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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9명의 생명을 구하는 장기기증…기증자 없어 하루 평균 3.17명 사망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7.09.09 10:02 조회 재생수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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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9명의 생명을 구하는 장기기증…기증자 없어 하루 평균 3.17명 사망
'한 명의 뇌사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9(구)한다'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장기기증의 날 캠페인

오늘(9일)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정한 장기기증의 날입니다. 'SAVE9'으로 불리기도 하는 장기기증의 날은 뇌사자의 심장, 간장, 췌장, 신장 2개, 폐 2개, 각막 2개 등 최대 9개의 장기를 기증해 9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나눌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9월 9일로 지정됐습니다.
9명의 생명 살리는 장기기증이식을 기다리는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지정된 장기기증의 날, 우리는 장기기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 생체·뇌사시 장기기증을 아시나요?

장기기증이란 이식을 받으면 살 수 있는 말기 장기부전 환자에게 자신의 장기를 나누어 줌으로써 생명을 살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사후에 이뤄지는 기증만 장기기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장기기증에는 살아 있을 때 기증 가능한 '생체 장기기증'이나 뇌사상태에서 이뤄지는 '뇌사 시 장기기증'도 있습니다.

기증할 수 있는 장기는 기증자의 생존 여부 또는 뇌사상태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후에는 각막 기증이 가능하고 살아 있을 때는 정상적인 신장 2개 중 1개, 골수 일부 등을 기증할 수 있습니다. 뇌사상태 기증자의 경우 심장, 간장, 췌장, 신장, 폐, 각막 등을 기증할 수 있습니다.

■ "이식받는 꿈도 꿔요"…하루 평균 3.17명 이식 기다리다 사망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기증 참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저조한 편입니다. 세계장기기증·이식기록소(IRODaT)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뇌사자 기증자 수는 인구 100만 명당 9.0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페인이 인구 100만 명당 35.9명, 크로아티아가 35.1명, 미국이 27명인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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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자 수와 대기자 수장기이식 대기자 수와 비교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전국 26,37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국의 장기기증자 수는 2,745명으로 이식 대기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증을 기다리는 대기자와 가족들은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픽
[20년간 기증자를 기다린 만성신부전 환자]
"몸이 팅팅 붓거든요. 혈압도 올라가고 요독증세로 정신이 이상해지기도 하고. 코피가 나면 멎지도 않고. 어떤 때는 정말 그런 꿈도 꿔요. 신장 이식을 해서 건강해지는...하지만 10년이 되고 20년이 되니까 포기 상태죠."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장기이식 대기자 가운데 사망자는 총 5,789명으로 하루 평균 3.17명이 기증자를 기다리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기이식자의 평균 대기 기간도 1,185일에 달합니다. 장기이식 대기자 대부분이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2차 합병증의 위험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 기증자가 생전에 동의했더라도 유가족이 반대하는 경우 많아

국내에서 장기기증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심리적 거부감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죽은 가족의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유교적 관념이 강합니다. 그런데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증자가 생전에 사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어도 유족이 동의할 경우에만 장기 적출이 가능합니다.

뇌사(腦死)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장기기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뇌사란 뇌에서 호흡·소화·심장박동 기능을 조절하는 뇌간이 멈춘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뇌사 상태인 경우 2주에서 1개월 이내에 사망하게 됩니다. 식물인간 상태는 뇌사와 달리 뇌간의 기능이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지속적인 치료로 생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기증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뇌사와 식물인간 차이하지만 보호자들은 뇌사를 식물인간 상태와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장기기증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전문가는 "뇌사 상태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보호자들이 많다"며 "장기기증이 뇌사 상태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실천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장기 기증자를 예우하는 사회적인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국내 장기기증 인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까닭은 기증에 대한 오해와 낮은 참여의식도 있지만 불필요한 규제의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장기기증 서약을 하려면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는 물론 관련 서류까지 첨부해야 합니다.

미국은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본인의 의사만으로 장기기증 서약을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15세, 호주는 16세가 되면 가능합니다. 또 스페인과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은 생전에 장기기증에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사망자를 잠재적 기증자로 추정하는 '옵트아웃(opt-out)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옵트아웃 제도 그래픽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장기기증자 유가족에게 지급되던 위로금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위로금이 장기매매, 해외 원정이식 예방 등을 논의해온 이스탄불 선언(DICG)의 금전적 보상 금지원칙에 어긋나고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내린 결정입니다.

복지부는 위로금 대신 뇌사자에게 예우를 갖출 수 있는 생명나눔 추모공원 설립, 국가가 장례지원서비스 직접 수행 등 기증자 예우문화 조성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