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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드배치는 한중 관계의 깊은 내상이 될 것"

사드와 관련된 한국 사회의 착각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작성 2017.09.11 14:34 수정 2017.09.13 18:20 조회 재생수1,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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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사드배치는 한중 관계의 깊은 내상이 될 것"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은 2017년 한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중 양국이 '역사상 최고의 시기'라고 평가한지 불과 3년 만이다. 이런 상황 변화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이하 사드)' 때문이다. 한중 관계는 다시 '역사상 최고 시기'를 회복할 수 있을까?

8월 30일 북한의 화성-12형 미사일 발사와 지난 3일 북한의 6차 북핵 실험, 그리고 지난 7일 주한미군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주한미군의 사드 4기 추가 반입 결정이 이뤄지기 하루 전인 9월 6일엔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중국 외교부 관계자와 면담했다. 2시간 가량 이어진 면담은 '사드'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역할론'에 집중됐다. 이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드'와 관련된 착각, 그리고 북핵 문제와 관련된 '중국역할론'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간극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 "사드 배치는 역내 불안을 오히려 증폭시킬 것이다"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지난 8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와 관련된 입장을 발표했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에 따른 한반도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한국의 입장이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해 온 중국을 설득할 수 있을까? (※중국 외교부 관계자와의 면담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결정 하루 전에 이뤄졌다)

Q. 한국 정부에게 있어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 나아가 지역의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 측면이 있다.
A. 사드는 지역 내 불안을 오히려 증폭시킬 것이다. 사드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한다.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의 레이더는 중국의 동북 3성을 범위에 두고 있는데, 한국의 사드 배치는 결국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편입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리고 사드 발사대 1시가 배치되면 2기, 3기가 배치되는 것은 쉬운 일일 것이다.


한국의 사드배치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압박 차원의 일환이라는 인식이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은 시진핑 주석 취임 이래 최소한 동북아에서는 미국에 필적하는 강대국 지위 회복을 노리고 있는데, 사드 배치가 이런 중국의 목표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중국은 이를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답변이었다.

● "중국에서 있어 '사드'는 한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문제"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하면서도 '사드'가 단순한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정치적 문제'가 되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Q. 중국에게 있어서 사드는 어떤 존재인가?
A. 개인적 의견이긴 하지만, 사드는 한국에 있어 '고구려' 문제와 같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동북공정 당시, 사실 중국 내에서는 '고구려'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역사 문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사실 없는 것이지만, 한국 측 반발은 격렬했다. 지금 중국에 있어 '사드' 문제는 과거 한국 사람들의 '고구려' 문제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설명은 '사드'가 이제는 중국의 '국가적 위신'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는 안보적 차원에서 사드 임시 배치를 결정했지만, 중국에 있어 사드는 대외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적 문제'로까지 발전해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10월 한국의 대선에 견줄 수 있는 중국의 당대표 대회가 예정되어 있어, 중국은 '국가적 위신'과 관련된 사드 문제에 더욱 민감해 질 수 밖에 없고, '사드'로 인한 한중 관계의 난맥상은 더욱 풀기 힘들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이기도 했다.

● "사드 배치는 한중 관계의 깊은 내상이 될 것"
[취재파일] 사드 임시배치와 여야…누가 누굴 욕하나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내에서 여론이 분분하던 상황에서 외교가의 보수적 인사들은 사드 배치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현재는 한중 관계의 회복을 꾀하기가 힘드니 조속히 사드 배치를 마무리 한 이후에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한중 관계는 다시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는데, 이 기대는 실현될 수 있을까?

Q.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완료하면 한중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A. 인적, 물적 교류가 완전히 중단된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향후 한중 관계에서 사드배치는 '깊은 내상'으로 남을 것이다. 한중 관계 곳곳에서 사드 배치의 후과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Q. 한국이 사드 배치를 중단한다면 한중 관계는 복원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오히려 더 좋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

Q. 한국인들은 이미 중국의 경제 제재 등으로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중국에 대한 감정이 예전 같지 않다.
A. 상처를 입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감당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깊은 내상'이라는 다소 절제된 언어를 사용했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다면 '한중 관계'의 복원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엄포였다. 사드 배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한중 관계를 개선하면 된다는 일부의 생각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일 뿐임을 분명히 하는 발언이었다.

사드 배치가 철회되더라도 그간의 과정이 남긴 한중 관계의 생채기는 감수해야 한다는 발언은 중국에 있어 한중 문제, 나아가 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최우선 순위는 '사드 배치 철회'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 한국은 북핵 문제가 안보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은, 양국의 동상이몽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사드와 관련한 중국 외교부 관계자의 일련의 설명은 사드 배치는 '과정'이 문제였기 때문에 다시 과정을 밟고 협의를 하면 중국과 갈등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한국 내 일각의 기대가 착각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기도 했다.'과정'이 중국의 반발을 더 키운 측면은 있겠지만, 중국에 있어서 사드는 결국 '한국에 배치를 하느냐 마느냐'는 단순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사드는 이제 중국과 미국의 문제"

사드 임시 배치는 완료됐다. '임시'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방점은 '배치 완료'에 찍혀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상황을 다소 나마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몇몇 답변에서 그 해결책의 여지를 남겼다.

Q. 만약 한국 정부가 사드 포대를 직접 구매해 운용한다면 중국의 입장은 바뀔 수 있나?
A. 그것은 아직 고려해 보지 못 했다. 그것과 관련해서는 군 쪽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A. 사드 문제는 중국과 미국의 문제다. 이제는 그렇게 돼 버렸다.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이 두 개의 답변을 다른 질문에 대한 별도의 대답이긴 하지만,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 정부가 사드 포대를 구매해 운용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국 내 사드 배치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사드를 구매해 운용하는 것과 관련해 '군의 의견을 청취해 봐야'하다는 답변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현재의 사드 논의는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미국에 대한 불신에 기반해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역내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 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그 수단이 사드라는 중국의 의심. 이는 어쩌면 사드 배치를 완료한 한국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드 문제는 이제 중국과 미국의 문제다'는 답변은 향후 사드로 인한 한중 관계의 악화를 풀 주체가 한국이 아닌 미국임은 명확히 한 답변이다. 한중 관계 악화는 한국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지만, 한국은 이를 해소할 수 없는 난감한 입장에 처해있음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3년 만에 '최선'에서 '최악'으로 바뀐 한중 관계. 상황이 이렇게 된 계기가 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은 '이제 이건 한국과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리고 중국 내부에선 사드가 '국내 정치적 문제'로 까지 비화 되어 버렸다. 이 상황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가 이를 주도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아닌 한중 관계를 강타해 버린 난감한 상황에서 돌파구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답답한 이 질문 앞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의 한중 관계는 과거 25년과는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중 관계의 재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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