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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신카이 마코토 감독 - 350만 한국팬 사로잡은 日 애니메이션

<앵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의 관객 기록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입니다. 최근 3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영화가 있습니다.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영화의 매력은 뭘까요?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우선 관객 기록을 갈아치운, 흥행 기록을 세운 데 축하를 드립니다. 개봉 한 달 만에 35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혹시 흥행할 거란 예상을 하셨나요?

[신카이 마코토/감독 : 전혀 예상도 못했습니다. 굉장히 감격하고 있습니다.]

기록 소식을 들으셨을 때 소감이 어떠셨습니까, 많이 기쁘셨죠?

[신카이 마코토/감독 : 네, 아주 기뻤습니다. 10년 전부터 영화를 만들 때마다 한국에서 상영을 해 주셨는데 이번 영화처럼 이렇게 많은 분들이 극장을 직접 찾아 주신 건 지금도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기록을 넘어서 최근의 화제작인 라라랜드 보다도 더 관객수가 많아요. '너의 이름은.' 이 작품이 한국 관객들에게 이렇게 매력을 느끼게 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신카이 마코토/감독 : 왜일까요? 한 가지 이유는 소년과 소녀가 만나서 강하게 이끌리는 매우 단순하고 보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이 어쩌면 한국 젊은이들의 공감을 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적인 정서와도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어서 그렇다는 이야기시군요. 이 영화의 내용을 보면 예상치 못한 재난, 대규모 희생자 이런 걸 보면 뭔가 떠오르는 이미지가 저는 있어요. 이번 작품의 모티브는 어디서 가져오신 건가요?

[신카이 마코토/감독 : 일본에서 2011년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느낀 것들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영감이 됐습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2014년 마침 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세월호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세월호 보도를 보고 아주 큰 충격을 받았던 점은 가라앉는 배 안에서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 방송을 듣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사람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 어떻게 생길 수 있을까 생각했고, 그 사건은 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저도 3년 전 세월호 사건을 생각하면 만약 가능하다면 그 당시로 돌아가서 아이들에게 빨리 대피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요, 혹시 동일본 대지진과 관련해서도 감독께서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

[신카이 마코토/감독 : 저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고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그런 마음일 겁니다. 가능만 하다면 되돌리고 싶지만 그건 실제로는 불가능합니다. '너의 이름은.'은 상업영화이고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단순한 재미 이상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관객에게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07년 개봉한 '초속 5센티미터' 그리고 그 이후로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에 이어서 이번이 네 번째 작품인데 작품을 보면 우선적으로 뛰어난 영상미를 꼽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빛의 작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인데 그만큼 빛이 표현하는 섬세한 영상미를 말하는 것 같은데, 빛이라는 소재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신카이 마코토/감독 : 실제로 영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 스태프들의 역량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려주는 것은 스태프들이지만 제가 실제 풍경을 가능하면 아름답게 그려 달라고 하는 이유는 제가 자란 곳이 산 위 고원이고, 빛이 아름다운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골짜기와 골짜기 아래쪽에서 살았기 때문에 태양이 빨리 집니다. 하지만 해가 산 너머로 진 후에도 하늘은 오래도록 그 빛을 유지했고 그렇게 빛이 매우 아름다운 곳에서 자라서 어릴 때부터 멍하니 하늘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바라보는 어린이였습니다. 그때 체험이 이런 그림을 만들 수 있게 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 영화가 끝난 뒤 크레딧 스크롤을 보면 한국인으로 생각되는 이름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한국 스태프들과도 많이 작업하시는 건가요?

[신카이 마코토/감독 : 10년 전부터 저의 스튜디오에는 메인 스태프 중 한국인 여자 스태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자체가 한국의 작화 스튜디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한국의 스튜디오가 없다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은 곤란할 정도입니다. 큰 부분을 한국에 맡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관객 기록도 갈아치우셨고, 이제 한국인 관객들 가운데는 영화의 배경지를 찾아 직접 가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국내 팬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

[신카이 마코토/감독 : 우리들은 정말 가까운 이웃 나라에 살고 있고 여러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희 일본인들에게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재밌게 만든 영화를 한국인들도 재밌게 봐 주신다는 자신감을 이번 영화를 통해 갖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만든 영화를 일본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즐겁게 봐 주셨으면 좋겠고, 한국인들이 영화를 보실 때 일본에서와는 또 다른 감상을 들려주실 것도 기대합니다.]

앞으로 감독님의 작품이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카이 마코토/감독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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