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 (FM 103.5 MHz 6:20-8:00)
■ 진행 : SBS 박진호 기자
■ 방송일시 : 2017년 5월 19일(금)
■ 대담 :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SBS 보도국 남주현 기자,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
▷ 박진호/사회자:
'우리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이 1주기를 맞아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었는데요. 강남역 사건, 1주년을 맞아서 우리 기억에서 잠시 묻혀있던 이 사건 꺼내보려고 합니다. 지난 17일이 딱 1주기였는데. 추모문화제가 열렸죠?
▶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네. 되게 자발적인 여성들의 커뮤니티나 모임들이 많이 생겼고요. 그 이후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잊지 않겠다와 여성에게 폭력이 쉽게 가해지는 차별적인 사회를 한번 바꿔보겠다는 기자회견과 함께 강남역 바로 그 10번 출구 앞에서 추모문화제와 그 일대를 같이 걷는 일이 있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게 이 사건을 보면요. 사실 최근의 한 신문기사를 제가 봤었는데. 이런 제목이 나왔어요. '여성은 "여전히 무섭다" 남성은 "왜 그리 예민하나"'. 이런 반응이었는데. 결국 이 사건이 여성혐오로 벌어진 사건이다, 아니다. 좀 논란이 있었고. 많은 남성들이 이 사건에 대한 시각이 달라서 여성들에게 반발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졌던 것 같아요.
▶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예. 제가 남자니까 말씀드려보면. 저도 평등지수가 부족한 더 성찰해야 될 남성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냥 저는 혹시 이 방송 듣는 남성들이 이렇게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자기가 잘 아는 가족이나 여성에게 물어보면 심야택시 안, 밤늦게 엘리베이터 안, 그리고 남녀가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 같은 곳, 또는 으슥한 골목길. 이런 곳에서 많은 남성들, 물론 일부 남성. 저는 그런 곳에서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여성들이 거의 대부분이 그런 곳에서 두려움을 느끼거나 실제 해코지를 당한 경험이 있으십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돼요. 여성들이 훨씬 한국 사회에서 위험하고 실제 해코지를 당하고. 그리고 여혐이다, 아니다 논란이 있었는데. 이 부분도 이 가해자가, 이 살인자가 여자에게 무시당해서 그랬다는 취지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회학자들이나 여성학자들이 봤을 때 이게 처음에는 초점이 화장실 안전으로 간 적이 있었거든요. 화장실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공용화장실.
▶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예. 남녀 공용화장실 문제가 많아요. 그런데 그게 초점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어떤, 아주 극소수겠지만. 일부 남성 가해자가 신체적, 또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일방적으로 혐오, 또는 폭력하기 좋은 환경, 또는 그렇게 배워온 잘못된 습성에서 가해를 저질러온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잖아요.
그걸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남녀 간의 관계가 훨씬 평등해지고 여성이 훨씬 안전해지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남성이면 거기에 동참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가지고 왜 여성들 그렇게 예민하느냐고 이야기 하는데. 사람이 죽고 매번 해코지 당하는데 예민해져야지 그러면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까. 저는 이 말은 꼭 드리고 싶더라고요.
▷ 박진호/사회자:
일단 이 사건, 범인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서는 이른바 조현병 환자의 범죄로 결론이 나면서 특히 여성단체들이 많이 반발했던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이 사건에 대해서 이후의 여러 가지 인터넷에서도 논란이 벌어졌는데. 여성들이 제일 화가 나는 부분은 남성들이 그러면 왜 밤늦은 시간에 그런 델 가? 왜 옷을 그렇게 노출 심하게 입고 다녀? 이런 식의 말을 무심코 하잖아요. 여기에 대한 의견이 있으실 것 같아요.
▶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제가 택시 한 번 탄 적이 있었는데. 일이 늦게 끝나고 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택시 기사 아저씨가 '왜 아가씨는 혼자 가느냐'고, '남자친구가 안 데려다주느냐'고. 그런데 저는 여러 가지 여성에게 왜 그 안전의 책임을 모는 걸까, 그리고 그것이 여성이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노출되면 왜 꼭 남자가 옆에서 지켜줘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조심해, 길 갈 때 조심해. 조심해서 들어가. 이런 이야기 하는데. 남자에게 안 하잖아요.
저는 그 말 자체가 사실은 굉장히 폭력적인 환경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것이고. 또 남자 분들은 사실 인터넷 댓글도 보면 여성은 항상 두려워하고. 사실 저는 매일매일 무섭거든요. 집에 갈 때. 그런데 남성은 그런 여성의 두려움을 예민하다, 오버다, 네가 옷을 짧게 입고 다닌다. 이런 부분들이 사실 저는 그냥 우리 사회에서 안전이라든가, 평등이라는 것을 논의해보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남성들이 그런 여성들의 보편화된 두려움을 너무 예민하다고, 간단하게 치부해버리는 그런 상황. 여기에 여성들이 많이 반발하는 것 같고. 이 추모현장에 보면 거기 추모 글귀를 올리는 곳이 있었는데. ‘우리는 우연히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이런 문구가 있어서 언론에 많이 보도가 됐었는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
▶ SBS 보도국 남주현 기자:
여성이라면 그 누구라도 만약에 그 순간에, 그 사고가, 그 사건이 벌어졌던 그 순간 그 곳에 있었다면 피해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나에게, 저에게도 가능한 일이고 사실 임경지 님도 마찬가지로 생각하실 텐데요. 범죄를 피한 게 우연이지 이런 일들이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고 우리는 그저 그 순간, 운이 좋아서 그 순간을 피했을 뿐이다. 그런 의미죠.
▶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이게 살인사건이다 보니까 몇몇 분들은 되게 특수한, 운이 좋지 않은 개인의 되게 특수한 사건이라 생각하는데. 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서 찍히는 일도 너무 많고요. 그냥 공공기관에 몰래카메라를 해서 그게 다시 인터넷에 유통된다거나 이런 일들도 굉장히 많고. 그런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에 여성들이 너무 쉽게 노출되고 있는 것. 저는 정말 자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게 좀 재밌으면서도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봐야 되는 부분이.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연인들 사이에 말싸움이 나고, 의견 차이로 인해서. 싸움이 나고 이런 일들이 좀 많았다고 하고. 남자들이 그냥 성의 없게 이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가 혼난다고 할까요. 여성들에게 좀 비판을 받는. 그런 경우도 많았습니다.
▶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그러니까 연인 간에도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 말다툼을 했다는 여러 기사도 보고 소식도 들었는데요. 같이 친구들이랑, 또는 애인이랑 있다가 벌어진 사건들이거든요. 이런 사건들이. 그런데 어떻게 예민하지 말라고 얘기할 수 있는지.
예를 들면 그 남성도 택시 태워보낼 때 택시 번호를 적어놓는다거나. 남성도 자기 여친이 위험할 수 있는 환경이란 것을 대부분 잘 이해는 하는 경우는 많아요. 보면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밤에 데려다주거나 아니면 최소한 택시 번호를 적어놔서 위험하지 않도록.
또는 전화해서 계속 잘 가고 있나 확인하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그렇게 무심하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 친한 여친이라든지, 또는 애인들이 항의할 수밖에 없는 거죠. 왜냐하면 우리가 그런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데 어떻게 남친이 그렇게 무심하게 말할 수 있느냐. 이런 지적, 저는 너무나 정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어떻게 봐야 될지 모르겠지만 이 사건 이후에 페미니즘에 대한 도서 판매가 3배 이상 늘었다. 이런 통계도 나왔고요. 특히 남성분들이 잘 몰랐다가 그런 여성들이 처한 어려움이라든지, 페미니즘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런 분석도 나오는데요.
▶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네. 많은 분들이 이제 이 사건을 두고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잘 몰랐던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1년이 지난 지금 사실 여성들의 수없이 많은 증언들, 이것이 사실은 남녀를 나누고 싸우고자 하는 적대적인 관점이 아니라 왜 여성은 쉽게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다 보니까 오히려 남성분들 중에서도 나는 진짜 그런 것 몰랐는데.
여성들 진짜 매일 밤 귀가길에 불안을 느낀단 말이야. 이런 이야기들이 좀 많았고. 아마 몇몇 분들은 내가 잠재적 범죄자인 것이냐.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걸 공격성 있는 말이라고 이해하시기보다 그동안 누가 더 불안을 일상적으로 겪었느냐.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청취자 김상윤 님은 '여자는 약하다, 피해자다, 주차를 못한다. 이것은 배려가 아니고 역차별을 부르는 요소이다'. 이런 의견을 보내셨고요. 지금 윤석환 님은 '이게 굉장히 적은 숫자의 범죄자가 문제라는 것이고, 보통의 남성들이 좀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지는 것이 매우 불쾌합니다' 하는 의견 보내셨습니다. 남주현 기자 어떻게 보세요?
▶ SBS 보도국 남주현 기자:
저는 사실 이렇게 생각하시고 불편해하시는 남성분들이 많으시다는 것 이해하고. 그런데 이게 우리가 저도 여성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모든 남성, 일반적인 남성들에게 그렇게 바라보고 약간 적대시하고 그런 것은 전혀 없어요. 그런데 다만 아까 위원장님이 말씀하셨지만. 이게 누가 그러더라고요. 박진호 앵커나 안진걸 처장님이나 혹시 밤길 걸어갈 때, 밤늦은 시간에 혼자 걸어갈 때 불안하다거나 두렵다거나. 그런 느낌 받으시는 일 거의 없으시잖아요.
▷ 박진호/사회자:
네. 사실 저는 생각해보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엘리베이터나 택시 안에서는 못 느꼈어요. 여성들은 그런 데에서 많이 느끼거든요. 그런데 저도 으슥한 밤 골목길에서는 뒤에서 또박또박 걸어오는 사람이 무서운 적은 있죠. 그런데 그 정도지. 보통 여성들이 일상공간, 화장실, 엘리베이터, 택시 안. 이런 데에서 극도의 공포를 느끼기도 하잖아요. 실제로 그런 가해를 당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저는 방금 남자 일반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받아서 불쾌하다고 하시는데. 남자 일반이 잠재적 범죄자라고 하는 분은 하나도 없어요. 우리 여성단체 분들도. 다만 구조적인 폭력이나 차별과 혐오가 한국 사회에 있고. 그 중에서 그게 일부 남성들이 꼭 가해를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지적이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 박진호/사회자:
일단 좀 해법을 찾아봐야 될 것 같은데. 사실 제가 이건 좀 오래된 이야기 같은데. 지방자치단체 별로 밤에 특정 골목에서 에스코트 서비스를 해준다든지, 지키미 서비스를 해준다든지. 이런 활동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적으로 어떤 게 좀 필요할 것 같습니까?
▶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서울시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라고 해서요. 중년 여성분들이 삼삼오오 팀을 짜면 저는 몇 시에 지하철역에 내립니다, 하면 앞에 와계세요. 저도 한 번 이용 해봤거든요.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 분들의 귀가길에는 그러면 누가 지켜주지? 온국민이 서로 퇴근할 때 저를 지켜주는 분들도 여성이고. 이게 계속해서 누가 누구를 지켜주는 몇몇 개인의 방식으로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죠. 여성이고 남성이든 간에. 그래서 물론 심리적으로 굉장히 안전하기는 하나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 SBS 보도국 남주현 기자:
그런데 그게 가장 취약한 계층이 젊은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성범죄라던가 밤에 일어날 수 있는 범죄 대상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라면, 그런 사회라면. 남성은 물론이고요. 아까 말씀하신 그런 중년 어머님들, 모두가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여성혐오 범죄에 대해서 더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참여연대에서 이런 것을 좀 신경 쓰지 않습니까?
▶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예. 저희도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런 일을 여성단체에게 맡겨놓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것은 여성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여성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남성들 모두의 문제잖아요. 그 다음에 남 기자님 정말 좋은 말씀 해주신 것 같아요. 동물의 권리가 보장되는 나라에서는 인권이 대부분 보장이 잘 된다고 하잖아요. 가장 취약계층이 안전한 나라는 비취약계층 모두가 안전한 나라인 것이거든요.
그런 방향으로 가야되는데. 저는 많은 남성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너무 무심한 게 사실이었어요. 일부 화장실 하나만 해도요. 오늘은 안전한 화장실 나왔는데. 그동안 수십 년간 여성들 화장실에 줄섰잖아요. 화장실을 똑같이 지어놨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여성화장실 넓게 지어야 해요. 지금 공중화장실법 개정 넓게 짓게 되잖아요. 그러면 줄을 덜 서는 거예요. 그런데 수십 년 동안 남성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 자기는 금방 볼일 보고 나오니까 전혀 신경을 안 썼어요.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거죠.
▷ 박진호/사회자:
이 화장실 문제에 대해서는 민간 건물에 대해서는 아직 적용이 안 된다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공중화장실법이요? 그렇죠. 지금 공중화장실법에서만 여성 화장실을 넓게 짓게 돼있는데. 제가 이 이야기를 든 것은 무엇이냐면. 남성들은 그런 식으로 여성들이 길게 줄 서있는 것을 눈으로 목도하면서도 여자 화장실을 넓게 지어야 한다는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렇게 무심하고, 줄서서 소변을 참는 고통을 겪고, 그런 편견과 차별에 시달린 거죠.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이고 인권침해로 결정을 해서 공중화장실법이 개정된 것이거든요. 여자화장실 면적을 더 넓게 지으라고. 그러니까 일상적으로 그런 일들이 굉장히 많다고 우리가 인정을 해야 합니다. 남성들이.
▷ 박진호/사회자:
아쉬운 부분, 또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여전히 많지만. 일단 강남역 사건 계기로 해서 여성들, 남성들이 잘 몰랐던 이런 부분들이 사회적으로 부각이 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나마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금요 이슈토크.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님, SBS 보도국 남주현 기자, 그리고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이 함께 했습니다. 세 분 말씀 감사합니다.
▶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네. 감사합니다.
▶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고맙습니다.
▶ SBS 보도국 남주현 기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