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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령 노동사회 ① - "일하는 노인은 행복할까"

[취재파일] 고령 노동사회 ① - "일하는 노인은 행복할까"
법정 정년이 60세로 올라갔지만, 각종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아직 53세 전후에 머물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었고 100세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퇴직 후 적어도 30년은 더 살아야 한다.

살아갈 날은 많은데 모아둔 돈이 없다.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법은 다시 일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은퇴 후에도 계속 일을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주 발표된 OECD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75세 이상 이상 고용률은 17.9%로 나타났다. 5년 연속 OECD 25개 회원국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대를 좀 낮추어 65세 이상만 하더라도 고용률은 30.6%에 달한다. 3명 중 1명은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OECD 평균 13.8%의 2.2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일을 하려는 노인들이 욕구는 이 정도 수치에 만족하지 못한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생활비 마련을 위해 경제활동을 희망하는 노인은 무려 80%에 이른다. 지난해 생계를 위한 일에서 완전히 손을 놓는 실질적인 은퇴 나이는 남자는 평균 72.9세 여자는 70.6세이다. 퇴직 후에도 20년간이나 무엇인가 일을 하며 산다.

노인들의 고용률이 높은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열심히 일자리를 찾고 있고, 또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행복할까.
고령화 사회
한국노인복지학회 학회지에 실린 <노인의 소득원별 소득비중이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 (전미애 총신대 교수, 김정현 용인대 교수)> 보고서 내용을 보자. 65세 이상 3,276명을 조사했더니 스스로 일해서 버는 소득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오히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노인 소득을 공적연금과, 자식이나 가족들의 지원을 뜻하는 사적 이전, 그리고 스스로 일해 버는 자기소득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조사 결과 공적연금이나 사적 이전 비중이 높을수록 행복감도 높아졌지만 자기소득 비중이 높아질수록 행복감이 낮아졌다.

공적연금은 소득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총소득액을 증가시켜 비중이 높을수록 행복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자녀가 부모에게 정기적 부정기적으로 지원하는 사적 이전은 액수도 중요하지만 효 사상에 기반한 노부모에 대한 애정과 존경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역시 행복감을 상승시켰다. 

그러나 스스로 일해서 버는 비중이 높을수록 행복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는 노인들의 일자리의 열악함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일을 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조사대상 가운데 27.4%를 차지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영세한 자영업이었으며 임시직 일용직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일을 하긴 하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것은 타율적으로 강요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오히려 행복지수를 낮춘다는 것이다.

공적연금 등을 통한 소득 대체율은 50%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부모의 노후를 자식 등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결국, 스스로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으며 그럴수록 더 불행해지는 현상은 결국 마음의 병으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노인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의 3분의 1이 우울 증상을 보였다. 노인인구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58.6명으로 전체자살률의 2배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라서 올해 전체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인 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뒤로 1955년생부터 63년생까지 710만 명이 넘는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 행렬에 들어섰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이전 세대보다는 훨씬 건강하고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인적자원들을 단순 노무직이나 일용직으로 모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첫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위원회'도 만들고 '일자리 수석'직도 신설한다. 그리고 그 방점은 주로 청년 일자리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어차피 손봐야 하는 일자리의 개혁이라면 청년들과 노인들의 일자리를 함께 놓고 살폈으면 한다. 노인들이 스스로 설 수 있을 때 청년들의 부담은 준다. 청년들이 행복할 때 노인들의 노후 안전망은 더욱 튼튼해진다. 뗄래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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