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제보하기

[취재파일] '부모멘토' 서천석의 아들 사교육, 엄마들 왜 분노했나…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작성 2017.08.02 13:31 수정 2017.08.02 13:57 조회 재생수19,467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부모들의 ‘멘토’로 흔히 불립니다. 방송과 강연,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놨고, 부모들은 그의 말에 위안을 얻었습니다. 육아와 사회문제 등 발언 분야도 폭넓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부모들을 괴롭히는 사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부모들의 마음을 달랬고, 평범한 엄마 아빠들은 힐링되는 느낌을 얻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여러 사람들과 나눠 온 현실적인 고민들은 그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자양분이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에서 서천석 전문의에 대한 일부 부모들의 비판이 거셉니다. 사교육에 대해 비판적인 취지의 발언을 해왔으면서, 알고 보니 아들을 서울 강남의 유명 학원에 보내 사교육을 시켰고, 과학고에 합격시켰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사교육에 대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했다는 게 비판의 요지입니다. 이름이 거론된 학원이 보통 사교육도 아니고 한 달에 수백만 원을 들여야 하는 곳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한 초등학생 엄마의 실망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통화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단체로부터 정기적으로 메일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서천석 전문의가 이사로 있는 시민단체입니다. (서 전문의는 이번 논란에 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초등생의 엄마는 서천석 전문의가 올린 트윗 내용(아래 사진)을 언급하면서 그가 공개적으로 얘기했던 입장과 정반대된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트위터초등생의 엄마는 또 서천석 전문의가 아들을 보낸 대치동의 학원 수업은 보통 엄마들이 ‘파이널 반’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그냥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학원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단히 비싼 고액 학원이라는 취지인데, 서 전문의는 그렇지 않다고 해명합니다. 초등생의 엄마는 또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을 언급하면서는, 진실한 해명을 했다면 학부모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했을 텐데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번 논란을 정치색을 띤 시민단체의 의도적인 공격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이다, 그런 세력이 아니라는 말도 했습니다.

※ 서천석 전문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eoulmind 

● 서천석 "학원비는 시간당 6만원…월 80만 원 미만"

서천석 전문의의 입장이 궁금했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일단 아들을 강남 학원에 보냈고, 과학고에 합격한 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만들어진 영재’를 위해 사교육을 시킨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한 달 수백만 원의 학원비를 낸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가 학원을 '불성실하게'(띄엄띄엄 갔다는 취지) 다녀서, 시간당 6만원씩 돈을 내는 방식에 따라 한 달에 80만 원이 안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은 팩트니까, 카드 내역을 낼 수도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천석 전문의는 자신의 아이는 작년 여름, 중학교 2학년일 때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작년에는 1주일에 3번, 올해는 5번을 다녔다”고 올렸습니다. 지금은 예비합격 상태고, 학생부에 문제가 없으면 올해 겨울에 입학한다고 서 전문의는 설명했습니다. 또 자신이 아이를 학원에 보낸 것이 아니라, 아이가 과학고에 합격한 친구를 보고, 대치동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원한 것이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발언의 진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좀 더 자세히 옮겨보겠습니다.

● 서천석 "사교육 받지 말자고 한 적 없다"

Q. 비판의 핵심은, 지금까지 해왔던 공적인 발언과 모순되지 않느냐는 것인데?

A. 두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하나는 영재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타고난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제가 사교육에 대해서, 사교육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런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책에도 보면, 사교육에 대해서 적절한 수준으로 잘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한 부분만큼 이용하자고 했다. 강의에서도 제가 보기에 그런 공격을 하는 분들은 강의나 책을 본 적이 없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의 들으면 사교육을 잘 이용해야 한다, 사교육 논리에 너무 휩쓸리면 안 된다, 그렇게 강조를 했지 사교육을 받지 말자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Q. 본인이 사교육 반대론자가 아니라는 뜻인가?

A. 저는 그런 말 한 적도 없고, 제 아들도 사교육을 하고 있다고 강의에서 얘기한 적도 있다.

Q.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단체의 이사로서 부적절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A. 기본적으로. 제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이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교육 문제와 관련해서 크게 싸움이 붙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사실 중요한 건 사걱세 이사도 그냥 대표님들이 회원 모집에 도움 된다고 부탁을 해서, 일종의 홍보성 이사다. 단체에 관여하는 이사도 아니고 총회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이사회도 한 3년 전에 간 게 마지막이고, 이게 현실이다. 이사회가 원래 1년에 한 번이다.

Q. 아이가 대치동 학원에 가고 싶다, 과학고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본인 소신과 다른 부분에 대해 반대한 적은 있는지?

A. 과학고 가는 거에 대해서 제가 반대한 부분은 다른 포인트였다. 저는 다른 영재학교를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학고는 그 내부에서도 내신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근데 아이는 친구가 작년에 다른 지역 영재고에 붙는 걸 보고 자기도 과학영재고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가고 싶다고 하니까 더 이상 얘기는 안 했다.

Q. 사걱세 이사인데, 그 단체는 특목고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목고에 대해 사걱세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건가?

A. 당연히 특목고는 없애야 된다고 생각한다. 영재학교도, 저는 개인적으로는 영재학교도 지금 방식과는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영재학교를 옆에서 보다 보니까, 좋은 것만 같지는 않다. 저는 영재학교도 약간 위탁교육 형식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장기간 학교로 해서 하면,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 제 입장이다. 제 아이가 가도 그렇게 그 학교를 바꾼다고 하면 찬성하는 입장이다.

Q. 본인의 소신과 아이의 선택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건가?

A. 그렇다. 일단 그건 구분한다. 제가 지금 부모가 특목고를 보낸다고 해서 비판하지는 않는다. 부모가 지금 상태에서 그걸 선택한다고, 왜 특목고 보냈냐고 비판하지도 않는다. 비판해 본 적도 없다. 다 본인이 원해서 보낸 것이고, 지금 현재 조건과 상황에서 그게 제일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간 거잖나. 그거 뭐 비판할 게 뭐가 있나.

근데 그것과 별개로, 앞으로의 교육 방향에서 이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애들이 아니라 몇 년 뒤의 애들이 그 학교를 들어가야 하니까. 그럼 우리가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시스템을 만들 수는 있다. 근데 지금은 이미 안 좋은 시스템이 있는 상황에서 손해를 보라고 부모한테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간 분들에 대해서 비판적이지도 않고. 보낸 분들에 대해서 비판한 적도 없다.


Q. 그런데 비판하는 분들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다. 말씀하시는 게 그분들과 괴리감이 느껴진다.

A. 제 의견을 꾸준히 들어온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저는 충격 받는 분들이, 오히려 그런 데를 다니면서 저를 반대 세력이라고 생각해 온 분들이 아닐까. 근데 그건 그분들이 만든 허상이다. 제가 반대 세력인 적이 없었다.

● '사교육의 불편한 진실' 강연 영상 보니

사교육에 대한 해명은 사실일까요. 서천석 전문의는 페이스북 해명을 통해 ‘우리 아이 괜찮아요’라는 책에서 “사교육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절히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썼다고 했습니다. “학원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학원에 다녀도 좋다. 어떤 과목이 특별히 약하다면 학습 전문가인 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가 사교육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강연도 살펴봤습니다. 그는 2013년 ‘사교육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습니다. 영상을 보면, 실제로 일정 연령대에서는 사교육이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사교육의 불편한 진실' 강연 캡쳐 화면반면 사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도 섞여 있습니다. 그는 강연에서 ‘왜 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가’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사교육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주도학습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내용입니다. 고등학교 2, 3학년까지 올라가면, 사교육 시간에 따른 수능점수 향상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 고 2,3학년 정도 되면 사교육을 하지 말고, 그보다 저학년은 필요에 따라 하라는 건가? 그에 대한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사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은 더 있습니다. 사교육은 즉각적인 효과가 있지만, 모두 사교육을 하면 정작 사교육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교육의 함정. 또 특목고 아이들은 그냥 뒀어도 잘했을 애들이다, 사교육을 더 시켜서 잘한다기보다는 더 시켜서 아이들을 망가트린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상, 무모하게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없는 걸 모두가 매달려서 하는 상황이다, 이런 말들이 그렇습니다. 주로 사교육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 고등학생을 언급하면서 나온 말입니다.

특목고와 사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트윗처럼, 앞서 보신 내용들도 있습니다. 또 각종 언론에 한 기고와 저서, 팟캐스트에서 한 발언까지, 공적 발언이 장시간 상당한 분량 누적돼 있기 때문에 직접 모든 걸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 사교육, 반대한 적 없더라도…

부모들은 당신이 그럴 줄 몰랐다, 어떻게 말과 행동이 다를 수 있느냐는 것이고, ‘멘토’는 나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는 상황입니다. 서천석 전문의가 사교육 자체를 명확하게 반대한 적이 없다면, 학원에서 공부해보겠다는 아들의 선택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가 사교육 전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왔고, 그런 발언들이 누적돼 멘토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또 여러 매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인지도를 높여온 것도 사실입니다.

배신감을 느낀다는 사람에게 당신 왜 그렇게 느끼냐, 난 그렇게 얘기한 적 없는데, 라고 하는 상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평범한 학부모들은 그의 강연과 저서, 기고, 팟캐스트 출연 등 모든 발언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러 발언들이 쌓여 사교육에 대한 ‘합리적 비판자’라는 그의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고, ‘사걱세’라는 단체도 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이사로 모신 것 아닐까요. 평소 의사로서 해왔던 것처럼, 다시 한번 부모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