제의 해결책으로 우선 '제재'를 선택했다. 제재를 통해 북한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 내겠다는 구상일 것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의 결정적 열쇠를 쥔 중국은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다. 특히, 중국에 있어 북핵 문제는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지도 않다. 사드를 지렛대로 중국의 대북 제재를 동참을 이끌어 내겠다는 일각의 구상은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북한이 완전한 핵무기를 갖는 것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안보 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이라 것은 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곧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북핵 위기 고조 속에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도 불거진, 현재의 고차 방정식을 풀어낼 담대한 전략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에 담대한 전략가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