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취재파일] 밥데용 "평창서도 이승훈 목말 태워줘야죠"

서대원 기자 sdw21@sbs.co.kr

작성 2017.05.17 10:32 수정 2017.05.17 11:17 조회 재생수995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밥데용 "평창서도 이승훈 목말 태워줘야죠"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은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 역사상 가장 풍성한 수확을 거둔 올림픽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우리나라의 동계 올림픽 금메달은 모두 쇼트트랙에서만 나왔는데, 밴쿠버에서는 쇼트트랙(이정수 2관왕)은 물론 스피드스케이팅(이상화, 모태범, 이승훈)과 피겨(김연아)까지 빙상 세 종목에서 골고루 금메달이 쏟아졌습니다. 이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 선수는 한국 빙상의 취약 종목이었던 장거리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한 개씩 수확하는 쾌거를 이뤘는데,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1만 m 시상식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목말 태워주는 밥데용당시 금메달은 이승훈, 은메달은 러시아의 이반 스콥레프, 그리고 동메달은 네덜란드의 장거리 스타 밥데용이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세 선수가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을 때 밥데용과 스콥레프와 갑자기 이승훈을 어깨 위로 번쩍 들어 올려 이른바 목말을 태워준 겁니다. 국적을 넘어 챔피언을 진심으로 축하해준 두 선수의 스포츠맨십이 돋보인 훈훈한 장면이었습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밥데용' 대신 '박대용'으로 친근하게 불리기도 했고,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팬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그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 5월 16일(화) 8시 스포츠뉴스 영상. "평창서도 목말 태워줘야죠"

밴쿠버에서 특별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우리 대표팀의 코치와 선수로 다시 만났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코치를 맡아 평창올림픽 준비를 돕게 된 밥데용이 팀에 합류하기 위해 어제(화) 입국했고, 이승훈이 공항에 마중 나와 그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밥데용 코치는 7년 전 밴쿠버 올림픽 시상식 때의 '목말 세리머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금메달리스트인 이승훈이 시상대에서 가운데 서 있었는데 나와 은메달리스트인 스콥레프에 비해 키가 작았다. 그래서 이승훈을 더 빛나게 보이게 하려고 스콥레프와 함께 목말을 태우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그 때 이후로 이승훈과는 계속 좋은 친분을 유지해왔다"며 "이승훈이 내년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밥데용과 이승훈이승훈은 '목말 세리머니'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갑자기 겪은 일이라 경황이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참 멋진 장면이었고, 두 선수가 참 훌륭한 선수였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죠."

그러면서 '코치 밥데용'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습니다. "밥데용 코치는 현역 시절 막판까지 지치지 않는 레이스를 펼쳤다"라며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은 물론 그렇게 경기 내내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비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빙상 최강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선수들과 오랫동안 경쟁해왔는데, 네덜란드 선수들이 보는 나의 모습, 나의 장단점은 무엇인지도 밥데용 코치를 통해 들어보고 싶고, 조언을 듣고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1976년생인 밥데용은 우리 나이로 41세였던 지난해까지도 현역 선수로 뛰었습니다. 1998년 나가노를 시작으로 2014년 소치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1개(2006년 토리노)와 은메달 1개(1998년 나가노), 동메달 2개(2010년, 2014년) 등 모두 4개의 메달을 따냈고, 세계선수권에서는 금메달만 7개를 수확한 세계적인 장거리 스타입니다. 그런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 선수들에게 전수해주는 것이 밥데용 코치의 임무입니다.
밥데용"밴쿠버 올림픽 '목말 세리머니'가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됐었는데, 내년 평창올림픽에서 이승훈이 금메달을 따낸다면 그때처럼 또 한 번 목말을 태워 줄 생각이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밥데용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물론이다. 비록 내가 이제는 선수가 아니라서 밴쿠버 때처럼 나란히 시상대에 서서 해줄 수는 없겠지만."이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가세했습니다. 지도자와 선수로 다시 만난 밥데용과 이승훈. 평창에서도 두 사람의 특별한 세리머니를 꼭 볼 수 있도록 멋진 호흡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