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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장하준 "한국사회에 '보험 공동구매'를 권한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 (FM 103.5 MHz 6:20-8:00)
■ 진행 : SBS 박진호 기자
■ 방송일시 : 2017년 5월 19일(금)
■ 대담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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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대선 결과는 엘리트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심판"
- "김상조 교수는 훌륭하고 소신 있는 분, 잘하실 것"
- 韓, 과도한 규제 완화로 사회 양극화 급속히 심화
- 한국 복지는 OECD 끝에서 2등, 국민소득 대비 너무 약해
- "증세는 복지를 위한 사회보험 공동구매한다는 의미"
- "文 정부, 재정확대?공공일자리는 단기적으로 유효할 것"
- "재벌개혁은 '국민경제 공헌' 차원에서 접근해야"
- "경제민주화 핵심은 시민권에 기반을 둔 보편적인 복지 국가"
 
 
▷ 박진호/사회자:
 
기대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당면과제 중 하나는 바로 경제입니다. 소득불평등과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일자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 경제민주화와 양적인 성장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상당히 어려운 질문을 국민들은 던지고 있습니다.

오늘(19일)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서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경제학자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의 의견과 질문도 기다리겠습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국제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예.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겪는 대통령 파면, 그리고 보궐선거가 있었고요. 국민의 선택은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였습니다. 장 교수님 대선을 어떤 시각에서 지켜보셨어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이게 지금 세계에서 많은 나라들이 국수주의적 포퓰리즘으로 자꾸 흘러가는데. 우리나라만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인데. 민주주의의 가치와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앞으로 큰일들이 닥쳐있죠. 지금 대통령의 무능, 대통령을 포함한 엘리트들의 부패에 대해서 정치적 심판을 국민들이 내린 것이고요.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지금 국민들이 말하자면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해오던 노선을 거부한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특히 노무현 정부 후기부터 사실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소위 신자유주의를 추진해왔는데. 그 결과가 성장 저하에 소득 불평등 악화에 자살률 세계 1위, 저출산률 세계 몇 손가락에 꼽히는 나라가 돼버렸거든요. 요즘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다 해서 우리나라 사는 게 지옥 같다고 할 정도까지 됐는데. 그런 것을 바꿔달라는 것이거든요. 국민들이. 그래서 큰 과제들이 앞에 놓여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장 교수님도 혹시 재외국민투표 하셨습니까?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저는 그 등록기간이 이번에 보궐선거라 짧았는데. 그걸 몰라서 등록기간이 보통 3주일 되는데 이번에 일주일밖에 안 돼서 시간을 놓쳐서 이번에 못했습니다. 억울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랬군요. 교수님 잘 아시겠지만 그동안 오랫동안 시민단체들 통해서 재벌개혁을 말하고 문제점을 지적하셨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이번에 새 정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이 됐어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훌륭하고 소신 있는 분이니까 잘 하시겠죠.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교수님은 현실 참여에는 생각이 없으신가봐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예. 저는 그냥 공부하고 그러는 게 더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요.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참 어려운 질문들이 될 텐데. 말씀하신 대로 민주주의 역행과 함께 이렇게 민심이 악화됐던 배경에는 한국 사회 소득 불평등 심화, 빈부 갈등에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 양극화가 어느 정도 심각한 것으로 보고 계십니까?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글쎄요. 지금 우리나라가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평등한 축에 속하는 나라거든요. 선진국들 기준으로 보면 선진국들이 후진국들보다 평등도가 높으니까. 선진국들 중에는 평균 이하죠. 좀 불평등한 편인데 아주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런데 이게 문제가 무엇이냐면 우리나라가 불평등도가 워낙 급격히 상승하는 바람에 이게 큰 사회 갈등과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소득불평등으로 얘기하자면 브라질, 남아공. 이런 데 가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평등합니다. 그러나 그런 나라들은 400년, 500년 동안 불평등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선진국 기준으로 해도 평등도가 높은 나라였거든요.

그런데 '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특히 노무현 정부 후기부터 해서 신자유주의가 진행이 되면서 불평등도가 급격히 상승했단 말이죠. 그래서 이게 사회가 그 갈등을 이겨내기 힘들 정도로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과감한 조처를 내리지 않으면. 이게 앞으로 우리나라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참고로 최근에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자료가 나왔는데.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이 연간소득이 1,000만 원에 못 미친다. 이런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특히 이렇게 2000년대 들어서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원인은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한마디로 말해서 옛날에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보호를 많이 했어요. 재벌들에게 특혜도 많이 주고 하긴 했지만. 보호무역 통해서 농민들도 보호하고. 중소기업도 물론 재벌들에 비하면 천대받는 것이지만 요즘에 비하면 그래도 여러 가지 중소기업들을 보호해주는 것도 많았고. 특히 소상공인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보호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다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자유화다 해서 규제 완화다 해서 옛날에 박근혜 정부 때 많이 했잖아요. 줄푸세 해서 규제는 줄이고, 다 풀고.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이렇게 한다고 해서. 그런 것을 하다보니까 점점 경제적 약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그에 맞춰서 그러면 하다못해 복지 제도가 확대돼서 그런 구조조정 과정에서 떨려나간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것이라도 같이 만들었어야 됐는데. 그걸 안 만드니까 지금 국민들이 양쪽에서 당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을 보면 그런 소농이나 소상인 보호 이런 것은 별로 없지만 복지가 확실하기 때문에. 무언가 구조조정에서 탈락이 돼도 재기의 기회가 있거든요. 그리고 우리나라 옛날이라던가 일본 옛날에는 복지제도는 없지만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많기 때문에 그런 구조조정이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고. 그래서 불평등이 낮았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라 복지는 지금 선진국들 중에서는 꼴찌죠.

OECD 회원국 36개국 중에 끝에서 2등인데. 그 꼴등하는 나라가 멕시코, 우리 국민소득 반도 안 되는 나라 아닙니까. 지금 OECD 평균 복지 지출이 국민소득 대비해서 21%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10% 부근이거든요. 복지가 엄청 약하고.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역시 사회안전망 문제를 심각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럼요. 그리고 그 복지를 그냥 안전망으로만 보지 말고. 제 생각은. 이것을 또 사회보험으로 봐야 해요. 우리가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저축도 하고 보험도 들고 하잖아요. 자녀교육보험도 들고 연금보험도 들고 의료보험도 들고 이러는데. 이 복지라는 게 다같이 그것을 돈을 내서 사회보험을 공동구매하자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하면 돈이 많이 아껴집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병원에서 제약회사에 가서 당뇨병약 5만 명 어치 주세요 하는 것과 정부에서 그것을 다 통괄해서 당뇨병약 2천만 명 어치 주는 것 하고. 얼마나 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겠어요. 그런 식으로 공동구매라고 생각을 하면 이게 더 이해를 하기 쉬워집니다.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의견을 좀 여쭤봐야 되겠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와 대담을 갖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이른바 제이노믹스는 지금 큰 틀에서 보면 일자리와 경기 부양을 위해서 정부 재정 지출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자인데요. 특히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10조 원의 추경 예산도 편성을 해서 추진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단기적으로는 맞는 정책이죠. 장기적으로는 재정 지출 가지고 일자리는 궁극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투자하고 성장해야 될 문제지만. 단기적으로는 지금 경제가 침체돼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때는 적자가 좀 나더라도 재정 확대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재정 확대한다, 이런 이야기 하면 사방에서 나라 빚이 늘어난다. 이렇게 걱정들 하시는데. 지금 우리나라 재정이 사실 세계적으로 제일 건전한 나라 중 하나예요.

2015년 기준으로 해서 우리나라에 정부가 진 빚, 국채가 국민소득의 38%인데. 미국 같은 곳은 그게 105%고, 싱가포르 같은 곳도 105%고, 독일도 71%, 상대적으로 좋다는 스웨덴이 43% 이렇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재정건전성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재정 지출을 통해서 일자리 늘리는 게 맞는 이야기지만. 장기적으로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장기적인 성장과 고용 확대 정책이 필요한 거죠.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정부 재정 위주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유효할 것이다. 이 부분은 좀 작게 여쭤보면 일자리 문제 같은 경우에 공공 부문에서 먼저 최대한 늘리겠다는 방향은 맞는 겁니까?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우선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힘이 공공 부문이 훨씬 세니까 기업들 보고 일자리 만들라고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복잡하잖아요. 그러니까 우선 일단 공공 부문에서 시작하는 게 빨고 쉬운 부분이고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복지가 약하고 그래서 사실 공공 부문에서 만들어내야 할 일자리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복지를 확충하고 하면서 말하자면 필요한 일자리를 공공 부문에서 만드는 것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공공 부문에서 시작하는 것은 맞는 것 같고.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결국 대부분의 일자리가 민간 부문에서 만들어져야 하니까. 그걸 위해서 장기적인 신산업 개발과 기업투자 확대하고 그런 게 필요하죠.
 
▷ 박진호/사회자:
 
우리나라 양극화 문제를 얘기할 때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차별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 새 정부가 공기업부터 정규직 전환을 압박했고. 일단 가시적 성과는 나오고 있는데. 특히 정부는 공약했던 것이 정규직을 채용할 경우에 기업들에게 지원을 주고 또 비정규직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겠다. 이런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게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이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양극화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나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렇죠. 그게 큰 문제죠. 그런데 우리나라만큼 심각하지 않은 게. 사실 특히 유럽 같은 나라들은 핀란드니, 네덜란드니 비정규직 비율이 우리나라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높은 나라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데는 우리나라만큼 문제가 안 되는 게 워낙 복지 제도가 좋으니까. 비정규직이라도 기본적인 생활은 보장되고 그러니까. 그게 크게 문제가 안 되는데. 선진국에서도 지금 비정규직 확대가 소득 격차 확대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그런데 제 생각은 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기본적으로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지금 만연하는 저질 일자리 만들어내려고 우리 국민들이 먹을 것 안 먹고 세계 최장시간 노동하면서 경제발전 시킨 것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을 없앨 수 있고, 없애도록 노력해야죠.
 
▷ 박진호/사회자:
 
제가 알기로는 장하준 교수님 저서를 보면 한국경제 성장 과정에서 특히 한국 재벌 기업의 순기능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평가를 해 오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 최순실 게이트 같은 곳에서 불거진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들의 행태가 굉장히 심각했거든요. 그래서 이 재벌기업에 대한 개혁이나 제도 개선에서 가장 시급한 점이 어떤 점이라고 보고 계십니까?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글쎄. 우선 필요한 것은 재벌기업들이 법을 지키고 부정행위 안 하게 만드는 게 필요하겠죠. 그런 면에서 김상조 교수님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이런 것은 잘 된 것 같고.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것은 재벌 문제는 말하자면 소액주주권 강화, 이런 말하자면 회사법적인 차원에서만 봐서는 안 되고. 국민경제적 안목에서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무엇이냐면 이게 지금은 재벌 개혁을 얘기하는 많은 분들이 초점을 두는 게 왜 이 씨, 정 씨 집안들이 주는 한 5% 정도밖에 안 가지고 있는데. 복잡한 소유구조 이런 것 통해서 왜 이런 대기업들을 지배하느냐. 다른 95% 주주들의 말을 들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보시는데.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이 재벌기업가들이라는 게 이 씨, 정 씨 집안 것도 아니지만 또 주주들만의 것도 아니에요.

왜냐하면 특히 우리나라 같은 재벌기업들은 국민들이 세금내서 보조금 대주고 보호무역 해서 나쁜 물건 샀으면서 키운 기업들이기 때문에. 국민 경제에 어떤 식으로 공헌할 것인가. 이게 재벌들이 해야 될 일이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은 국민의 대표로서 정부가 나서서 여러 방식으로 재벌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신기술 개발하고, 투자 잘 하고, 좋은 일자리 잘 만들어서 국민 경제에 기여하게 하느냐. 이게 저는 관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래서 한 가지로만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거래법도 잘 집행해야겠지만. 산업정책도 잘 해야 하고, 여러 가지 필요한 노동이나 환경 규제도 해야 되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이 노후자금으로 모아놓은 국민연금이 돈이 많아서 그런 재벌기업들의 최대 주주 이런 역할 하고 있는데. 또 그런 것들이 제대로 재벌들에게 제대로 경영하게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경영하게 압력을 넣어야죠.

그래서 그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제가 제일 안타까웠던 게. 삼성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그것을 말하자면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 굉장한 대가를 받아낼 수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삼성 노조 인정해라, 하청기업 단가 깎지 마라. 이런 식으로 해서 여러 가지 국민경제에 좋은 일을 하게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을 말하자면 최순실 씨 딸 말 몇 마리 사주고 끝난 것 아닙니까. 완전히 낭비를 한 거죠. 여러 방식을 통해서 이 재벌기업들이 국민 경제에 기여하게 하느냐. 그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 박진호/사회자:
 
저희가 오늘 장하준 교수 인터뷰 시간을 많이 배정했는데도 시간이 훌쩍 가고 있네요. 얼마 안 남았는데. 사실 이 문제를 여쭤봐야 될 것 같아요. 지금 앞서 복지가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하셨는데. 사실 이 문제를 위해서는 증세 논의를 당연히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지금 법인세 인상 얘기도 나오고 소득세 조정 얘기도 나오고 부가가치세 같은 목적세를 좀 더 확충해야 한다.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어떤 방법이 좋다고 생각하세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글쎄. 우선 제 생각은 복지를 위한 증세가 꼭 필요하고요. 그러나 국민들이 이해해주셔야 할 것은 복지 확충을 위해서 세금을 더 걷어야한다는 것 하고 우리가 돈을 더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라는 거예요. 무슨 말씀이냐면 아까 말씀드렸듯이 복지라는 게 사회보험의 공동구매라고 보면. 우리가 꼭 부자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세금을 더 내서 복지를 확충하는 게 결국 왼쪽 주머니에 있던 돈을 오른쪽 주머니에 옮겨서 쓰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결코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게 아닙니다.
 
▷ 박진호/사회자:
 
결과적으로 돌아오니까.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렇죠. 개인들이 사던 사보험을 공동구매해서 더 싸게 사자는 것이거든요. 물론 부자들은 내는 것보다 좀 덜 받고, 가난한 사람들은 내는 것보다 좀 많이 받고. 그런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게 어디 없는 돈을 만들어내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걸 이해하셔야 하고. 물론 세금을 걷어서 정부가 4대강 사업 같이 엉뚱한 곳에 쓸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국민들이 걱정을 하시는데. 제 생각에 이번 정부는 그럴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의심이 간다면 우선 소위 말하는 목적세로 걷어서 쓸 수가 있죠. 목적세가 무엇이냐면 예를 들어서 세금을 2%를 더 걷는데 그것은 다 우리가 복지에 꼭 쓰겠다. 이렇게 정부가 약속을 하고 걷는 것이거든요.
 
▷ 박진호/사회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소득세나 법인세 같은 경우에 좀 사회적 합의가 어려워서 그런 대안을 택해야 한다는 것인가요?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아니요.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것보다도 국민들이 이 정부가 돈을 잘못 쓸까봐 걱정할 수도 있으니까. 복지에 쓴다고 세금 더 걷어서 예를 들어 국방에 쓴다던가 다른 데 쓰면 복지 혜택은 안 돌아오잖아요. 그러니까 국민들이 복지를 더 원한다. 그렇지만 정부가 우리가 믿게 해줘야 하니까 일단 몇 퍼센트만 더 걷는 것은 다 복지에 써라. 이런 식으로 약속을 하게 하는 거죠.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다른 세금도 국민들이 동의해서 더 걷을 수 있는 것이고요.
 
▷ 박진호/사회자:
 
지금 시간이 1분 정도 딱 남았는데. 마지막으로 이걸 여쭤보고 싶어요. 지금 대통령에게도 국민들이 많은 요구를 하지만. 이제 곧 새 경제 정책의 리더들, 경제 수장들이 임명이 될 텐데. 이번에 이렇게 해봤으면 좋겠다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십니까?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예. 그래서 아까 맨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번 탄핵 보선 이런 게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에 대한 국민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보는데. 여기서 경제민주화를 잘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분들이 경제민주화를 얘기할 때 재벌 개혁을 핵심으로 보시는데. 사실 저는 그건 부차적인 문제라고 보고요. 왜냐하면 그것은 소위 재벌 총수 집안하고 주주들의 싸움이지. 국민 전체에 대한 민주적인 그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인 복지 국가와 노동권의 강화. 그 두 개라고 생각하고. 그걸 좀 잘해주셨으면 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예,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와 긴 인터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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