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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인사청문대해부 ⑤ "돈·권력·명예, 셋 중 하나만 있어도 통과 못 한다"…베일에 싸인 인사 검증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17.07.04 11:41 수정 2017.07.14 17:28 조회 재생수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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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인사청문회대해부
▶ [마부작침] 인사청문대해부 ① '논란 인사' 비율…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노무현 정부 順으로 높았다
▶ [마부작침] 인사청문대해부 ② 의원 불패, 관료 무난, 교수 험난…직업별 인사 성적표
▶ [마부작침] 인사청문대해부 ③ 부처에 따라 장관 후보 '필수 의혹' 따로 있다?
▶ [마부작침] 인사청문대해부 ④ "민정수석은 검찰 출신이 적임?"…역대 민정수석 성적표
 

"무능하고 무책임의 전형적 표본입니다. 서울대 교수 시절 그렇게도 정의를 외치던 모습은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야당은 타깃을 민정수석실로 삼았다. 인사 검증 실패 책임을 민정수석에게 묻고 나섰다. <인사청문대해부 ① '논란 인사' 비율…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노무현 정부 順>~<인사청문대해부 ④ "민정수석은 검찰 출신이 적임?"…역대 민정수석 성적표> 기사에서 연속 보도했듯 인사 실패는 과거 정권에서도 반복된 것으로, 바뀐 게 있다면 공수일 뿐이다. 지금 야당이 여당일 땐 방어를, 지금 여당이 야당일 땐 공격을 하며 민정수석실의 책임을 추궁했다.

인재를 발굴해 중요 직책에 앉히는 건 대통령의 역할이고, 이를 책임지고 보좌하는 곳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다. 우리 사회에 직접적이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최고위급 공무원들의 자격을 사전에 검증하는 민정수석실은 언제 만들어졌고, 인사 검증 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는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에서 알아봤다.

● 민정수석실의 시작 박정희 정권 '민원수석' + '정보수석'

2000년 6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대법관, 재판관 등 23명을 시작으로, 현재는 64명으로 청문회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민정수석의 역할도 늘어났다. 검증을 비롯해 대통령 친인척 관리, 공직자 감찰,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 조율 등 각종 민감한 정보를 다뤄 청와대 내에서도 전통적으로 ‘실세 수석’으로 분류되던 곳이 민정수석실이다.
[마부작침] 인사청문회다른 수석실에 비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민정수석실이지만, 역사는 정무수석실이나 홍보수석실보다 짧다. 공보수석(현 국민소통수석)의 경우 1948년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정권부터 존재했지만, 민정수석실은 그 뒤 만들어졌다. 1964년 2월 박정희 정권 때  ‘민원수석’과 ‘정보수석’이 청와대에 처음 등장하면서 지금의 민정수석 역할을 나눠가졌다. 그러다 69년 3월 ‘민원실’과 ‘정보실’을 통합해 ‘민정수석실’을 만들었다.

그 뒤 민원수석(최규하 정권), ‘민보수석과 사정수석(전두환)’ 등 명칭 변경을 반복하다 1993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민정수석실로 다시 자리 잡았다. 과거 민정수석실은 인사 검증 역할을 수행했지만, 주로 사정기관 정보 취합, 세평, 동향 파악, 감찰 등 대통령의 눈과 귀, 그리고 손이 되는 정보부서의 기능을 주로 했다. 인사청문제도 도입 후인 2000년 후부터 검증 역할이 크게 증가했다.

[마부작침] 인사청문회민정수석실의 역할이 커지면서 산하 부서도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했다. 현재 민정수석실 산하엔 민정(친인척 관리), 반부패(공직자 감찰 및 사정기관 조율), 공직기강(인사검증 및 청와대 내부 감찰), 법무비서관실(법률 보좌) 4개로 나눠져 있다. 친인척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특수성이 반영된 박근혜 정권에선 민정수석실 산하에 민정(사정기관 조율, 감찰), 공직기강(인사검증 및 청와대 내부 감찰), 법무, 민원비서관실(민심 파악)로 구성돼 있었다. 민정수석실의 종합적 역할은 비슷했지만, 통수권자의 철학과 상황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며 하위 부서가 바뀐 것이다.

이 중 인사검증 역할을 주된 임무로 하는 공직기강팀은 김영삼 정부 당시인 95년 12월 민정 산하 부서로 등장했다. 그 뒤 잠시 이름이 사라졌지만,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김대중 정부에서 다시 등장해 현재까지 민정 산하에서 꾸준히 존재하고 있다.

● 사전설문지 받은 뒤 "막막하다…현실과 이상의 차이"

“돈, 권력, 명예. 셋 중 하나라도 가지고 있던 후보는 결격 사유도 가지고 있어 청문회 통과가 어렵다”

전 정권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을 맡았던 책임자의 말이다. 청문회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푸념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공직사회에 요구하는 청렴성과 도덕성을 충족하는 후보자가 극소수라는 뜻이다. 시민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최고위 공직자가 도리어 흠결이 많은 게 우리 사회 현실이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뭄에 콩 나는 것보다 힘든 게 '후보자 찾기'라지만, 인사 추천 과정과 검증 절차가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다. 검증 도중 후보자가 노출되면 잡음이 생기고, 내부 검증 도중 철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선과 검증 과정엔 보안이 수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부작침] 인사청문회다만, 복수의 민정수석실 관계자를 통해 검증 절차의 얼개를 파악할 수 있다. 대통령과 민정수석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 민정수석이 인사를 추천하는 상향식, 대통령이 지명해 검증하는 하향식 등으로 정권별로 인선 방식은 다르다. 상향식이든 하향식이든 검증 절차는 통상 민정수석이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후보군을 알려주면서 시작된다.

지난 정권에선 민정 산하 공직기강실은 감찰반(청와대 직원 대상)과 인사검증반(이하 검증팀), 두 팀으로 구성됐다. 검증팀은 청와대가 아닌 감사원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데 3~5급의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금감원 직원 등 20여명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민정수석의 지시가 내려오면 검증팀은 후보자에게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를 보낸다.

“병역 면제, 음주운전, 농지 취득, 비상장 주식 매매, 논문 표절 등 전력이 있느냐” 등 약 200문항으로 된 질문지는 기초 조사 항목이다. 해당 질문지는 민정수석실에서 파악 못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 다시 추가되는 '반면교사 형태의 문제은행식'으로 점차 확장돼 왔다. 예컨대 이명박 정권 당시 고위공직자의 ‘쌀소득보전직불금’ 논란을 겪은 뒤 해당 질문이 생겼다고 한다.
[마부작침]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질문지를 보낸 뒤, 검증팀에선 경찰청, 국세청, 병무청 등 12군데가 넘는 국가기관을 통해 후보자 관련 자료를 확보한다. 이를 토대로 납세, 전과, 병역 등 결격 사유를 찾는 광범위한 검증을 한다. 후보자가 밝히지 않은 흠결도 이 과정에서 살펴보게 된다. 또, 추가 조사가 필요하면 검증팀 행정관이 후보자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러나 후보자들은 인터뷰 전 단계인 '질문지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거 공직기강비서관을 역임한 A씨는 “질문지 답변을 받는 순간 막막해진다. '아니오'를 기대한 질문엔 ‘예’, 예를 기대한 질문엔 ‘아니오’였다”며 “처음엔 오피니언 리더의 도덕성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느냐며 부끄러웠지만, 반복되다 보니 현실과 이상의 차이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정수석실 출신 법조인은 “처음엔 단수 후보로 A부처 장관 후보 검증 지시가 내려왔는데 거듭 막혔고, 나중엔 5명을 동시에 진행했는데도 적임자가 없었다"며 "심지어 20명을 한꺼번에 검증하다가 결국 청문회 통과가 용이한 국회의원 출신으로 했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나마 질문지에서 솔직하게 답하면 다행이라고 한다. 장관급 공직자 후보  B씨의 경우 질문지에선 ‘병역 면제를 받았지만,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인선 발표에 임박해서 “검증 철회”를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알고 보니 입영을 지속적으로 미뤄 고령으로 면제를 받은 것이었다"며 “검증을 하더라도 후보자가 솔직하지 못하면 사각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에서 자체 검증을 통과한 후보자들은 공식적으로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돼 최종 승인을 받고 외부에 공표된다. 다만, 복수의 후보자를 둔 인선 과정에선 수시로 대통령,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이 논의를 거쳐 단수로 압축이 된다. 결정 과정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견이 절대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민정수석 등 참모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대선을 거치며 정재계, 언론계, 학계, 시민사회계 인사와 다양한 인맥을 맺은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후보자 개개인의 성향과 자질을 아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참모의 조언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과거 정권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복수 후보자에 대해 검증 보고서가 올라갔는데, 상대적으로 도덕적 흠결이 많고 경력 부족인 A후보가 낙점된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검증보고서 내용보단, 민정수석 또는 비서실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부작침] 썸네일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안혜민 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