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북극 이어 남극도 녹아내린다…버틸 수 없었던 이유는?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7.09.06 12:30 수정 2017.09.07 14: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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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시아와 러시아 북쪽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대형 선박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극 기온이 계속해서 올라가면서 별도 쇄빙선의 도움 없이도 북극항로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에는 노르웨이를 출발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북극항로를 통과해 보령에 들어오기도 했다. 수송 기간이 30%나 줄었고 비용도 역시 크게 줄었다.

지구온난화로 급격하게 녹아내리는 북극 해빙과는 정반대로 남극 해빙은 최근까지만 해도 녹아내리는 북극 해빙을 상쇄하기라도 하듯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그런데 지난 2015년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서더니 2016년 남반구 봄철에 해당하는 11~12월에는 1979년 위성으로 남극 해빙을 관측한 이후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아래 그림 참조).
남반구 봄철 남극 해빙면적 편차남반구 봄철인 2016년 11~12월 남극 해빙면적은 지금까지의 관측 평균값보다 200만㎡ 나 작았다.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던 남극 해빙이 갑자기 남한 면적의 20배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언젠가는 남극의 해빙도 녹아내리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급격하게 감소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과학자들은 작아진 200만㎡의 해빙면적은 통계적으로 볼 때 평균 해빙면적과는 표준편차 3배 이상 떨어진 것으로 3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 있을 정도로 극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어떻게 자연 현상이 하루아침에 돌변할 수 있을까? 어떻게 300년에 한 번 나타날 정도의 극단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그 이유를 찾아냈다(Stuecker et al., 2017).

연구팀이 제시한 큰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2015~2016년에 걸쳐 적도 태평양의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졌던 엘니뇨다. 2015~16 엘니뇨는 '고질라 엘니뇨'(Godzilla El Nino)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역대 가장 강력했던 슈퍼 엘니뇨 가운데 하나다. 연구팀은 고질라 엘니뇨 영향으로 남극 주변의 대기 순환이 바뀌면서 남극 주변 바닷물 역시 예년보다 뜨거워졌다는 점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예년보다 뜨거워진 바닷물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해빙이 제때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남극 자체의 바람에도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예년 같으면 남극에서 주변지역으로 퍼져 나가는 바람이 강하게 부는 데 2016년에는 이 바람이 예년보다 약했다는 것이다. 남극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바람은 해빙이 주변으로 넓게 퍼져 나가게 하는데 기여하는데, 이 바람이 약해 해빙이 주변으로 넓게 퍼져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외부가 아닌 남극 내부에서의 변동이 해빙 면적을 기록적으로 작게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큰 이유가 기가 막히게 동시에 맞아 떨어져서 기록적인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중에도 꿋꿋하게 계속해서 증가하던 남극 해빙도 강력한 원 투 스트레이트를 동시에 맞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이유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이유가 남극 해방이 급격하게 줄어든 원인의 2/3 정도는 설명해 주는 것으로 봤다. 나머지 1/3 정도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성층권 오존 등의 영향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지구온난화가 기본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엘니뇨 같은 멀리 떨어진 곳의 영향 그리고 남극 자체나 주변 지역의 변동성이 동시에 더해져 300년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기록적인 이변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온난화 경고등이번 남극 사례는 기후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경우 다양한 다른 요소가 더해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지금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록적인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로 볼 수 있다. 극단적인 현상은 단지 남극 해빙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 순환 변화와 함께 적도 태평양의 엘니뇨,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북극의 해빙 등 여러 요소가 더해져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지금까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단순히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뿐 아니라 태평양과 북국, 남극 등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는 연구팀이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든 엘니뇨는 사라졌다. 엘니뇨의 반대 현상인 라니냐도 발생하지 않았다. 8월 중순 현재 엘니뇨와 라니냐 감시 구역인 적도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도 26.4도로 평년보다 0.4도 정도 낮지만 정상 범위 안에 들어 있다.

9월에 면적이 최소가 되는 북극 해방과는 달리 남극의 해방은 보통 9월 중순~하순 사이에 최대로 넓어진다. 2016년의 경우 8월까지는 평균과 비슷하거나 평균을 조금 웃돌기도 했지만 9월 초부터 해빙이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도 남극 해빙 면적이 작은 상태다. 9월 이후에 지난 해 못지않게 해빙이 급격하게 사라질지 아니면 지난해보다 서서히 사라져 예년 수준을 회복할지 전 세계가 남극을 지켜보고 있다. 남극 해빙이 녹아내리는 것이 단지 남극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녹아내리는 북극 해빙이나 엘니뇨와 마찬가지로 지구촌 곳곳에 기후변화 재앙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 Malte F. Stuecker, Cecilia M. Bitz, Kyle C. Armour. Conditions leading to the unprecedented low Antarctic sea ice extent during the 2016 austral spring season.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2017; DOI: 10.1002/2017GL074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