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취업난은 더 심해졌는데…청년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취재파일] 취업난은 더 심해졌는데…청년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최근 청년 취업난을 취재하면서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A씨를 만났습니다. 학점이 좋지 않아 자격증도 함께 공부하고 있는 A씨는 집에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 주중 낮 시간에는 졸업한 학교 인근 가게에서 최저시급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부터 밤까지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합니다. 그럼 여기서 쉬운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A씨는 통계상 취업자일까요 실업자일까요? 정답은 취업자입니다.
 
통계청 기준을 보면 매달 15일이 속한 조사대상 주간 중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사람과 무급가족종사자, 일시휴직자 등은 취업자로 분류됩니다. 실업자는 조사대상 주간에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였던 사람으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말합니다. 이에 대해 A씨는 “내가 취업자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통계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채용게시판 보는 취업준비생들
● 청년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오늘 발표된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8.6%를 기록했습니다. 계절적 요인 때문에 실업률은 보통 같은 기간을 비교하는데, 1년 전인 2016년 1월 청년 실업률이 9.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0.9%포인트 낮아진 것입니다. 1월 기준으로만 보면 7.1%를 기록한 2013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수치로 보면 청년 고용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 봐야 합니다. 실업률은 실업자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누어서 100을 곱한 수치입니다.
 
지난달 청년 실업자는 36만 8천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만 5천 명 감소했습니다. 실업자가 감소했다는 것은 취업에 성공했다는 얘기일까요? 그래서 청년 취업자를 봤더니 392만 9천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만 3천 명 감소했습니다. 취업자와 실업자가 함께 감소했다는 것인데 이는 실업자였던 20대가 취업자가 아닌 통계의 다른 항목으로 빠졌다는 것입니다.
 
● 극심한 취업난에…구직단념 급증이 불러온 ‘착시’
 
여기서 구직단념자란 개념이 등장합니다. 구직단념자는 일할 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최근 4주간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자로서 지난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뜻합니다. 노력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실망실업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구직단념자는 경제활동인구가 아닌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들을 얘기하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됩니다. 즉 실업자도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지난달 구직단념자를 보면 58만 9천 명으로, 일 년 전보다 7만 1천 명이나 증가했습니다. 구직단념자가 58만 명을 넘어선 것은 1999년 11월 통계 집계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업 채용 수요가 줄면서 청년들의 구직활동이 위축됐고 이것이 실업률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청년 실업률 하락은 최악의 취업난에 구직 자체를 아예 포기하는 청년이 급증하면서 생긴 '착시'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 다음 달 10번째 청년고용대책 발표
 
이런 문제 때문에 통계청은 고용보조지표를 개발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A씨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등 숨은 실업자를 모두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지난달 11.6%를 나타냈습니다. 청년층만 따로 살펴본 체감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22.5%였습니다. 같은 1월 기준으로는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월까지 총 9차례의 청년고용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3년 간 4조 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연간으로 보면 9.8%까지 치솟았습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내놓은 청년고용대책이 헛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동안 정부의 정책은 인턴과 취업교육 등 취업희망자의 스펙 쌓는데 치중됐다고 지적합니다. 그 결과 인턴과 비정규직 등 한시적 일자리만 늘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취업희망자들이 원하는 건 좋은 일자리입니다. 대기업과 공기업이 잡-셰어링 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그리고 중소기업의 환경과 처우가 개선돼,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되도록 하는 게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물론 경기침체라는 걸림돌이 너무나 큽니다. 하지만 청년들도 모르는 청년고용대책을 내놓는 것보다는 더 요긴한 일인 건 분명합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현재 무려 241개의 청년고용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데 절반 이상의 청년이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다음 달 정부는 열 번째 청년고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탄핵정국 속에서 올해 초 각 부처가 내놓은 올해 업무 계획들이 이른바 킬러 콘텐츠 없이 재탕, 삼탕 대책들만 나열된 것들을 보면, 이번 대책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근시안적인 대책만으로는 고용절벽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동안 쏟아 놓은 청년 고용대책의 대대적인 재정비를 통해 청년 취업에 대한 근본적인 재 접근이 시급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