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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종훈 인터뷰 "美 자동차·철강 '적자 논리', 면밀하게 보라"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②

[취재파일] 김종훈 인터뷰 "美 자동차·철강 '적자 논리', 면밀하게 보라"
▶ 한미 FTA는 분명 '윈-윈'…트럼프는 왜?

한미 FTA는 무려 14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2007년 4월 처음 타결됐다. 하지만, 우리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된 건, 3년이 지난 2011년 말이었다. 협상 타결 3년 뒤, 미국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했던 탓이다. 당시 오바마 정부가 밝힌 쟁점은 미국 자동차의 국내 장벽을 낮춰 달라는 거였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국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재협상은 마무리됐다.

지난달 14일, 김종훈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났다. 이런 배경을 상기하며, 국내에서 미국산 자동차가 적게 팔린 원인을 한미 FTA에서 찾는 건 어불성설이라 못 박았다. 철강 분야 역시, 중대한 FTA 위반 사실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정부 역시,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바로 이런 까닭에, 지금 트럼프 정부가 정교하게 자신들의 적자를 줄일 논리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봤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철강 산업

● 국내에서 미국 차가 얼마나 안 팔리기에, 자꾸 자동차를 문제 삼는 걸까요?

미국은 과거 FTA 협상 당시,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이 폐쇄됐다고 하면서, "열어라, 열어라." 하고 개방을 계속 주장해왔죠. 한때는 슈퍼 301조까지 동원을 한다 하고 그랬었죠. 지금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 많이 개방이 돼 있습니다. 국내에선 점유율이 현대, 기아차 합쳐가지고 60%를 넘는 수준이고, 나머지는 한국GM, 쌍용, 르노 같은 외국투자기업이 차지하고 있죠.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약 65%, 한국GM이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수입차입니다. 한해 25만 대로 보면, 20만 대가 유럽 차고, 나머지 5만 대가 일본과 미국 차입니다. 그중에서도 미국 차는 1만 8천에서 2만 대 정도로 가장 덜 팔려요.

● 국내에서 미국산 자동차가 외면받아 온 건 사실이군요.

그러니까 제가 봐도요. 미국 입장에서 자기들이 실컷 노력해가지고 우리 시장을 개방했더니 그 과실은 지금 유럽이 다 가져가는 거거든요. 결국, 우리 소비자들이 유럽 브랜드를 사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 그런데 정부가 개입해서 "유럽 브랜드 사지 말고 '미제' 사라"라고 할 순 없는 거죠. 미국 자동차 3사가 그럼 한국 소비자한테 좀 맞는 그런 소형의, 너무 묵직하지 않은 그런 차들도 만들어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미국 입장은 또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이 워낙 작거든요. 연간 신차 시장이 중국은 약 2,500만 대, 일본이 한 500만 대로 추정됩니다. 우리는 약 150만대 수준이거든요. 그중에서 뭐 수입차가 지금 한 25만대 이러니까. 그거 보고 자기들이 새로운 라인을 만들 수가 없다는 거죠. '설비를 투자를 또 해서, 25만대 시장을 보고는 못 하겠다. 그러니까 자기들이 만드는 차에, 어떤 다른 그 비관세 장벽. 이런 거는 조금 없게 해 달라.' 하는 요구를 지금 하려는 것 같아요.

● 2010년 재협상 당시, 그런 요구를 수용해서 수입 문턱을 낮춰준 것 아닙니까.

네. 관세부터 말씀을 드리면요. 지난번 제가 한미 FTA를 2007년 4월에 원 협정을 타결을 하고, 양국의 대통령이 다 바뀌었죠. 그러고 나서 미국에는 2008년에 금융 위기가 왔었죠? 월스트리트에서. 그 뒤 오바마 대통령이 자동차는 도저히 이래 갖고는 못하겠다. 그때 뭐 미국 자동차 3사 다 이제 파산 직전이었으니까요. 그때부터 미국 안에선 엄청난 양적 완화가 들어갔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때는 미국이 '정말 이건 못 하겠다'고 주장할만한 경제적 배경이 있었어요. 금융 위기 직후에, 미국 경제가 엄청 어려웠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협정문에서) 점 하나도 못 고친다."라고 하다가, 결국 추가 협상을 했죠. 그 제일 큰 부분이 자동차였습니다.

자동차는 우리 관세가 8%, 미국이 2.5%였죠. 우리 관세가 높잖습니까? 근데 요거를 똑같이 5년 안에 같이 맞추자고 하다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결과는 우리 관세 8%는 5년 전에 발효 당시 곧바로 반타작, 4%로 내렸어요. 미국은 '그대로 2.5%로 4년을 가져가다가, 4%로 올린다.' 이렇게 된 겁니다. 그게 지난 4년입니다.

● 이렇게 변경된 양국 관세는 지난 4년 동안, 우리에게 더 불리했군요?

그러니까 자동차에 관한 한, 우리는 미국에 관세가 깎여져 있지 않은 상태 즉, 옛날하고 똑같은 상태에서 계속 더 팔린 거예요. 그러면 "이 협정 때문에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 더 팔렸다."라는 말은 성립이 안 되는 거죠. 미국은 관세가 그대로 있었던 반면, 우리 관세는 4%로 한꺼번에 그냥 반타작이 돼 내려왔어요.

그 덕분에,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한테 늘 했던 얘기가 '한국은 70만 대 팔고 자기들은 7천 대 판다'(는 거였는데) 지금 미국이 우리한테 파는 게 1만8천 대에서 2만 대 정도 됩니다. 그건, 정말 우리 측 관세가 8%에서 4%로 내려온 그 혜택이 있는 겁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집계를 보면,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미국 자동차의 대 한국 수출액은 37.1% 늘었다.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액은 12.4% 증가했다.)

● 관세뿐 아니라, 다른 기준도 완화해주지 않았나요?

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할 무렵 일이죠. 우리 국토부에서 갖고 있는 한국형 안전 기준이 있어요. 한국에서 차가 시내에 굴러다니려면, 안전 기준이 거의 백 수십 가지 됩니다. 철판의 두께, 전조등의 높이, 휠 전환 장치 그런 거죠. 그걸 국내 기준에 맞춰야 외국 차들이 우리나라에서 다닐 수 있는 거죠. 그런 건, 관세는 아니지만 그걸 까다롭게 하면서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전조등 높이가 안 맞는다면서 그냥 퇴짜를 놓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그때에 미국도 우리 못지않은 세계에 자랑을 할 만한 자기들의 안전 기준이 있는 거죠. 미국은 뭐 자동차 역사가 포드부터 굉장히 길잖아요. 그러니까 미국도 우리가 안전 기준 못 믿겠다고 하면 자존심이 좀 상하죠.

그래서 미국은 '한국의 작은 시장을 보고, 새로운 생산 벨트를 만들어 가지고 우리 안전 기준을 다 맞추긴 어렵다. 미국 안전 기준도 괜찮은 기준이니까 이건 어느 정도 인정을 해 달라'고 했던 겁니다. 그래서 '제조업자당 2만 5천 대까지는 미국 안전 기준을 지키면, 우리나라 안전 기준에 부합했다는 걸로 간주를 해 준다'고 합의를 한 겁니다. 2만 5천대까지는 프리패스를 준거죠. 미국 자동차 3사가 있지 않습니까. 2만 5천 대씩 7만 5천 대 까지는 허용해 준 거죠.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도, 역시 그만큼 팔지 못하는 상황이죠. 우리는 미국보다 땅이 좁아서, 환경오염 규제도 미국보다 강해야 하는 나라예요. 그런데도, 이 부분도 미국엔 관대하게 적용을 해 줬어요.

● 이미 재협상 당시, 미국에 상당한 양보를 했던 거군요.

그래서 지금 제가 보기에는, 관세든 비관세든 미국차가 우리 시장에 진입하는 장벽은 굉장히 많이 풀었습니다. 그래도 계속 비관세 장벽이 있다고 주장하면,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런지 하여튼 이야기는 들어봐야 될 것 같아요.

●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를 위해, 이 문제를 활용하려고 한다는 시각도 있잖아요.

네. 그렇게 유추해볼 수 있는 얘기입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유세 기간 동안에도 쇠락한 ‘러스트 벨트’라는 주들을 다니면서, 실직한 근로자들로부터 득표를 많이 했지 않습니까? 그 후에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많이 얘기했고요. 그럼 맥이 통하고요. 특별히 그중에서도 관심은 자동차와 철강이라고 얘기하잖아요. (‘러스트 벨트(Rust Belt)’ : 미국의 중서부 지역과 북동부 일부 지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를 비롯해 미국 철강 산업의 메카인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멤피스 등.)
김종훈 인터뷰 취재파일
미국 자동차 산업
● 철강 분야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를 제기한 겁니까.

네. 철강 분야는 미국 무역대표부 즉, USTR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를 주목해야 합니다. 정부를 떠나 있던 지난 20년 동안 미국 철강업계 변호사를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철강 문제에 대해선 굉장히 해박한 논리를 많이 갖고 있을 거예요.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는 30년 넘는 변호사 경력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해외 경쟁자들에게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데 주력해 온 걸로 알려져 있다. 레이건 정부 당시, USTR 부대표로 일했다. 이후 로펌에서 중국을 상대로, 철강 분야 반덤핑 제소를 담당해 대중 강경파로 손꼽혀 왔다.)

● 가장 껄끄러운 상대가 협상을 지휘하는 셈이군요.

네. 미국은 연간 약 8천만t 정도 철강을 생산합니다. 그런데, 소비는 거의 1억t 가까이하는 해도 있죠. 그러니까 그만큼 어디선가 가져와야 해요. 이게 첫 번째 구조적인 실태고요. 둘째, 지금 미국의 철강 산업이 과연 경쟁력이 있느냐. 세계적으로 이 분야가 굉장히 오래됐지만, 미국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됐어요. 왜냐면 이 시설들이 굉장히 낙후됐고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런 철강 산업을 다시 살리겠다고 하는 건 이런 흐름과 조금 맞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철강 산업 부흥 시도는 실제로 계속 실패했거든요. 그런데 어쨌든 생산보다 소비가 많으니까 바깥에서 얼마는 사 와야 하는 건 분명해요. 미국 쪽의 불평을 보면, 사 올 때 파는 쪽이 정당한 경로로 팔지 않고 덤핑을 한다는 거죠.
 
● 여기서 중국과의 통상 마찰 원인이 발생하는 거군요.

네.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과 정반대로 중국은 대표적으로 철강을 과잉 생산하는 나라죠. 중국은 해마다 1억t 이상의 잉여가 있어요. 그럼 중국 입장에선 어디론가는 실어내야 됩니다. 안 팔리면 덤핑이라도 해야 하는 거죠. 거기에 미국이 굉장히 문제 의식을 갖고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공정 거래가 될 수 없는 구조가 되어있다는 겁니다.

● 그런데 미국이 한국에 철강 수출을 문제 삼는 건 왜죠?

미국 입장에서 철강 문제는, 한미 간에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거는 진짜 G20 같은 데서 중국을 앉혀 놓고 여러 나라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죠. 어쨌든 문제 제기가 있으니까, 우선 우리 철강업계와 정부에서 면밀하게 분석한 거 같아요. 과연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가지고 그냥 원산지 세탁만 해 가지고 불법으로 실어간 게 있느냐. 그건 불법이거든요. 중국 철강이 서해 바다 건너와서 우리나라에서 환적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찍는 건, 그건 불법이죠. 그건 적발해 처벌해야 됩니다. 그런데 그런 거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중국에서 부자재가 들어와서 완제품으로 돼서 ‘메이드 인 코리아’로 나가는 게 그럼 얼마냐. 한 2%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  그런데도 미국이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자꾸 거론하는 걸 보면, 나름의 공세 논리는 있겠네요?

요즘 미국에선 셰일가스 붐이 나가지고, 유정용 강관 파이프를 많이 사 가니까, 거기에 중국산이 부자재로 들어가서 우리가 완제품으로 만드는 게 (전체 대미 철강 수출액의) 8% 정도 된대요. 그런 게 중국의 과잉 설비하고 연결이 되고, 거기에 한국이 매개 역할을 해서 되겠냐고 말을 하는데, 그 비중은 워낙 낮기 때문에 이게 문제라고 할 순 없어 보입니다. 그나마 '그걸 좀 어떻게 고쳐줄 순 없냐?'라고 미국이 요구하면 뭐 좀 궁리해 볼만 한 것 같아요. 그러나 그것 때문에 수세에 몰려서 쩔쩔맬 이유는 없다고 봐요.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두 번 책임진 수장이었다. 지난달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SBS 성남지국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 전 본부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명분과 실리 양면에서 분석한 내용을 쏟아냈다. 경험과 수치로 짜인 논거는 명료했다. 재협상은 피할 수 없더라도, 수세에 몰릴 이유도 없다고 내다봤다.

통상 전문가이면서도, 인터뷰 말미에는 통상 논리에 갇히지 말 것을 주문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외교와 안보 논리까지도 준비하라는, 과감한 제언이었다. 옛 여당 소속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풍길 법한 정치적인 접근법은 읽히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FTA 재협상 대응 매뉴얼'은 무엇일까. 인터뷰 전문을 세 차례 취재파일로 정리한다. 기자가 팩트체크한 내용은 괄호 속에 담았다.

* 김종훈은 누구? 지금은?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외무고시에 합격한 외교관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 측 수석대표가 됐고, 2007년부터 만 5년 가까이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다. 2007년부터 이듬해까지 두 차례 한미 FTA 협상을 책임졌다. 2012년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강남 을에 공천돼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작년 20대 총선에선 낙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1952년 대구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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