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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의 쓰레기 분리수거가 갈 길이 먼 이유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7.06.14 13:51 수정 2017.06.14 18:01 조회 재생수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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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중국의 쓰레기 분리수거가 갈 길이 먼 이유
두 달여를 보낸 베이징 특파원 생활 중에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건 금요일 아침 모습입니다. 서울의 제가 살던 곳에서는 금요일 아침이 정말 분주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분리해놓은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날이기 때문이죠. 일주일에 이날 딱 하루만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수 있기 때문에 금요일은 한바탕 쓰레기 소동을 벌여야 했습니다.

혹시 금요일에 부득이하게 집을 비워 한 주라도 거르는 날엔 일주일 내내 쓰레기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당연히 베이징으로 이사를 한 뒤에 부동산 중개인에게 처음 물었던 질문이 바로 쓰레기 처리였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버리나요? 재활용 쓰레기는 무슨 요일에, 어디에 버립니까?"라고 물었더니, 왠걸 부동산 중개인은 '별 질문 다 들어보네'라는 표정으로 "쓰레기통에 다 버리세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냥 다 버리면 된다'…. 부동산 중개인의 무심한 듯한 이 말 한마디는 그동안 스스로를 억제해왔던 봉인(?)을 풀어버린 듯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람 변하는 건 한순간이더군요. 일단 쓰레기 분리수거 부담을 털어내니, 쓰레기를 버리는 데 주저함이 사라졌습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따로 모아둘 필요도 없으니 집안이 상쾌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편리함을 잊은 채 그동안 소동을 벌이며 살았던가 싶으니, 금요일 아침의 소동은 까마득한 옛날얘기처럼 느껴져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졌습니다. 서울에서는 별로 쓸 일이 없었던 비닐봉지는 베이징에선 모든 쓰레기를 다 처리할 수 있는 만능봉지가 됐고, 쓰레기 처리 문제로 주저했던 배달음식 주문은 베이징에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베이징 생활에서 가장 편리한 게 쓰레기 버리는 문제"라는 말까지 듣고 보니, '나만 이러는 게 아니구나' 싶어 그나마 남아 있던 양심의 가책조차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쓰레기 더미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2,200만 명이 거주하는 베이징에에서 하룻동안 배출되는 쓰레기는 무려 23,800t이나 됩니다. 서울시 하루 배출량이 7,000t이 채 안 된다고 하니까 베이징이 서울보다 매일 3.5배 정도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꼴입니다. 특히 베이징시는 경제 성장 속도에 따라 쓰레기 배출량이 매년 상당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10년 전만해도 이 쓰레기들을 거의 다 땅에 묻었는데 이젠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 넓다는 베이징도 더 이상 쓰레기를 묻을 땅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베이징시는 대신 소각처리시설을 대폭 늘렸습니다. 지금은 쓰레기의 42% 정도를 소각 처리하고, 37% 정도만 땅에 묻고 있는 상황입니다.

쓰레기 소각 처리 방식은 전력과 난방 연료를 만들면서, 기존 난방 연료인 석탄 사용을 많이 줄였지만, 소각처리 자체로 인한 대기 오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매년 막대한 비용이 들고 있습니다. 매년 20억 위안, 우리 돈으로 3,500억 원 정도가 쓰레기 태우는 데 쓰인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베이징시도 쓰레기 분리수거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만 잘 되어도 매년 천문학적인 소각 비용을 무려 2/3나 줄일 수 있습니다. 비용뿐인가요? 환경 문제도 당연히 개선될 겁니다. 사실 베이징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그동안 시행하지 않았던 게 아닙니다. 2010년부터 3,579곳의 주거지역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실시해왔습니다.

이 숫자는 베이징 전체 주거지역의 80%에 해당하고, 8백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사는 지역입니다. 그런데도 지금 베이징의 쓰레기 분리수거 현실은 이 지경입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전후로 한때 반짝했지만, 다시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분위기는 사그라들었습니다.

왜 상황이 이렇게 됐을까요? 일단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여건과 시설이 받쳐주질 못하고 있습니다. 설령 집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아파트 단지 내에는 정작 그걸 세심하게 분리해서 모아둘 장소가 없습니다. 간혹 쓰레기를 분리수거를 해서 모아놓는 장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그걸 수거해가는 쓰레기차는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다 섞어서 처리해갑니다.
쓰레기 소각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왜 애써 분리수거한 쓰레기를 한꺼번에 담아가냐고 쓰레기 수거 차량에 따지면, 어차피 대부분 사람들이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데, 극소수의 분리수거 쓰레기를 위해 분리수거 차량을 따로 운영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수거 차량을 따로 불러달라고 하면 아파트 관리회사에선 그건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된 비용이 아니라며 오히려 아파트 주민위원회에서 관리비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수 없다는 변명이 차고도 넘쳐나는 상황이죠?

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매우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베이징의 한 언론사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20%도 안 된다는 기사를 썼는데, 사실 체감적으로는 시민들의 인식이 그보다 훨씬 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현실입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더라도 벌금을 내거나 불이익을 당할 일도 없고, 오히려 별종 취급받는 상황에서, 시민들 입장에선 굳이 불편하고 귀찮은 분리수거를 할 동기부여도 없는 셈입니다. 머지않아 지금의 미세먼지 문제만큼이나 쓰레기 처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베이징 시민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중국 정부가 이제서야 칼을 빼 들었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텐진 등 전국 46개 주요 대도시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를 강제로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당장 시행하는 건 아니고 2020년부터 일반 주거지역까지 확대 시행하겠단 겁니다.

하지만 그 중 광동성 션전시는 지금 그런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션전시는 이번 달부터 쓰레기 분리수거를 의무화했고, 음식물 쓰레기나, 폐지, 플라스틱, 건전지 등을 분리수거하지 않으면 개인은 건당 50위안(약 8,500원 정도), 기업은 1,000위안(약 17만 원 정도)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아파트 단지 관리회사에게도 5,000위안(약 85만 원 정도)의 벌금을 매길 예정입니다.

이제라도 중국 정부가 쓰레기 분리수거에 의지를 보이는 건 중국은 물론 지구환경 전체로 봐서도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제도와 규정을 갖추는 게 우선 시급한 일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급한 일은 중국인들의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과 생활 습관의 변화입니다. 아무리 제도와 규정을 잘 완비해놓더라도 분리수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지금 이 정도의 수준에 머무른다면, 중국에서의 쓰레기 분리수거는 또 다시 요원해질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