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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람 잡는 '너울' 다 같은 '파도'가 아니다.

조재근 기자 jkcho@sbs.co.kr

작성 2017.06.13 09:19 조회 재생수1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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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사람 잡는 너울 다 같은 파도가 아니다.
지난 3일 오후 5시쯤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에서는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있었습니다. 백사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20대 남성 3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다가 1명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2명이 숨졌습니다. 숨진 2명은 형제 사이로 가족 여행을 왔다가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같은 날 강원도 고성군 천진해변에서도 역시 물놀이를 하던 20대 남성 2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는데 다행히 자력으로 빠져나왔습니다.
 
동해안에서 너울성 파도에 의한 인명 사고는 자주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삼척 해안가 공사장에서 너울성 파도가 덮치면서 근로자 1명과 구조에 나섰던 해경 특공대원 2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강원 동해안에서는 너울성 파도에 의한 사고로 8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너울성 파도'너울성 파도'는 통상 '너울'을 이해하기 쉽게 부르는 명칭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명칭은 너울(swell)입니다. 너울을 이해하려면 우선 풍랑(풍파)과의 차이점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풍랑 또는 풍파(wind wave)는 말 그대로 바람에 의해서 생겨나는 파도입니다. 특정한 해역에 일정한 강도 이상의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 때 그 에너지로 생기는 것입니다. 반면 너울은 해당 지역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다른 해역의 기상현상에 의해 만들어진 파도가 전파된 큰 물결을 의미합니다. 저기압이나 태풍 등 기상현상에 의해서 만들어지거나 또는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풍랑(풍파)이 이동하면서 너울이 되기도 합니다.
 
너울에 의한 인명피해가 많은 이유는 우선 너울이 바닷가 날씨와 상관없이 밀려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풍랑은 대개 바닷가에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발생하기 때문에 파도가 높아지면서 피서객이나 관광객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반면 너울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 바람이 없더라도 해안으로 밀려올 수 있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물놀이를 즐기고 싶은 욕구가 강한 상태에서 관광객들은 자연스레 파도에 대한 경계심이 덜 하게 됩니다.
너울성 파도그러나 너울은 풍랑보다 더 큰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파장과 주기가 풍랑보다 길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은 주기가 8초 이상인 것을 너울로 보고 있는데 큰 너울의 경우에는 주기가 20초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너울은 밀려오는 물결과 물결의 간격인 파장(거리)이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달하기도 합니다.
 
주기와 파장이 길기 때문에 너울은 먼 바다에서 해안으로 접근할 때 해저지형에 부딪히며 에너지가 감소하는 풍랑(풍파)과 달리 대부분의 힘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해안으로 밀려옵니다. 같은 높이의 파도가 밀려왔어도 주기가 5초짜리인 파도의 바닷물 양과 주기 10초짜리인 파도의 바닷물 양은 힘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힘의 차이만큼 백사장 깊숙이 밀려들어 오게 되고, 또 바닷물이 다시 바다로 빠져나갈 때도 더 많은 양의 물이 이동하면서 사람을 넘어뜨리고 끌고 가는 힘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너울은 또 어느 시점에 높게 밀려올 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위험합니다. 너울이 이는 날 관광객들은 바닷가에서 불과 몇 분 동안만 파도를 살핀 뒤 낚시를 하기 위해 갯바위를 오르거나 파도를 구경하려고 방파제를 걷기도 하는데 아주 위험한 행동입니다. 몇 분 동안은 파도가 갯바위나 방파제를 넘지 못해도 몇 십 분에 한번 씩은 커다란 파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밀려오는 너울이 주변 구조물이나 지형 등의 영향을 받아서 크고 작은 크기의 파도가 중간 중간 섞이거나 겹쳐지면서 크기가 다른 파도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너울성 파도기상청에 따르면 강원도 동해안에서는 8초 이상의 주기를 가지고 한 번 밀려왔을 때 12시간 이상 지속되는 너울이 2015년 42번, 2016년 37번 관측됐고 올해도 6월 초까지 18번이 있었습니다. 단기간의 관측 자료이기 때문에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2015년과 2016년 자료로 계산해 봐도 평균 열흘에 한 번 꼴로 너울이 찾아오는 겁니다.
 
강원도 동해안에서 가장 빨리 해수욕장을 개장하는 곳은 강릉 경포 해수욕장으로 7월 1일입니다. 나머지 해수욕장도 7월 7일과 14일부터 차례로 문을 엽니다. 이때까지 대부분의 해수욕장에는 인명구조요원도 배치되지 않아서 물놀이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구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비단 여름철 해수욕뿐 아니라도 안전하고 즐거운 휴식과 관광을 위해서 바닷가에서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거나 너울이 있다고 예보된 날에는 반드시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자료협조:
김인호 (강원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허동수 (경상대학교 해양토목공학과 교수)
최승천 (강원지방기상청 해양예보전문 상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