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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정말 걱정하는 것은?

[월드리포트] 일본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정말 걱정하는 것은?
위 사진은 얼마 전 일본의 한 소학교(우리 초등학교)에서 발견한 사진뉴스 게시판입니다. 아사히신문 제공으로 4개의 메인 뉴스 가운데 하나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정권 교체는 일본에게 중요한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만큼 일본 분들을 만나면 거의 빼놓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일본 소학교 내 문재인 대통령 당선 뉴스 게시물
사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일본 언론들은 노골적으로 문 대통령을 반일 인사로 몰아붙였습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고, 2016년 독도를 방문했던 점을 주로 지적하더군요. 지난 18일 문희상 일본 특사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방문했을 때도 일본 기자들의 주요 질문은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했느냐?'였습니다. 역시 당장 한일 외교의 최대 현안은 위안부 합의 재협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기자, 학자, 공무원들을 만나면서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일본 분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합니다.

♦ 일본 방송국 간부 "문 대통령이 이낙연 전남지사를 총리로 내정한 사실에 기대가 크다. 동아일보 도쿄특파원도 지내셨고, 일본어도 잘 하신다고 들었다. 얼마 전 일본 정치인을 만났더니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 일본 정계의 친한파 의원 가운데 이 후보자를 칭찬하는 사람이 많다. 그 분이 문재인 대통령의 반일 정서를 좀 누그러뜨렸으면 좋겠다. 그런데, 또 그러다가 이 내정자가 한국에서 친일파로 몰리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 일본 A기자 "문 대통령이 얼마나 반일 인사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때 한일 관계를 생각하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의 대 일본 연설들이 한국에서 지금도 인기가 있지만, 일본 입장에선 끔찍했다. 2006년 4월 일본 외무성의 '조선반도를 둘러싼 움직임'이라는 보고서가 한국 언론에 유출됐지 않았냐? 그 때 정말 한일 관계는 최악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으로 외교 담당은 아니었지만, 같은 정권에 있지 않았나?"
2006년 4월 독도 연설을 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조선반도를 둘러싼 움직임 보고서=2006년 4월 노무현 정부는 독도 주변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 내의 해저지명을 국제수로기구에 등록 추진한다. 일본이 반발해 독도로 해양탐사선 급파하자 노 대통령은 "독도에 접근하면 '당파'(선체로 부딪혀 깨버리는 것)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탐사선이 물러나 최악의 충돌은 피했지만, 이 과정에서 일본 외무성의 보고서가 한국 언론에 유출됐다. 보고서에는 "노무현 정권은 모든 국면에서 의도적으로 악자를 만들고, 이 악자와 대립을 통해 자신이 정당함을 호소하는 정치 수법을 쓰고 있다. 노 정권은 독도를 소재로 민족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임기 중 반일 강경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외교 당국자들은 한일 관계 냉각에 위기 의식을 가졌으나 지금은 청와대의 강경 자세 앞에서 더 저항할 수단을 잃은 듯하다."고 적혀 있었다.

♦ 일본 C학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할 때 주변 4강이 꽤 응원을 해줬다. 그건 김 대통령이 그만큼 외교에 능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일 동맹을 크게 흔들었다. 그렇다고 중국 러시아와 가깝지도 않았다. 2007년 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때는 사실 4강의 시선이 차가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혹시 남북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한다면 정말 김 전 대통령 때처럼 4강 외교를 잘 하면서 추진했으면 좋겠다."

♦ 일본 D연구원: "문 대통령이 한국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하는 측면에서 일본 정치인들도 본받을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서 취임식 연설하고, 5.18 기념식장에서 연설하는 것을 일본어 자막과 함께 봤다. 내용이 좋더라. 얼마 전 일본 방송에서도 문 대통령의 취임 선서 내용을 언급하더라.(아래 그림 참고) 그런데,한국 경제 상황이 어렵지 않나? 젊은이들 취업도 잘 안 되고...그래서 나중에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 13일 일본 TBS 뉴스프로그램 '보도특집'
문 대통령의 취임선서를 소개하며 평화헌법 개정에 나선 아베 총리를 비판
이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위안부 합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른 일본 분은 "위안부 합의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잘라 말하더군요. 그럼, 일본이 위안부 합의 말고, 정말 걱정하는 것은 뭘까요? 바로 한국의 대북 정책입니다.

일본의 이런 걱정은 문희상 특사가 아베 총리와 면담할 때도 나타났습니다. 아베 총리는 문 특사에게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당선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 '개성 공단도 즉각 재개하겠다'라고 하셨는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고려할 때 우려할 부분이 아닌가?"라고 물었습니다. 문 특사는 "북한 방문 등은 한미일 협의 등을 전제로 하고 있고, 개성 공단도 북핵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가능한 이야기"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아직도 일본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처럼 한미일 동맹을 뒤흔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보다 이게 훨씬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론 노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도 한국의 국제적 위상 변화와 4강 외교 재정립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29일 아베 총리 일본 기자단 인터뷰
지난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아베 총리는 기자들을 만나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과 구체적 행동하겠다. '한국을 시작으로' 국제사회와 연계하면서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죠.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도 같은 날 "지금은 대화가 아니라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26일 우리 정부가 민간 단체의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승인한 점을 고려한 발언이 아닌가 합니다.

아래 보수적인 요미우리 신문은 '문 정권 그래도 북한과 '대화''라는 제목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 대화 정책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30일자 요미우리 신문 '문 정권 그래도 대화'
정의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이 "본격적인 남북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어렵지만, 실무적 레벨에서는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는 점도 소개하고 있군요. 제가 아는 한 한국 분은 "얼마 전 일본 공무원을 만났는데, 한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임종석 비서실장 걱정을 많이 하더라. 예전 통일 운동을 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너무 남북 관계만 강조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거지." 일본은 다음 달 6.15 남북정상선언 17주년 행사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본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이 우리의 외교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습니다. 우리 정부 관계자에 대한 일방적인 평가에도 반대합니다.위안부 합의 역시, 역사의 문제로 소홀히 넘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일 관계의 개선이 양국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고, 일본에도 이를 바라는 친한파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아베 총리와 문 대통령이 모두 정말 공동의 이익을 위해 복잡 미묘한 양국 관계를 잘 관리해 힘을 합쳐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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