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탁구 세계선수권 여자 단체전 우승을 거뒀던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은 한민족의 저력을 세계에 뽐냈고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추진되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27년 전처럼 좋은 기억만을 남기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단일팀 추진에 무리한 점은 없는지, 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 선수 구성은 5:5?…현격한 기량 차이

내년부터는 남북한의 디비전 자체가 다릅니다.) 또 다른 종목들과 달리 아이스하키는 23명의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계속 교체하면서 호흡을 맞춰야 해 더욱 끈끈한 조직력을 요구합니다. 몇 년 동안 훈련 방식도, 환경도 전혀 달랐던 선수들이 단기간에 손발을 맞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우리 선수 20여 명에 가장 실력이 뛰어난 북한 선수 1~2명을 추가하는 방안이 아닌 한 전력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 전지훈련 등 차질 불가피…미국 전지훈련 시 북한 선수들 비자는?
단일팀을 구성하면 당장 훈련부터 차질을 빚을 전망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현재 태릉에서 NHL식 체력 훈련을 받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또 8월부터는 스위스 전지훈련, 미국 전지훈련, 헝가리 대회 출전, 다시 미국 전지훈련 등 해외 전지훈련과 대회 출전이 줄줄이 잡혀 있습니다.
단일팀이 이뤄진다면 북한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 와서 훈련을 해야 할지…또, 미국을 비롯한 해외 전지훈련에 함께 참가할 수 있을지…실무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올림픽을 위해 몇 년 동안 준비한, 그리고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훈련 일정을 모두 틀어 버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 평창 꿈을 접어라!…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

● 그동안 무엇을 위해 투자하고 땀을 흘렸을까?
올림픽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최고의 기량을 겨루는 대회입니다. 가끔은 화합과 공존을 위해 난민이나 스포츠 불모지 국가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하기도 하지만,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이들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올림픽에서 사상 첫 승을 거두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투자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비약적으로 실력이 발전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시아에서도 10대 0, 20대 0으로 완패하던 선수들이 이제는 세계 정상권 팀들과 대등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지금은 단일팀 논의로 우리 선수들의 입지를 불안하게 할 때가 아니라, 올림픽을 향해 마지막 스퍼트를 해야 할 때입니다.
스포츠를 통한 남북의 교류는 중요합니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감도 완화돼야 합니다. 그리고 평창 올림픽은 이를 위한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남북 단일팀만이 유일한 열쇠는 아닙니다. 남북한 선수단 공동 입장, 남북 공동 응원단 등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거나 최선의 전력을 포기하지 않는 다른 해법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단일팀 추진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 신중한 고민과 접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