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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풍계리 핵실험장 '밀봉' 수준…핵실험 증거 수집 어려워

SBS뉴스

작성 2017.04.22 05:04 조회 재생수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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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창건 85주년(4월 25일) 등을 계기로 6차 핵실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실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방사성물질을 포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핵실험 후에는 방사성물질이 갱도의 틈새로 새어 나와 대기 중으로 확산하는데 이때 공중, 해상, 지상에서의 포집 장비로 이를 잡아내 분석하면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 등을 넣은 핵폭탄을 터트렸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간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했으나 미국의 핵폭발탐지전문 특수정찰기 WC-135(콘스턴트 피닉스)는 1차 때만 방사성물질을 포집해 플루토늄탄으로 분석한 바 있다.

다만, 국내 장비로는 다섯 차례 모두 핵실험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방사성물질 '제논'을 포집하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 2대만 있는 핵폭발탐지전문 특수정찰기는 '불변의 불사조'로 불린다.

미군이 이 정찰기에 이런 별칭을 붙인 것은 그만큼 임무수행에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부터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때까지 보유 중인 2대의 WC-135기 가운데 1대를 동해 상공에 파견해 방사성물질 수집 등의 활동을 해왔다.

WC-135는 동체 옆에 달린 엔진 형태의 대기 표본수집 장비로 방사성물질을 탐지한다.

정찰기 내 대기성분 채집기 내부 온도를 영하 50도 이하로 낮추면 공기 중의 핵물질이 달라붙는다.

핵폭발 과정에서 원자가 인공적으로 깨지면서 방출되는 크세논(크세논·Xe-135)과 크립톤(Kr-85), 세슘(Cs-137) 등의 방사성물질을 수집한 후 측정, 핵실험 여부는 물론 농축우라늄 폭탄인지, 플루토늄 폭탄인지를 구분한다.

보잉 707 여객기와 유사한 C-135 수송기와 EC-135C 전자전기의 변형기인 WC-135는 시간당 최대속도가 648㎞, 최대상승고도가 12㎞로 통상 33명의 승무원과 전문분석 요원이 탑승한다.

각종 첨단 수집·분석 장비를 갖췄지만 대기 중에서 핵실험의 유력한 증거가 되는 방사성물질이 포집되지 않는 것은 북한의 핵실험장 지하 갱도 구조를 추측해보면 수긍이 간다.

방사성물질이 새어 나올 틈이 없도록 내부에 여러 개의 차단문과 차단벽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해발 2천200m·화강암지대)에 파놓은 핵실험용 갱도는 현재 1~4번까지 식별되고 있다.

최근 들어 서쪽으로 새로 갱도를 뚫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1번(동쪽) 갱도는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더는 사용하지 않고 있고, 3번(남쪽) 갱도는 한 번도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

2번(북쪽) 갱도에는 2~5차 핵실험이 이뤄졌다.

한 개의 갱도에는 속으로 들어갈수록 여러 갈래의 '가지 갱도'가 뚫려있다.

2번 갱도에서 네 차례의 핵실험이 진행된 것도 여러 갈래의 가지 갱도 때문이다.

지난해 1월 4차와 9월 5차 핵실험이 진행된 2번 갱도 속의 가지 갱도 사이의 거리는 400여m에 불과했다.

한 개의 갱도에는 충격흡수와 방사성물질 차단을 위해 여러 개의 차단문과 핵폭풍·잔해 차단벽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북한 조선중앙TV가 2010년 9월 8일 공개한 핵실험장의 갱도 내부 구조가 담긴 사진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당시 중앙TV는 기록영화 '내가 본 나라' 제4부를 제작, 2009년 5월 실시된 2차 핵실험 당시 장면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길이 1㎞ 내외의 수평갱도는 달팽이관 모양으로 이뤄졌으며 9개의 차단문이 설치됐다.

전체 10개의 차단문 가운데 갱도 입구에 있는 10번째 문은 출입문으로 분석됐다.

달팽이관 모양의 가장 안쪽에 설치된 핵폭발 장치를 터트리면 가스나 잔해가 갱도를 따라 급속히 퍼지는데 이를 차단하기 위해 1번부터 9번까지의 차단문을 또 설치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다 핵폭풍·잔해 차단벽을 3중으로 설치했다.

차단벽은 각각 4, 5번 차단문 뒤, 9번 차단문 앞에 설치돼 있다.

핵폭발 잔해를 차단하고 폭발 당시 힘이 차단문에 급격하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세 곳의 격벽인 셈이다.

군 전문가들은 갱도 속의 차단문과 차단문 사이에도 되메우기 작업을 해서 충격을 흡수하고 핵물질의 유출을 막도록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전역에 6천~7천여 개의 지하시설을 건설해 놓은 것을 비롯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남침용 땅굴을 건설했고, 베트남전 당시 월맹군에 땅굴 굴착 전문 기술자를 파견했을 정도로 '두더지'에 버금가는 땅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