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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아교육? 보육?…국민이 바라는 유아 관련 공약은?

[취재파일] 유아교육? 보육?…국민이 바라는 유아 관련 공약은?
4월 11일 안철수 국민의 당 대선후보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2017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에서 유치원 관련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안 후보는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은 자제하고 지금 현재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는 독립운영을 보장하고 시설특성과 그에 따른 운영을 인정할 것."이고 "유치원이 필요로 하는 교직원 인건비, 보조교사 지원, 교육과정 운영지원을 확대 하겠다."고 했습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형단설유치원 신설을 자제 한다."는 말이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등 안후보의 유치원 발언은 큰 논란이 됐습니다.
4월 12일 오뉴스
● 대형 단설유치원의 신설을 자제한다는 공약이 왜 논란이 될까요?

사실 이번 논란 이후 단설과 병설의 차이가 뭔지 처음 알았다는 동료 기자도 있었습니다. 아마 학부모가 아니거나 유아교육에 관심이 부족한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복잡한 유아교육 현실을 거의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아내가 유치원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고,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서, 조금은 더 알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형 단설유치원의 신설을 자제'한다는 공약이 논란이 된 가장 일차적인 이유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가장 보내고 싶어 하는 유치원이 '공립단설유치원'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유치원 공약 (4월 14일 8뉴스 사실은)
부모들이 어느 정도로 공립단설유치원을 원하는지 저도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낼 나이가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현재 제 아내가 근무하는 곳은 공립단설유치원입니다, 아내가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면서 근무하는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려고 했는데, 교직원 자녀는 유치원에 보내기 수월할 줄 알았습니다. 교사도 아이의 엄마이고 일을 하려면 아이를 맡겨야 하는 고충은 똑같습니다. 유치원 교사가 자기 아이 걱정에 맡겨진 반 아이들을 소홀히 할 수는 없겠죠.

이 경우 자기 아이를 자기가 돌보는 반에 편성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규정 안에서 아이를 유치원에 데리고 다니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유치원 교사의 경우 자기가 근무하는 유치원이 직장 육아시설인 셈입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제 아이는 엄마와 같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반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모든 부모들과 똑같이 추첨 경쟁을 거쳐야 했습니다. 똑같은 추첨경쟁을 거치지 않으면 공립단설유치원을 보내고 싶어 하는 다른 부모들의 반발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추첨하는 날 맘 졸인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기분입니다.
 

● 왜 부모님들은 아이를 공립단설유치원에 보내고 싶어 할까요?
 
일단 시설이 다릅니다. 단설 유치원은 처음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아이들에게 적합한 환경으로 조성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전기콘센트 위치, 건물 내부 계단의 설계, 벽 구조, 창문의 높이, 비상시 대피동선, 화장실 등이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고 지어질 경우 굉장한 위험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공립단설유치원은 아이들을 배려한 디자인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목적이 유치원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공립병설유치원의 경우 초등학교의 남는 교실을 활용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내부 구조를 유치원에 맞게 바꾸고 고치지만 처음부터 유아의 눈높이에 맞게 설계된 건물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기 콘센트 위치는 바꿀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벽 구조와 창문 높이 등은 개조가 힘들죠.

예를 들어 화재 같은 비상 상황 시 높은 내부 창문 때문에 사각지대가 늘어나면 체형이 작은 유아의 경우 눈에 금방 안 띌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놀이 시설만 봐도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적합한 놀이시설이 유치원 아이들에겐 큰 위험 요소 일 수 있습니다. 공립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의 작은 부분만 차지하고 원아수도 초등학교 학생 수에 비해 많이 적습니다. 초등학교 놀이시설을 유아용으로 바꾸기 힘들 겁니다. 초등학생들이 놀이터에서 '날아다니듯' 놀 때 유아가 옆에 있으면 다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교육의 질입니다. 공립단설유치원과 공립병설유치원 모두 일정한 자격요건을 가진 교사들이 임용고시를 통과하고, 교육수준 유지를 위해 여러가지 연수를 계속 받으며 교육청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설유치원의 경우 학급수가 많고 교사와 원아의 수가 많기 때문에 독립적인 행정전담 인원이 있습니다. 이론상 병설 유치원도 초등학교의 행정과 연계되어 어느 정도 도움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병설 유치원 교사들이 직접 행정업무 대부분을 처리해야 합니다. 원아 수가 적다고 행정업무가 그렇게 줄어 들지는 않습니다. 초등학교 행정에 맞춰진 초등행정실에서 유치원 행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건 당연합니다. 교사들이 직접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업연구에 할애할 시간은 부족합니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공립단설유치원에 비해 적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합니다. 급식시설도 원아수가 충분하다면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유치원 전용으로 운영되는 급식시설도 많은 부분에서 유리합니다. 교사들이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가져와야 한다거나 하는 어려움이 없어야 교육의 질이 그만큼 더 잘 유지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 공립단설유치원은 유아 교육 전문가인 원장선생님이 운영을 합니다. 공립유치원의 원장 선생님들은 상당한 기간동안 유치원 교사를 하거나 교육청의 유아교육 장학사, 유아교육진흥원의 실무자 등 여러 경력을 두루 거친 전문가입니다.

이에 비해 공립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병설유치원의 원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유아교육 이해도 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교육과 유아 교육은 애초에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은 한 사람의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을 처음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입니다. 어느 시점의 교육이 더 중요한 교육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단 교육의 방법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성인의 경우 만 20세와 25세는 비슷한 교육방법이 통하겠지만, 유아의 경우 만 5세와 10세의 발달 수준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접근 방법 면에서 전혀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공립병설유치원의 경우 유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기획하고자 할 때,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지원해주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유치원을 지원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 공립병설유치원은 무조건 공립단설유치원보다 불리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장점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배정 지역 내에 다니는 아이들이 해당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니는 경우 적응 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또, 공립유치원을 늘려 유아교육의 혜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적은 예산으로 병설 유치원을 개원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공립단설유치원을 짓기 위해서는 새로이 마련해야 하는 부지 등 큰 예산이 소요됩니다.

안철수 후보의 '대형 공립단설유치원 대신 공립병설유치원을 늘리자는 공약'은 이 지점을 공략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효율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겁니다. 마침 학령기 아이들이 줄어 초등학교 교실이 비는 곳도 여기저기 생긴다고 하니, 빈 교실을 활용해 병설 유치원 개원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공립유치원을 보내고 싶어 줄서 있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셈법으로 보입니다.


● 단설이던 병설이던, 공립유치원을 늘리자는 얘기가 맞나요?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공립단설유치원을 새로이 개원하는 게 어렵다면 그 대안으로 공립병설유치원을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언뜻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이상한 점은 안철수 후보의 유아교육에 대한 공약발표가 사립유치원 교육자들이 모인 곳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취재한 영상의 원본을 보면 안철수 후보의 공약 발표 이후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화답하는 열렬한 호응이 있었습니다. 우리 보통 국민들이 바라는 공립유아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발표된 공약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입니다.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유치원의 우선순위는 공립단설유치원, 공립병설유치원, 사립유치원 순서입니다. 대형공립단설유치원의 신규 개원을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이득을 보는 게 사립유치원일 수 있습니다.  혹시 학부모들의 바람과 무관한 내용은 아닐런지요.
안철수 유치원 논란 반응(4월 12일 오뉴스)
사립유치원은 학비는 더 들어 갈 수 있으나, 대부분 독립적인 건물입니다. 말하자면 단설입니다. 유아의 눈높이 맞는 설계기준을 따라 지어져야 하고 그렇게 지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시설 면에서나 규모 면에서 공립병설유치원보다 앞설 수 있습니다.

공립단설유치원은 지금 서울에 몇 개 되지도 않기 때문에 부모들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공립병설유치원과 사립단설유치원을 저울질 할텐데 시설과 환경이 좋은 사립유치원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사립유치원 교육자들이 바라는 점일 겁니다. 게다가 '유치원이 필요로 하는 교직원 인건비, 보조교사 지원, 교육과정 운영지원을 확대 하겠다'는 공약은 그대로 지켜질 경우 사립유치원의 환경이 개선될 겁니다. 더욱더 공립병설유치원에 대한 선호도가 사립유치원으로 기울 수 있는 내용입니다.
 
사립유치원은 한국의 유아교육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유아교육정책에 대한 공약을 대통령 후보가 발표하는 자리로써 적절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약대로 이행된다면 공립유치원은 약화시키고 사립유치원은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나중에 어떻게 손댈 수 없는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립유치원이 설 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다른 대선후보의 유아교육정책은 괜찮은가요?

특정 후보의 공약은 문제가 있고 다른 후보의 공약은 괜찮다는 식의 접근을 하자는 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다른 후보도 유아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습니다. 나라의 미래가 위태로울 수준 이니 정치인들 모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게 할지 골몰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보육정책이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대두 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정책공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우리나라 부모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떨어집니다. 왜 아이를 낳기 힘들어 하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유아교육 정책은 몰이해도가 가장 높은 정책 대결분야인 것 같습니다.
대선후보 보육정책 대결
● 보육과 유아교육을 구분하지 않고, 약속을 남발하는 건 아닐까요?

도무지 보육을 책임지겠다는 건지,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단어 꼬투리 잡기가 아닙니다. 이 둘의 차이는 관리 감독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아이를 그냥 맡길 수 있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을 보낼 선택지를 한번 볼까요? 초등학교 취학 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은 어린이집, 유치원,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학원, 이 세 가지가 대표적입니다.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고, 유치원은 교육기관, 소위 영어유치원은 학원입니다. 보육기관은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습니다. 따라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감독을 담당합니다. 일단 어린이집 부터 보겠습니다. 이게 좀 복잡합니다. 서울의 경우 현재 6,272개 어린이집이 있는데 이중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은 1,204개로 전체의 19.2%입니다.(서울특별시 보육포탈서비스 참고) 나머지는 민간 어린이집입니다.

서울시는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을 통과할 경우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인증하고 예산을 지원합니다. 결국 지자체의 관리감독도 받는 셈입니다. 거기에 여성가족부는 어린이집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여성가족부 인증마크가 붙여진 어린이집이 바로 그에 해당합니다.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는 건 만 0~5세의 아이입니다.
안철수 유치원 논란 (4월 12일 오뉴스)
유치원은 만3~5세까지 다닐 수 있는 '교육'기관입니다. 어린이집과 연령이 중복되는 구간이 있습니다. 국공립유치원은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습니다.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교육부 산하 교육청의 관리대상입니다.

그런데 교육부에서 내놓은 표준 누리과정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누리과정은 어린이집에도 적용됩니다. 분명히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인데 뭔가 이상합니다. 누리과정에 해당하는 예산은 교육청에서 편성합니다. 관리감독 대상도 아니고 소속도 아닌 어린이집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고 교육부가 교육청에 압박을 넣고, 이를 산하기관인 교육청에서 반발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여기서 기인 합니다. 참고로 누리과정 예산지원은 직전 정부 공약이었습니다. 또 만 3~5세는 사립유치원이나 공립유치원, 어린이집 모두 누리과정으로 교육합니다. 기관별 교사의 차이를 무시한 정책입니다.


● 진짜 '육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정리해 보면 어린이집은 보육 중심, 유치원은 교육 중심 과정입니다. 일단 너무 복잡하니 학원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아이들을 보육 또는 교육 하는데 관여된 공공기관은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그리고 서울특별시 같은 지자체입니다. 각 기관에서 내세우는 육아관련정책(보육이든 교육이든)은 상당부분 중첩되어 있습니다.

부모들은 혼란스럽습니다. 혼란스러움을 단순히 전달하기 위해 한번 나열해 보겠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폭풍'검색 해본 부모님은 이런 정보의 조합이 가능할 것 같아 재구성해 봤습니다.
 
"어린이집은 국공립과 사립이 있는데 사립인 민간어린이집도 인증마크가 있음. 똑같이 누리과정을 교육한다는데 유치원과의 차이는?
결국 어린이집은 입소대기, 유치원은 추첨, 사립이나 영어유치원은 돈.
여성가족부 인증제도와 보건복지부 인증제도가 있는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음.
서울형 어린이집은 서울시에서 인증하는 어린이집인데 서울시 설립인지 민간인지 구분이 가지 않음.
유치원은 공립과 사립이 있음. 공립유치원은 공립병설유치원과 공립단설유치원이 있음.
공립단설유치원은 가장 보내고 싶고 교육환경이 우수하지만 추첨이 엄청 힘들다고 함.
서울에 몇 개 없음. 아 우리집 주변에 아예 없음.
공립단설유치원 추첨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된다는 말이 있음.
공립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교실 몇 개를 비워 유치원으로 개조해 쓴다고 함.
단설처럼 교육공무원 교사가 근무하지만 시설 면에서 또 지원 면에서 불리할 것 같음.
공립유치원은 지역 내 신설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정원의 4분의 1만 수용할 수 있게 지어진다고 함.
사립유치원은 비싸고 수준이 천차만별. 다른 아이 엄마들에게 수소문 해봐야 함.
교사가 박봉이라 힘들고, 결국 아이들도 행복하지 못한 악순환이 주로 민간 어린이집이라고 함.
사립이건 민간이건 유명하고 좋은 데는 비쌈.
대안으로 영어유치원이 있음. 근데 완전 비쌈.
학원은 10시 시작하고 3시 끝난다고 해서 맞벌이인 우리 집은 불가능."
(일반인 시각에서 재구성. 부정확할 수 있음)

 
아무리 가상으로 나열했지만 제가 다시 읽어봐도 복잡합니다. 여기에 아이돌봄서비스나 조부모손자돌봄지원 등 유아교육 및 보육기관에 아이를 맡기지 않는 경우의 지원제도까지 더하면 부모들의 선택지는 더 꼬입니다.

참고로 민간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 교사는 육아휴직이나 복지, 휴가, 월급 등에서 공립유치원 교사에 비해 보장내용이 열악합니다. 또 어린이집 교사와 유치원 교사는 요구하는 자격요건이 다릅니다. 어린이집 교사는 보육교사 자격증, 유치원교사는 유치원정교사자격증이 필요합니다.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교육과정도 다릅니다.

각 대선 후보들은 '육아부담을 덜어드리겠습니다', '국공립보육기관 40% 확충하겠습니다'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혼란을 통합해 보겠다고 나서는 분은 없어 보입니다. 이미 후보들의 자녀는 유아기나 학령기를 훌쩍 지나서 지금 이런 혼란을 이해하기 힘든 가 봅니다. 막상 자기 아이를 어디 보내야 하는지 고민을 해보면 확 와 닿을 텐데 말이죠.

안 후보의 정책 발표가 있은 후 부모님들의 기사 댓글 반응 중에는 "단설과 병설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차이, 서울형어린이집과 여성가족부인증 어린이집의 차이, 국공립 어린이집과 국공립 유치원의 차이,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차이, 공립단설유치원과 공립병설유치원의 차이에 대해서 대선후보가 잘 알고 있는지 의문이 간다는 것이겠지요.

사실 동료들 중에서도 제 아내가 공립유치원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고 구립 어린이집에서 근무한다라고 이해하는 분도 종종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도 유치원 교사와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애써 이해하려고 마음먹지 않으면 복잡한 현실이 금방 와 닿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 문제는 '디테일'입니다.

지난 2012년 대선 후 어린이집 관할을 놓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내부 논쟁이 있었습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이미 유치원을 관할하고 있고 유아들의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같은 나이의 아이라면 교육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의 설립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여전히 분리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 했고요. 여성가족부는 맞춤형 보육이라는 관점에서 '어린이집 문제는 가족정책이다'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모들의 마음과 달리 부처별 경쟁의 장이 되었던 거죠. 그만큼 통일된 정책이 없으면서도 예산을 많이 배정 받을 수 있는 분야가 보육정책이었던 같습니다. 낮은 출산율이 문제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고, 그 해결방안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정책은 보육과 유아교육 해법인 거죠.

이번 대선에서는 좀 더 진일보한 유아관련 정책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하면서 문제는 '디테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복잡한 현실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얘기입니다. '출산율을 높이고 육아 부담을 해결 하겠다'는 커다란 약속은 너무나 엉성합니다.

아이를 맡아줄 보육, 유아교육 기관의 확충도 중요하지만 관리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당장 관리 감독기관을 바꾸자고 논쟁을 벌이고 시간을 다 쓰기보다는, 다른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아이를 보육기관이나 유아 교육기관에 보내기 위한 전산시스템을 단일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을 한 기관이 만들고 그 플랫폼을 부모와 유아교육기관, 보육기관이 모두 이용하는 겁니다. 지금은 각 기관별로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서도 만들고 보건복지부에서도, 교육청에서도 만듭니다. 그것만이라도 합쳐서 단일 플랫폼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립유치원과 민간 어린이집의 반발보다 중요한 것은 국공립유아교육 및 보육 기관의 확충입니다. 현재 신설 초등학교 정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공립유치원 설립기준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를 최소한 2분의 1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원하시는 것처럼, 새로운 부지에 큰 예산을 들여 대형 단설유치원을 만드는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다른 방법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초등학교 내에도 단설유치원 설립이 가능합니다. 빈 교실 몇 개를 빌려 쓰는 김에 학급 수를 늘리면 단설유치원으로써 원장교사가 운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 중구에 있는 장충유치원은 장충초등학교 내의 병설 유치원으로 출발했는데, 학급 수를 늘리면서 단설유치원이 되었습니다. 

공립단설유치원이 유리한 이유는 위의 설명에도 있지만 행정전담인력의 유무입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행정인력을 학교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의 수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행정업무는 전담하는 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공립병설유치원으로써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린이집도 마찬가지 입니다. 국공립어린이집도 교사들이 지금보다 더 보육과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전담인원을 확충하는 쪽으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합니다.

전(前) 정권에서는 이런 디테일을 공식적으로 아무 권한이 없던 누군가에게 맡겨 놓는 바람에 많은 정책들이 산으로 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표를 얻으려고 듣기 좋은 말만 하기보다는 세심한 부분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 이해의 노력이 반영된 약속을 하신다면 마음으로 와 닿는 정책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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