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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화성 12형' 해석의 심각한 오류들…"발사대·엔진 모두 견고"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05.16 10:04 수정 2017.05.16 13:03 조회 재생수2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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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北 화성 12형 해석의 심각한 오류들…"발사대·엔진 모두 견고"
북한이 그제(14일) 시험 발사한 화성 12형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사일의 외형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으로 알려진 KN-08과 같고 80tf(톤 포스) 추력의 액체연료 추진 메인 로켓 1기와 함께 3tf 정도의 보조로켓 4기를 장착했습니다. 정상각 발사를 하면 4,500km 이상의 사거리도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해석의 오류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이동식 발사 차량 TEL에서 발사하지 않고 지상 구조물 위에 올려 놓고 발사한 것을 두고 "아직까지 화성 12형을 위한 TEL이 개발되지 않았으니 화성 12형은 완성 단계라고 볼 수 없다" "80tf의 백두산 엔진을 지상연소시험 2번 하고 몇 달 만에 미사일에 장착해 발사한 것이 놀랍다" "사드(THAAD)로 막을 수 없다" 등의 주장이 그것입니다.
 
아닙니다. 고정식 지상 장치 발사 방식은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습니다. 무척 견고한 발사 방식입니다.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TEL 대신 지상 구조물 발사 방식을 택했을 뿐입니다.
 
80tf 백두산 엔진은 최소 4년 전부터 지상연소시험을 실시했고 지난 3월 18일 지상연소시험에서는 완벽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엔진이 아닙니다. 성능이 전혀 새로운 차원이어서 미국 정부가 몇 년 전부터 밀착 감시하던 엔진입니다. 화성 12호의 전력화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화성 12호를 실제 보다 깎아내리면 당장은 마음 편할지 모르겠지만 대비 태세는 그만큼 허술해집니다.
 
잘못된 해석은 또 있습니다. 사드의 환상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듯, 화성 12형의 낙하속도가 빨라서 사드로는 못 막는다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북한은 화성 12형으로 남한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미국을 노리는 화성 12형과 주한미군의 사드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화성 12형이 무수단 계열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무수단과 닮은 점이 전혀 없습니다. 또 KN-17은 맞지만 함정 공격용, 즉 대함 탄도미사일 ASBM은 아닙니다.
 
● 지상 구조물 발사 방식은 기술의 한계가 아니다 
구 소련 미사일의 고정식 지상 발사장치북한 화성 12형은 얼핏 보면 허술한 임시 시설 같은 고정식 지상 발사 장치에서 쏴 올려졌습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 12형의 엔진 화염을 견딜 TEL을 개발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화성 12형은 실전 운용 단계 들어서지 못했다고 봐야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고정식 지상 발사 장치는 옛 소련도 오래도록 사용했던 방식입니다. 이동식인 TEL과 함께 확고하게 자리 잡은 전통의 미사일 발사 방식 중 하나입니다.
 
그제가 첫 시험발사였으니 앞으로 수차례 더 시험발사를 하고 성공을 해야 무기로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 화성 12형을 종종 쏠 것입니다. TEL에 올려 쏠 수도 있고 지상 발사 장치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TEL이냐' '지상 발사 장치냐'는 화성 12형의 전력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시험발사 횟수와 성공률입니다.
 
● 북한 ICBM 엔진의 한 축, 80tf 백두산 엔진
2013년 11월 워싱턴 프리 비컨의 80tf 엔진 보도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여러 로켓 엔진 가운데 백두산 엔진에 가장 주목해 왔습니다. 4년 전에는 미국 보수 매체인 워싱턴 프리 비컨이 "북한의 80tf 엔진은 현존 북한의 로켓 엔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워싱턴 프리 비컨은 미국 정보당국 관료를 인용해 "북한이 2년 안에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4년 전 시점에서의 2년 내라면 재작년인 2015년입니다.
 
미국 정보당국이 4년 전에 80tf 엔진의 실체를 파악했다는 것은 북한이 그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80tf 엔진의 지상연소시험을 실시했다는 방증입니다. 북한은 80tf 엔진의 지상연소시험을 숱하게 한 뒤 자신이 있으니까 작년 9월과 지난 3월 김정은 앞에서 80tf 엔진의 지상연소시험을 펼친 것으로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미국도 두려워하는 대단한 엔진을 완성시켰으니 김정은은 과학자를 등에 업는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지상연소시험 날짜를 따서 '3.18 혁명'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북한의 80tf 엔진은 기술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완성된 엔진으로, 그제 화성 12형 미사일에 장착돼 발사된 것은 오히려 늦은 감마저 있습니다.
 
● 화성 12형은 무수단 계열이 아니다
화성 12형(위)과 4월 열병식 화성 
 12형 추정 미사일(아래)북한의 4월 열병식은 대단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동안 KN-08로 알려진 미사일이 새로 도색돼 뜬금없이 무수단 TEL을 타고 나타났습니다. 무수단의 6축 12륜 TEL은 KN-08에 비해 작아서 새로 단장한 KN-08의 미사일 탄두 부분이 차량 운전석 앞쪽으로 한참 삐져 나왔습니다. KN-08용 8축 16륜 TEL은 4월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고체연료 추진방식의 ICBM에게 내줬습니다. TEL 돌려막기입니다.
 
화성 12형은 4월 열병식 때 등장한 새로 도색된 KN-08과 외형이 똑같습니다. 그런데 KN-08은 3단 추진 방식인데 비해 화성 12형은 1단 방식입니다. 80tf의 초강력 엔진을 달았으니 1단 로켓만으로도 중장거리 미사일이 됐습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화성 12형에 2단 추진체로 무수단 엔진을 얹으면 사거리 1만 km 이상의 ICBM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화성 12형은 KN-08 디자인을 기반으로 신형 고추력 엔진을 장착해 ICBM으로 진화하고 있는 새로운 중장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입니다. 중거리 무수단과 하등 관계가 없습니다. 무수단 TEL을 빌려 탔을 뿐이고 심지어 그 TEL에서 발사되지도 않았습니다. 추정 사거리도 무수단보다 1,000km 이상 깁니다.
 
화성 12형을 중거리 무수단 계열로 몰아 가고 발사 방식을 우습게 평가하는 시각은 주로 국방부와 합참의 핵심 가까운 쪽에서 포착되고 있는데 화성 12형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폄하해서 하릴없이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닌가 의심됩니다. 군은 북한의 위협을 있는 그대로, 또는 그 이상으로 평가해서 대비해야 하는데 안이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됩니다.
 
● '엎치락 뒤치락' 北 액체연료 로켓·고체연료 로켓
 
어떤 매체들은 화성 12형이 KN-17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맞습니다. 한미 군 당국은 화성 12형을 KN-17로 명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오해가 있습니다. 그동안 KN-17은 함정 공격용인 ASBM으로 알려졌습니다. 말 많았던 항공모함 칼빈슨이 한반도로 향할 때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몇 번 하자 칼빈슨을 노린 ASBM KN-17 시험발사라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ASBM KN-17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칼빈슨을 억지로 연결시킨 소설이었습니다. 화성 12형은 KN-17이지만, ASBM은 아닙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드 타령이 또 나왔습니다. 북한이 뭐든 쏘면 사드가 등장합니다. 화성 12형은 낙하 속도가 마하 12~24이고 사드는 마하 14까지 대응할 수 있으니 사드로 못 막는다는 주장입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사드는 사거리 3,000km 이하의 준중거리와 단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발됐습니다. 애초에 화성 12형, 무수단 같은 중장거리 미사일을 잡는 요격 체계가 아닙니다. 그래서 마하 14로 디자인된 것입니다.
 
게다가 화성 12형은 미국 공격용이지 남한 공격용이 아닙니다.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화성 12형을 정상각으로 발사했을 때는 최고 고도 2,000km 이상에서 수직으로 내려 꽂힐 일도 없고 최고 고도 역시 낮아지니 종말 단계의 속도는 그제보다 현저하게 줄어들게 됩니다. 종말 단계의 사드가 못 막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만약 화성 12형이 알래스카를 공격한다면 미군은 종말 단계가 아니라 상승단계나 중간단계에서 요격을 시도할 것입니다.
 
덧붙여 해군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SM-3의 속도는 마하 8~10이어서 역시 화성 12형을 쫓아갈 수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SM-3는 종말 단계 요격용이 아닙니다. 적 미사일이 최고 고도 전후 즉 중간단계에 이르렀을 때 맞춰 떨어뜨리는 용도의 요격 체계입니다. 중간단계에서 미사일의 비행 속도는 급격히 감소하고 최고 고도에서는 0을 찍습니다. 제아무리 화성 12형도 중간단계에서는 속도가 뚝 떨어집니다. SM-3가 화성 12형을 못 잡는다고 단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제 시험발사로 북한은 액체연료 기반의 로켓 1단의 힘만으로도 중장거리 미사일을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고체연료 기반의 북한 로켓 중에서는 북극성 2형이 중거리 미사일의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북한은 액체연료 팀과 고체연료 팀을 따로 두고 누가 먼저 ICBM 엔진을 개발하는지 경쟁을 시키는 것 같습니다. 화성 12형과 북극성 2형의 성공으로 두 팀은 현재 동점입니다. 김정은은 과학자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성과가 있으면 업어주며 독려도 하면서 ICBM의 조기 탄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본 취재파일에서 몇 차례 언급했듯이 북한의 절대 무기인 핵미사일은 돈 몇 푼이 아니라 정권의 강력한 의지 위에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