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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화상재판으로 판결까지"…중국의 온라인 법원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7.07.10 12:02 조회 재생수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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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화상재판으로 판결까지"…중국의 온라인 법원
'억울해' 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물건의 환불 문제로 쇼핑몰 업체와 한참을 다퉈야 했습니다. 도저히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자 억울해 씨는 쇼핑몰 대표 '뻔뻔해'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사건번호는 201X가단0000. 오늘은 이 소송의 첫 공판이 있는 날입니다. 하지만 억울해 씨는 법원으로 가는 대신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켰습니다. 

억울해 씨가 인터넷 재판 사이트를 열고 자신의 사건번호를 입력하니 온라인 법정이 화면에 뜹니다. 이미 온라인 법정에는 피고인 뻔뻔해 씨의 법률대리인과 이 재판을 담당할 판사인 '엄격해' 씨도 방금 로그인해 들어왔습니다. 원고·피고와 판사가 화상으로 연결된 온라인 법정에서 서로에게 출석 인사를 주고받은 뒤 재판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소송을 제기하고, 재판 과정에서 문서와 증거들을 교환하고, 당사자끼리 조정을 하거나 판사가 판결을 내리고, 마지막으로 판결 내용을 집행하는 일 모두 인터넷상에서 해결하는 온라인 법원의 모습입니다.

SF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가상현실 세계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온라인 법원이 만들어졌고, 이 온라인 법원을 운영하는 나라는 독일·프랑스도 아니고, 미국·영국도 아니고 물론 우리나라도 아닌 사법시스템 수준이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에 못 미친다고 평가받고 있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시진핑 중국 주석 주재로 열린 당 중앙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제36차 회의에서 저장성 항저우시에 온라인 법원을 설립하는 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인생 살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소송에 휘말려 법원에 갈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적어도 중국에선 소송에 휘말려도 법원에 직접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얘깁니다.

우리나라에선 피고인에게 죄가 있고 없고를 따지는 형사재판은 물론이고, 민사재판도 당연히 법원에서 진행합니다.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법원에 가서 제출해야 하고, 담당 재판부가 재판을 진행할 때도 정해진 법정에 나가야 합니다. 진행해야 할 재판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보니 법원은 소송 당사자들로 늘 북적북적합니다. 한 재판부가 하루에 진행해야 하는 재판 수도 수십 건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법정에 나오더라도 온종일 내 차례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내 재판 차례가 오더라도 불과 몇 분 만에 공판이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려고 내가 법원에 왔는지 자괴감이 들 때고 있고, 굳이 법정에 나오지 않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 법원에서도 소송당사자들의 이런 불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온라인 법원이 최초로 만들어진 저장성 항저우에선 더 그랬습니다. 시후라는 아름다운 관광지로 유명한 항저우는 동시에 알리바바같은 인터넷 기반 회사들의 메카이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온라인 법원의 탄생에는 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제1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가 큰 일조를 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캡처알리바바 그룹 소유인 타오바오, 텐먀오, 즈푸바오 등이 성장을 거듭할 수록 인터넷 거래로 인한 분쟁이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2013년 연간 600건이었던 것이 2016년엔 1만 건을 훌쩍 넘길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초기엔 제품 품질, 환불같은 소액 갈등이었지만 점점 액수도 커졌습니다. 이렇게 분쟁거리가 늘다 보니 기존 방식으로 진행하는 재판으로는 그 증가세를 적절하게 처리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재판 진행방식으론 소송 당사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온라인 법원의 탄생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태생 자체가 지역적인 특수 배경이 있는 부분도 있고 해서 항저우 온라인 법원이 처리하는 사건들은 당장은 인터넷 분쟁 건들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 예시로 드는 사건들은 홈쇼핑계약 분쟁, 제품책임 분쟁, 인터넷서비스계약 분쟁, 인터넷예약 분쟁, 인터넷대출 분쟁, 소액대출 분쟁, 인터넷 저작권 분쟁들입니다.

이런 사건들에 대한 재판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면 소송 당사자들은 시간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매번 아까운 시간을 쪼개가며 법원에 출석할 필요가 없고, 특히 법원과 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에겐 이만한 반가운 일도 없을 겁니다. 당연히 소송비용 부담도 확 줄어들 수 있겠죠? 판사는 판사대로 소송진행 부담을 덜 수 있을 테니, 줄어든 부담만큼 소송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온라인 재판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위험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합니다. 가장 큰 위험부담은 재판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겠죠? 재판 증거물들을 인터넷상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신뢰도를 담보하는 보완책이 꼭 필요합니다. 신뢰도를 담보하기 위해 증거물 제출과 교환을 기존대로 오프라인으로 진행한다면 온라인 법정의 존재가치는 있으나 마나합니다.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몇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문서 증거는 그 스캔본을 떠서 온라인상으로 제출해야 하고, 실물증거도 사진을 찍어서 그 스캔본을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실물증거의 경우는 재판부에 증거물을 우편 등으로 보내주면 됩니다. 증거를 제출할 때는 본인이 보낸 게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본인 인증서를 함께 첨부하도록 했습니다. 일단 온라인으로 이렇게 제출된 증거들이 서로 이의가 없다면 그냥 소송을 진행하면 되는데, 만약 이의가 있다면 그땐 증거 원본에 대한 공증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법원항저우시가 인터넷 기반이 워낙 발달된 도시인 데다 그 지역 회사들이 온라인 활동에 익숙한 지역적인 특수성도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온라인 법원을 선도한다는 건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법원도  문서 증거를 인터넷 접수하는 건 인정하고 있지만, 중국 온라인 법원처럼 소송 제기부터 판결까지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 온라인 법원에서 다루고 있는 각종 인터넷 분쟁은 우리나라에서도 다수의 분쟁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폭발적인 증가세가 예상되는 사건들입니다. 그런 상황이 예상되는데도 '그래도 재판은 법원에서 받아야지'라는 걸 고집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법원이 권위를 갖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모를까 재판도 당사자인 원피고를 위한 사법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소송당사자가 바라는 대로 보다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건 법원의 어쩌면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