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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기 정부의 과제 ③ : 대한민국 '사회의 질'은 OECD 최하위권

'더 좋은 사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제언

이창재 기자 cjlee@sbs.co.kr

작성 2017.04.19 11:20 수정 2017.04.19 13:59 조회 재생수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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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의 과제 : '더 좋은 사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제언
한국은 짧은 시간에 성공적으로 고도성장을 이룬 나라이다. 가난하지만 평등한 사회에서 상승이동의 열망에 가득 찬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결과, 한 세대 만에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접어들 때까지만 해도 치열한 경쟁은 성장의 원동력이었고 국민의 행복감도 높아졌다. 굶주림에서 해방되었고, 생활은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만 달러를 넘어선 현재는 전혀 다르다. 성장이 자동으로 더 많은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더 문제가 된다. 그 이유는 교육이나 환경처럼 남들과 대비해 희소성을 갖는 위치재(positional goods)가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풍요의 역설’, ‘성장의 역설’이 넘쳐난다. 예를 들면, 대학진학률은 70~80%이지만 ‘명문대학’ 졸업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전국 주택보급률이 110%를 넘지만, 서울에서 내 집 장만하는 일은 젊은이들에게 거의 불가능한 꿈이다. 제한된 지위재를 둘러싼 과잉경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성장과 풍요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행복감은 더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과잉경쟁의 문제를 선진국들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의 질이 높다는 점이다. 사회의 질이란 GDP 같은 경제지표로는 잡아낼 수 없는 사회발전의 척도로서, 전체 사회의 발전이 개인의 역량개발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 대한민국 사회의 질은 OECD 30국중 28위
[취재파일] 차기 정부의 과제③ 대한민국 ‘사회의 질’ 1사회의 질이 높은 사회는 제도역량과 시민역량이 균형적으로 잘 발달한 곳이다. <그림-사회의 질>을 보면 제도역량은 정부가 주도하여 사회적 위험에 대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복지역량, 그리고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 및 일자리 제공 역량으로 구성된다. 시민역량은 공동체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사회적 응집성, 그리고 시민 정치참여로 구성된다. 한국 사회의 질은 비교 대상 30개 OECD 국가 중에 28위에 불과하다. 하위 영역별로 보면, 교육과 일자리 제공 능력 등 인적자본은 18위로서 조금 양호하지만, 사회적 응집성은 23위, 그리고 복지역량이나 시민 정치참여는 모두 2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취재파일] 차기 정부의 과제③ 대한민국 ‘사회의 질’ 2<표- 사회의 질 순위> 보듯이 OECD 국가에서도 사회의 질이 높은 국가들은 스웨덴 등 북유럽과 독일 등 중부 유럽국가들로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도 건실한 성장을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질 높은 사회인 덴마크와 비교해보면 한국이 얼마나 개선의 필요성이 많은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림- 사회의 질 비교>에서 보는 두 사각형 간의 면적 차이가 두 나라 간의 질적 격차를 의미한다.
[취재파일] 차기 정부의 과제③ 대한민국 ‘사회의 질’ 3그렇다면 이러한 질적 차이는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뛰어난 복지역량을 갖추고 풍부한 교육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덴마크에서는 실패한 이들에게도 재도전의 기회가 많다. 그래서 청년들은 과감하게 창의적인 일에 도전한다. 반면에 복지역량이 취약한 한국의 젊은이들은 위험을 회피하기 급급하다. 실패가 용인되지 않다 보니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있다.

두 번째로, 사회적 응집성이 높고 시민 정치참여도가 높은 덴마크나 스웨덴에서는 공동의 문제에 대한 시민적 해결 의지가 높고, 또 문제를 풀어나갈 제도권 정치도 잘 작동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실력경쟁이 이루어진다. 반면에 한국은 투명성이 낮고 각종 기관과 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다. 그래서 수치화된 객관적 평가에 매달리는 과도한 간판경쟁의 폐단이 나타난다.

세 번째로, 사회의 질이 높은 사회에서는 조화로운 공생발전이 가능하다. 불평등이 적고 구성원 간의 신뢰도 높기 때문이다. 반면에 상대적 불평등이 심각하고 불신도 높은 한국은 약육강식의 승자 독점에 가깝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시점이 되었다. 위험회피 경쟁 대신 창의성 경쟁을, 과도한 간판경쟁보다 적정 수준의 실력경쟁을, 약육강식의 승자독점보다는 평화로운 공생발전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취재파일] 차기 정부의 과제③ 대한민국 ‘사회의 질’ 4<그림- 사회의 질 경로>는 사회의 질이 높은 사회로 가는 경로를 보여주고 있는데, 선진국들은 지금 우리보다 훨씬 낮은 소득 수준이었을 때 이미 높은 수준의 시민역량을 갖추었다. 그리고 그 토대위에서 복지역량도 높이고, 결과적으로 공생발전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은 사회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 위 글은 2004년부터 매년 열린 SBS ‘미래한국리포트’를 정리한 ‘더 좋은 사회 더 나은 미래’ (SBS 미래부/이창재 엮음, 한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