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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과도한 미움, 경유차는 억울하다

환경기준 따라 '친환경', '미세먼지 주범' 오락가락

고철종 기자 sbskcj@sbs.co.kr

작성 2017.06.12 10:28 조회 재생수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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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과도한 미움, 경유차는 억울하다
미세먼지가 화두가 되면서 경유차가 천덕꾸러기 신세입니다. 경유차를 모는 사람들에겐 선뜻 내 차가 디젤엔진을 장착한 경유차라고 말 꺼내기가 꺼려지는 때입니다. 얼마 전에 기자에게도 5년 된 경유차의 종합검사를 받으라는 통지서가 날라 왔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벌써 그렇게 됐나."하고 무심코 넘어갔을 테지만, 그렇지 않더군요. 경유차가 요즘 '미세먼지 역적'으로 몰려있으니 차량 검사를 좀 더 세게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었습니다.

휘발유차와 경유차를 번갈아 몰다 보면 두 차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말썽꾸러기 경유차도 알고 보면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같은 배기량 기준으로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30~40%가량 좋습니다. 엔진 연소방식의 차이 때문이죠. 게다가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쌉니다. 연비가 더 좋은데 기름값이 싸니 3,000cc 경유차 연료비가 2,000cc 휘발유차 정도밖에 들지 않습니다.

주행감에도 많은 차이가 있는데 간단히 말해 경유차는 힘은 좋은데 빠르진 않습니다. 순간 가속력이나 견인력은 뛰어나지만, 경주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죠. 차량의 출력을 이야기할 때 마력과 토크라는 두 가지 표기가 있습니다. 토크는 비틀어 돌리는 힘을 말하고, 마력은 일정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말합니다.

연소실 내 연료와 공기 혼합가스를 극도로 압축해 그 압축열로 자연 폭발시키는 디젤엔진(경유차)은, 플러그로 불꽃을 만들어 착화시키는 가솔린엔진(휘발유차)에 비해 토크가 강합니다. 바퀴를 비트는 힘이 강한 대신, 가솔린엔진에 비해 빨리 일하진 못합니다.
귀경길 정체날렵한 육상선수와 헤비급 역도선수 두 명이서 자전거 경주를 한다고 치면, 역도선수의 하체 근력이 더 강해 자전거 바퀴를 미는 힘은 더 크겠지만, 바퀴를 빨리 돌리는 능력은 육상선수가 더 유리할 겁니다. 결과적으로 육상선수가 더 빨리 결승점을 통과할 테죠. 휘발유차가 육상선수라면, 경유차는 역도선수입니다.

그래서 힘이 필요한 일에 적합합니다. 화물차나 덤프트럭 같은 중기계가 대부분 디젤엔진으로 움직이죠. 힘이 센 만큼 진동과 소음도 심합니다. 기술이 많이 진전됐다고 하지만, 경유차는 정숙성에선 휘발유차에 미치지 못하죠.

어쨌든 요즘 분위기에선 경유차는 '힘센 불량배'가 됐습니다. 이 와중에 쌍용차처럼 경유차 비중이 높은 자동차 회사들은 경유차에 오해가 많다며 해명에 나서는가 하면, 일부 전문가들도 경유차가 폭스바겐 사태 등의 요인 때문에 과도하게 미움을 받고 있다고 두둔합니다.

사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살펴보면 대표적인 환경오염 물질에 대한 기준이나 잣대, 혹은 그것의 비중 변화에 따라 경유차는 '친환경 차량' 혹은 '오염의 주범'이란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2000년대에는 이산화탄소가 환경위기의 가장 큰 핵으로 불리었습니다. 그때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휘발유차보다 30%가량 적은 경유차가 '친환경'으로 분류됐고 그래서 유럽에선 한때 경유차 비중이 55%를 넘어서기도 했죠.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경유차 확산의 계기가 됐었고요.

그런데 환경오염의 주요 잣대가 이산화탄소에서 미세먼지로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옮겨갔습니다. 게다가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탄소 입자가 건강이란 요소와 겹쳐지면서 민감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이산화탄소는 '지구환경', '장기적 오염'이란 다소 먼 느낌이라면 미세먼지는 '내 건강', '즉시적 위협'으로 다가온 데다, 공교롭게 폭스바겐 같은 제조업체의 부도덕성까지 알려져 경유차에 대한 혐오가 더 커진 겁니다.
미세먼지, 황사미세먼지 해결이 정부의 중장기적 주요 과제가 되면서 이제 그 원인에 대해서도 차분하고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 됐습니다. 경유차가 오염원이라면 그 비중과 오염 메커니즘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한 정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경유차, 중국요인, 화력발전소, 공사장 비산먼지 등이 각각 어떤 비중으로 국내 미세먼지를 구성하고 있는지 정밀 분석하고, 질소산화물 같은 화학물질이 실제로 어떻게 미세먼지 발생에 관여하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최근 유럽의 한 연구기관은 휘발유차 특히, 직분사엔진(GDI)을 가진 차종이 오히려 경유차보다 몇 배나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전선도 확대시켜야죠.

어떤 때는 중국이 미세먼지의 원흉이라고 성토하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알고 보니 국내 발생비중이 더 높더라고 하거나, 경유차가 주범이라고 하다가 그런데 이번엔 휘발유차도 문제가 있다더라고 정부와 전문가 집단이 계속 헷갈려하면, 그 결과로 불합리한 규제양산과 자원낭비가 초래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로 인해 국민의 선택권과 편익에 피해를 줄 거고요.

자동차 발전의 큰 흐름은 친환경입니다. 미래 자동차는 어차피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가는 길 중간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이제 감정적 접근을 배제하고 이성적 분석과 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