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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찰위성 임차해서 킬 체인 조기구축?…임차 못 한다!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08.06 09:42 조회 재생수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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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정찰위성 임차해서 킬 체인 조기구축?…임차 못 한다!
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선제공격하는 킬 체인을 조기 구축하기 위해 외국의 정찰위성을 임차할 계획을 세우고 공식 발표까지 했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상식을 뛰어넘는 속도로 개발해 내놓자 군이 착안해낸 대책입니다. 킬 체인한다고 하면 정부도 따지지 않고 돈을 내주기 때문에 벌써 예산이 편성돼 정찰위성 임차 사업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찰위성 임차 사업은 무산된 것으로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다른 나라의 전략 자산인 정찰위성을 빌려 쓴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었습니다. 우리 군이 아무리 우방이라고 해도 이지스함, 잠수함을 빌려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군은 출구를 찾고 있습니다만 여의치 않습니다. 말은 뱉어놓았으니 뭔가는 내놓아야 할 텐데 정찰위성 임차와 같은 효과를 낼 대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정찰위성 임차는 불가능해졌고 킬 체인 조기 구축도 물 건너갔습니다.

● 외국 정찰위성 임차는 원래 불가능했던 일

군이 정찰위성 임차 대상으로 여겼던 국가는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 등입니다. 이스라엘이 가장 유력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정찰위성은 종종 한반도 상공을 지나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그렇고 이스라엘도 그렇고 정찰위성 같은 전략 자산은 외국에 빌려주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전략 자산을 밖으로 내돌리는 행위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정찰위성을 임차한다면 해당 위성은 한반도 상공을 빈번히 비행해야 합니다. 해당 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자주 지나지 않는다면 궤도를 수정해야 합니다. 북한의 동태를 즉각 살펴서 공격 결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위성의 궤도 수정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위성이 다니고 있는 우주 공간에 새로운 길을 뚫어야 합니다. 국제기구를 통한 복잡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일이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굳이 임차를 한다면 해당 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날 때에만 한시적으로 빌려서 위성이 생산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맹점은 그 위성이 군이 원하는 지역을 콕 찍어서 적시에 이런저런 정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헐렁하고 한가한 북한 위성 정보는 킬 체인에 필요가 없습니다.

● 킬 체인 조기 구축은 없다

정찰위성 사업을 지켜보고 있는 군 관계자들도 슬슬 ‘사업 포기’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임차는 못하는 것”이라며 “다른 방도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 정찰위성과 상업위성이 찍은 북한 위성사진을 구매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문드문 사들인 위성사진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 징후를 사전에 알아낼 수 없습니다. 상업위성의 위성사진은 해상도부터가 떨어져셔 킬 체인 용도로는 못 씁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작년에 군 지휘부가 킬 체인 조기 구축 방안을 찾아보라고 하니까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 정찰위성 임차 사업 같다”며 “스터디랄 것도 없이 잠시 생각만 해봐도 정찰위성은 임차할 수 없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텐데 왜 그랬는지 답답하다”고 털어놨습니다. 군 지휘부의 전문성이 여실히 밑천을 드러냈습니다.

정찰위성 임차 사업 무산의 출구전략은 하나입니다. 호되게 매를 맞더라도 한시라도 빨리 임차 사업 무산을 인정하고 공식 발표해야 합니다. 킬 체인 조기 구축의 핵심적인 방안으로 되지도 않을 임차 사업을 계속 붙들고 있다가는 금쪽같은 시간만 허비하게 됩니다. 킬 체인 정찰위성을 직접 국내에서 개발하는 사업은 국정원, 미래부의 위성 욕심에 벌써 3년을 허비했고 사업 시작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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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위성 임차 사업이든 개발 사업이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돼도 킬 체인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선제타격 기능을 제대로 해낼지 미지수입니다. 그런데 킬 체인 구축의 첫걸음인 ‘눈’ 찾아 넣기부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