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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켈레톤 황제' 두쿠르스 "나는 끊임없이 도전…40살 넘어서도 선수 하고 싶어"

스켈레톤 세계 최강자 마르틴스 두쿠르스 인터뷰

최희진 기자 chnovel@sbs.co.kr

작성 2017.03.21 08:57 조회 재생수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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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스켈레톤 황제 두쿠르스 "나는 끊임없이 도전…40살 넘어서도 선수 하고 싶어"
지난 17일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스켈레톤 월드컵 8차 대회에서 윤성빈 선수가 세계랭킹 1위 마르틴스 두쿠르스에게 불과 100분의 1초 차로 정말 아깝게 역전패했습니다. 윤성빈은 1차 시기에서 완벽한 레이스를 펼치며 2위 두쿠르스에 0.18초 차 앞서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2차 시기에서 두쿠르스가 정말 믿기 힘든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두쿠르스는 트랙 신기록을 세우며 윤성빈을 압박했습니다.

바로 다음 순서로 나온 윤성빈은 심리적인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0.18초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갈수록 격차가 좁혀지더니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1, 2차 시기 합계에서 0.01초 차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기록을 확인하고 윤성빈은 아쉬움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윤성빈을 응원하던 홈 팬들은 일제히 아쉬움의 탄식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두쿠르스의 놀라운 트랙 적응력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습니다.

'스켈레톤 황제'답게 두쿠르스는 1차 시기에서 실수했던 '마의 9번 커브'를 2차 시기에서는 완벽하게 통과했습니다. 절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월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월드컵 5차 대회에 이어 윤성빈에게 또 한 번 뼈아픈 역전패를 안겼습니다. 그때는 윤성빈이 1차 시기에서 0.22초를 앞섰는데 두쿠르스가 이번처럼 2차 시기에서 완벽한 레이스로 트랙 신기록을 세우며 0.03초 차로 승부를 뒤집었습니다. 평창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윤성빈에게 두쿠르스는 넘어야 할 '거대한 산'임에 틀림없습니다.

● 두쿠르스와 인터뷰
스켈레톤 선수 두쿠르스이번 평창 월드컵 남자 스켈레톤 경기 전날 두쿠르스를 숙소에서 만났습니다. 대개 선수들이 경기 하루 전에는 민감하기 때문에 인터뷰를 사양하는 것과는 달리 두쿠르스는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으로 웃어가며 답변하는 모습에서 스켈레톤 세계 최강자의 여유와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평창 트랙은 몇 번 주행했나요?

- 이번에 와서 28번 정도 탔어요. 평창 트랙은 매우 흥미롭고 도전적인 트랙입니다. 속도가 시속 124-125km 정도 나와서 빠른 트랙에 속합니다.

Q) 평창 트랙 적응은 잘 되고 있나요?

- 아직 적응해야 할 구간이 몇 군데 있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아직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할 수는 없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어요.

Q) 평창 트랙의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트랙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난이도가 중간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반적으로 트랙은 마음에 듭니다. 매우 흥미롭습니다. 벽에 부딪혀 속도를 잃을 수 있는 구간이 몇 군데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안전성 면에서는 위험하지 않아요.

Q) 특히 몇 번 커브가 어렵나요?

- 당연히 9번 커브입니다. 9번에서 12번 커브까지가 속도를 잃을 수 있는 구간입니다. 평창 트랙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화제를 자연스럽게 윤성빈으로 돌렸습니다.

Q) 윤성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 윤성빈은 재능이 뛰어난 선수입니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한 요건들을 모두 갖췄어요. 평창 올림픽 준비도 철저하게 할 것입니다. 그도 안방 트랙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것입니다.

Q) 평창 올림픽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 당연히 윤성빈입니다. 그는 실력이 뛰어나고 홈 트랙의 이점도 있고 주행 훈련도 최대한 많이 할 것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매우 어려운 승부가 될 것입니다.

세계선수권에서 5번, 월드컵에서는 무려 48차례나 우승한 두쿠르스가 유일하게 갖지 못한 것이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처음 출전했던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7위를 차지했고, 2010년 밴쿠버·2014년 소치에서는 모두 개최국 선수에게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밴쿠버에서는 캐나다의 존 몽고메리, 소치에서는 러시아의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에게 금메달을 내줬습니다. 두쿠르스는 올림픽에서 두 차례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홈 트랙의 이점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평창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주저 없이 윤성빈을 꼽았습니다.

Q) 평창 올림픽에서 목표는?

- 당연히 금메달입니다. 타이틀을 놓고 봤을 때 저는 모든 것을 이뤘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만 빼놓고. 올림픽에서는 두 차례 홈 트랙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내줬습니다. 그만큼 홈 이점이 크다고 할 수 있죠. 저도 최선을 다해서 근소하게 접근했지만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평창 올림픽을 마친 뒤 당당하게 모든 것을 다 이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Q) 평창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요?

- 20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훈련 일지를 꼼꼼히 써왔습니다. 여기에는 그동안 훈련하면서 시험해왔던 것들이 적혀 있어요. 훈련 방법와 장비 면에서 어떤 것들이 효과가 있었고 어떤 것들이 안 좋았는지, 그리고 식이요법에 이르기까지 모두 적어놓았습니다. 훈련 일지를 적은 노트북을 다시 열어서 올림픽에 대비한 훈련 계획을 세울 것입니다. 평창 올림픽이 저의 4번째 올림픽이기 때문에 경험은 충분하고 정신적으로도 준비가 됐습니다.

두쿠르스는 올 시즌 초반 주춤했습니다. 휘슬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4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2차 대회에서는 5위에 머물렀습니다. 당시 그의 부진 이유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돌았습니다.

Q) 올 시즌 초반 부진 원인은 뭔가요?

- 애초부터 이번 시즌은 내년 올림픽에 대비해 여러가지 테스트들을 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썰매와 러너(날)을 계속 바꿔가며 시험했는데 어떤 때는 잘 됐는데 어떤 때는 잘 안 됐습니다. 또 많은 것들을 시험하다 보니 주행의 감각을 잃기도 했습니다. 목표가 이번 시즌이 아니라 올림픽이기 때문에 테스트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시행 착오도 있었어요.

Q) 올 시즌에 대해서는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나요?

- 이번 시즌에는 많은 굴곡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시즌 저의 가장 큰 목표는 유럽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이었는데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만족합니다. 월드컵에서는 시험에 더 주력했고 이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두쿠르스는 1984년생으로 33살입니다. 윤성빈보다 10살이나 많습니다.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나이입니다.

Q) 적지 않은 나이에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 지금 제 나이에 모든 대회에서 완벽한 체력을 갖추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회별로 중요도를 따져서 체력을 안배하고 있어요.

Q) 평창 올림픽을 마지막 올림픽으로 생각하고 있나요?

- 그렇지는 않아요. 40살이 넘어서도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요. 스위스의 그레고 슈타힐리 같은 선수는 42살에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기도 했어요. 저도 그렇게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저는 항상 전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 번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다음 대회도 똑같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절대 생각 안 해요. 중요한 것은 계속 시험하고 도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과정에서 때로는 후퇴할 수도 있지만 일보전진을 위한 후퇴라고 생각해요. 도전이 저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동기를 부여하거든요. 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섭니다. 항상 똑같은 썰매, 똑같은 러너로 주행하면 흥미도 없고 동기 부여도 안 될 것이에요.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계속 동기 부여가 됩니다.

두쿠르스는 스켈레톤 선수 말고도 또 하나의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부업으로 조국 라트비아에서 자동차 매매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자동차 매매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 라트비아에서 10년 전부터 자동차를 사고 파는 일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스켈레톤를 하기 위한 훈련 비용을 벌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어요. 이후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후원사가 생기면서 금전적인 어려움은 없어졌어요. 자동차 매매 비즈니스의 비중도 예전보다 줄었고요.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점도 많아요. 스포츠 이외에 다른 일에도 집중하면서 바쁘게 살 수 있거든요. 머리도 식히고요. 매 순간 스켈레톤만 생각하면 정말 미쳐버릴 거에요 (웃음) 비즈니스도 재미있어요.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제가 고객에게 자동차를 갖다 줬을 때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져요. 그리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만 하지 않았아요. 저희 집안에서는 교육을 가장 중시했거든요. 교육이 먼저고 그 다음이 운동이었어요. 제가 대학에서 경제학 학사를 받고 졸업한 이후부터 직업으로서 운동의 비중을 늘려갔어요.

● 평창 월드컵 8차 대회 시상식
왼쪽 윤성빈(은), 가운데 마르틴스 두쿠르스(금), 오른쪽 형 토마스 두쿠르스(동)평창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고 시상식을 마친 직후 두쿠르스와 다시 인터뷰를 했습니다. 윤성빈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극을 펼쳐 흥분할 법도 했지만 두쿠르스는 경기 전날 만났을 때보다 오히려 더 차분하고 담담했습니다.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냉철한 승부사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1차 시기는 안 좋았는데 2차 시기에 잘해서 우승해 기쁩니다. 관중이 보기에도 정말 흥미로운 경기였을 것 같아요. 저에게도 매우 도전적인 경기였고요. 윤성빈도 정말 잘했어요. 이것이 스포츠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요. 2차 시기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요. 특히 올림픽은 4차 시기까지 있으니까 더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