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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인이어서 좋았다' 포스터에 다른나라 모델이?

[월드리포트] '일본인이어서 좋았다' 포스터에 다른나라 모델이?
최근 일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진입니다. 사진 오른편에 젊은 아시아 여성이 눈을 감고 있고, 왼편엔 일본어로 '나, 일본인이어서 좋았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단에는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일장기를 휘날리자'는 문구도 들어 있군요. 2011년 일본 '신사본청'이 제작한 포스터입니다. 신사본청은 일본 내 8만여 신사들을 총괄하는 종교법인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실의에 빠진 일본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일본 관광객이 교토서 찍은 포스터
그런데, 최근 교토를 여행한 일본인이 이 포스터를 찍어 올리면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6년이 지나 일본 네티즌들이 이 포스터를 새롭게 인식한 겁니다. '일본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지나치게 과장한다' '현재 일본은 그리 자랑할 만하지 못 하다' 등 비난이 터져나온 거죠. 그래서 일본 네티즌 수사대가 이 포스터 속 여성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도 가세했죠. 그리고, 결국 똑같은 사진이 다른 일본 광고에 쓰인 사실을 발견합니다. 햇빛에 의한 피부 노화를 알리는 한 단체의 광고 이미지입니다. 똑같죠.
'일본인이라서 좋았다' 모델의 또 다른 광고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사진업체가 이 여성을 촬영했다는 사실도 확인합니다. 사진 이미지 유통은 getty사가 했지만, 처음 촬영한 곳은 중국 업체라고 합니다. 촬영 지역도 베이징입니다. 일본 언론들이 베이징에 있는 카메라맨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최종 확인 결과 이 모델은 중국인이었습니다.
여성 모델 이미지 유통 사이트 화면
'일본인이라서 좋았다'는 포스터 속 여성이 결국 중국인이었던 셈입니다. 신사본청은 "일본 광고 회사에 제작을 의뢰했고, 사진이 쓰인 경위는 모르겠다. 다만, 일본 광고사는 사진DB에서 '일본인 여성'으로 등록돼 있는 사진을 사용했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사진업체는 "중국인이지만, 목적에 따라 일본인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 인터넷에선 "포스터를 처음 본 사람이 일본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면 문제가 없다. 광고 포스터로는 괜찮다"는 의견과 "일본인은 멋지다는 인식을 너무 주입한다. 그 포스터에 중국인을 쓴 것은 비난 받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패러디 이미지도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여성 얼굴을 아베 총리로 바꾸고, "나는 일본인이 정말 싫다"라고 적었네요. 하단에는 '자민당 인터넷 서포트 제군들, 일반인들을 속이기 위해 일장기를 휘날리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네요. 아베 자민당 총재가 자민당 인터넷 서포터들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조롱하는 겁니다.
아베 총리의 인터넷 여론조작 의혹 패러디
아래 이미지는 야당인 민진당의 렌호 대표가 대만일본 이중 국적인 점을 꼬집고 있습니다. "나는 일본인이 아니다. 자부심을 가슴에 안고,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휘날리자."

야당 민진당 렌호 대표 조롱 패러디
물론 이 사건은 작은 해프닝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속에서 우경화된 일본 사회의 특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일본인과 일본 문화에 대한 자화자찬이 늘고 있고, 이에 대한 일본 내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는 겁니다.  
일본 정부의 '세계가 일본에 놀라고 있다' 책자
지난 3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배포한 '세계가 일본에 놀란다"라는 책자도 한 예입니다. 일본의 섬세한 공예품과 친절 문화 등을 자랑거리로 소개한 책입니다. 그런데, 내용이 과도합니다. "일본어에 의성어가 많은 이유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모음을 사용하는 일본어를 씀으로서 일본인들이 자연의 소리를 언어로 처리하는 뇌구조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게 과연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요? 일본 네티즌들도 경제산업성을 맹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류를 자화자찬하는 자료들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우리 문화와 상품의 해외 진출이나 호평 뉴스만 모은 사이트도 인기입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칭찬하는 영상도 계속 올라오고 있죠. '국뽕'이라는 표현도 낯설지 않습니다.

일본 서점에 가면 "일본이 좋아요!"라는 내용을 담은 외국인들의 책이 넘쳐납니다. 제가 아는 일본 분은 "일본인들이 요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서 반작용으로 그런 책들을 좋아하는 면도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어떤가요? 분명히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한류 열풍, 대통령 탄핵과 민주적 정권 이양까지 세계에 자랑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균형잡힌 시각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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