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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숨 쉴 맛 나네!…미세먼지, 다 어디로 갔니?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7.06.11 15:51 수정 2017.06.12 09:39 조회 재생수7,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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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다 어디로 갔지?

하늘이 참 푸르다. 눈이 부시다. 이제 미세먼지가 문제가 아니라 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강한 자외선이 문제다. 미세먼지보다 자외선이 만들어 내는 오존이 더 걱정이다.

늘 뿌옇기만 하던 하늘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이 자주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5월 중순부터다.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81~150)’~‘매우 나쁨(151~)’ 수준까지 올라갔던 것은 5월 8일이 마지막이었다. 불청객 황사가 나타나면서 강화의 미세먼지 농도는 최고 312㎍/㎥까지 올라갔고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도 262㎍/㎥까지 올라가는 등 곳곳의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 300㎍/㎥ 안팎까지 올라갔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미세먼지19대 대선이 치러진 5월 9일에도 황사의 영향으로 수도권과 충청, 강원 영서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까지 올라갔다. 12일에도 경기 북부 일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현재까지 한 달 정도는 미세먼지 농도가 오르락내리락하기는 했지만 ‘나쁨’ 수준까지 올라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이 종종 나타났다.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캐나다나 노르웨이 수준으로 공기가 깨끗하고 청명한 날이 나타나기도 했다.

겨울부터 봄까지 시도 때도 없이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먼지를 내뿜던 공장이나 차량, 석탄화력발전소가 모두 멈추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한 것일까? 일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 미세먼지가 사라졌다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미세먼지가 극에 달했다 사라진 시기가 정권교체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뚝 떨어진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계절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 올해만 특별히 요즘 시기에 미세먼지 농도가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매년 비슷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통 매년 여름철, 넓게는 5월 중하순부터 10월 중하순까지 상대적으로 미세먼지가 농도가 낮다. 물론 계절이 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다양하다. 계절 변화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계절 변화로 나타나는 큰 변화는 바람 방향의 변화다.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이나 봄철에는 주로 북서풍이 불어온다. 미세먼지가 심한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동부 또는 북동지역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들어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바람 방향은 북서풍에서 점차 서풍, 남서풍으로 바뀐다. 이동성 고기압이나 저기압의 위치에 따라 북풍이나 동풍이 불어오기도 한다. 한반도로 불어오는 바람이 먼지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깨끗한 지역에서 불어오면서 미세먼지 농도 또한 뚝 떨어지는 것이다.
계속 되는 초여름 더위여름철로 들어서면서 연료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큰 이유가 된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중국이나 한국이나 난방용 연료소비가 크게 줄어들고 나무 등 땔감 소비도 크게 줄어든다. 그만큼 미세먼지 발생 자체가 겨울이나 봄철에 비해 감소하는 것이다. 여름으로 다가오면서 추울 때보다 비가 자주 내리면서 대기 중 먼지를 씻어 내리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여름철로 들어서면서 기온이 올라갈수록 대기 혼합고(Mixing height)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혼합고는 지표 부근에서 공기가 균일하게 섞이는 고도를 말하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혼합고는 높아진다. 추운 겨울철 혼합고의 고도는 500~700m 정도로 낮지만 기온이 높은 여름철 낮에는 보통 1,500m 정도까지 높아진다. 겨울철에 500~700m 정도까지만 공기 중 먼지가 균일하게 섞인다면 여름철 낮에는 1,500m 고도까지 먼지가 골고루 섞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공기 전체에 같은 양의 먼지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2~3배 높이까지 먼지가 골고루 섞일 수 있는 여름철에는 지표 부근의 먼지 농도가 겨울철에 비해 1/2~1/3일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계절이 여름철로 다가설수록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 현지의 미세먼지 농도도 크게 낮아진다. 보통 중국의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12월과 1월 등 겨울철에 가장 높고 여름철에 가장 낮은데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발원지인 중국 베이징과 텐진, 스자좡, 칭다오, 상하이, 난징, 하얼빈, 장춘, 선양 등 9개 지역의 올해 월 평균 초 미세먼지(PM2.5) 농도를 보면 1월이 97㎍/㎥로 가장 높았고 2월은 71, 3월 59, 4월 51, 5월은 42㎍/㎥로 계속해서 뚝 떨어지고 있다(자료: 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관련 사이트). 여름철로 들어서면 바람 방향 등이 바뀌면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설사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날아오더라도 겨울이나 봄철만큼 심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여름철에 바람이 강해져 미세먼지가 빨리 확산하면서 농도가 낮아졌을 가능성은 낮다. 30년 평균자료를 볼 때 여름철보다 봄철과 겨울철에 바람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연중 바람이 가장 강한 달은 3월과 4월로 월 평균 풍속이 초속 2.8m다. 이어 2월이 초속 2.6m, 5월이 초속 2.5m, 1월 평균 풍속은 초속 2.4m다. 반면 여름인 6월 평균 풍속은 초속 2.2m, 7월은 초속 2.3m, 8월에는 초속 2.1m의 바람이 분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여름철로 들어서면서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뚝 떨어진다. 맑고 푸른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름철에도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 나타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드물다. 공기가 오래 정체될 경우 어쩌다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10월 중순 또는 하순까지는 푸른 하늘도 자주 보고 조금 맘도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름철이라고 불청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존이다. 오존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에 많이 만들어지는데 심해도 미세먼지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기체인 만큼 마스크로도 걸러지지 않는다. 햇볕이 강한 오후에는 오존이 많이 생성되는 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 주유소나 세탁소 근처 등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 특히 호흡기 질환이나 눈 질환이 있는 사람, 노약자나 어린이는 볕이 강한 여름철 오후에는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