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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주 지진, 궁금증 풀려면 5년은 더 걸립니다

정구희 기자 koohee@sbs.co.kr

작성 2017.01.13 09:40 조회 재생수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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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경주 지진, 궁금증 풀려면 5년은 더 걸립니다
기상청은 어제(12일) 앞으로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국민들이 2분 안에 문자를 받을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시스템을 개편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 8분이나 걸리던 겁니다.

그런데 2분은 충분한 시간일까요? 지진이 났을 때 발생하는 충격파인 ‘지진파’의 속도는 느리게 잡아도 1초에 4km입니다. 서울에서 부산이 대략 400km니까 부산에서 지진이 나면 서울까지 100초, 1분 40초면 지진파가 도달합니다. 즉 우리나라 어디서 지진이 발생하던지 지진파를 피하기에 2분은 늦은 시간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통신사에서 전 국민에게 문자를 한 번에 전송하다 보면 시간은 1~2분 정도 더 늦어질 수 있습니다.

당장 올해 또 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날보다 정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까요?
궁금증도 여전히 많습니다. 경주 지진은 어느 단층에서 발생한 건지, 한반도에는 얼마나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지, 원전과 우리 집의 내진 설계는 충분한 건지. 경주 지진 100여 일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습니다.

● 어느 단층에서 발생한 것인지도 의견 분분

지진은 지구 내부의 힘에 의해 발생합니다. 지진이 발생하면서 땅이 끊어져 단층이 생깁니다. 또 이 단층은 힘에 취약하기 때문에 또한번 힘을 받았을 때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양산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영남지방 최대 단층을 양산단층이라 부릅니다. 이번 경주지진을 양산단층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바로 옆 모량단층에서 발생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진이 지하 10~14km 정도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어떤 단층에서 발생했는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번 지진은 우리가 아예 모르는 단층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이번 지진이 ‘신선한 단층’에서 발생했다고 말합니다. 계란도 아니고 신선한 단층은 어떤 의미일까요? 활동을 오랜만에 했거나, 지진이 발생하면서 새로 생긴 단층이라는 겁니다. 근거는 지진이 발생할 때 규모에 비해 고주파수 에너지가 많이 발생한 점입니다. 말이 조금 어려운데, 통상 지진의 규모가 작을수록 고주파수 에너지가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반대로 규모가 클수록 저주파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지진은 규모 5.8로 강했지만 고주파수 에너지가 예상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단층이 크고 오래될수록 많은 지질활동으로 인해 표면이 닳아서 거칠지 않고 매끄러운데, 새로 생기거나 활동이 거의 없던 단층은 표면이 거칠다고 합니다. 이 거친 표면이 뒤틀리면서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강진임에도 고주파 에너지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지진이 발생한 단층은, 이번 경주 지진으로 생긴 새로운 단층일 수도 있고, 또는 원래 존재했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지하에 잠복하고 있었던 숨은 단층이라는 겁니다.

일단 어떤 단층에서 발생했고 얼마나 단층이 큰지 알아야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올 수 있을 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단층의 분포와 크기를 알아내는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는 미소지진을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경주지역에는 지금까지 56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했는데요, 지진계를 더 촘촘히 설치해서 이런 여진들의 발생 위치와 규모를 3차원으로 명확하게 구분지어서 단층의 구조를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자기장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암석(돌)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자기적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장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입니다. 강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면 돌들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돌들 사이에 끊어진 단층은 없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인공 지진파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강한 폭발을 통해 인공 지진파를 발생시켜서 지진파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겁니다. 지진파의 움직임이 이상한 곳에는 다른 종류의 암석이 존재하거나 끊어진 단층이 존재한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나 그렇듯 비용과 시간이 문제입니다.
지진● 올해 예산 50억, 최소 5년은 걸린다

앞서 말한 3가지 방법 중에 그나마 저렴하고 간단한 게 미소지진 분석법입니다. 이 방법을 쓰려면 지진계를 아주 촘촘히 깔아야 하는데 경주지역의 경우 약 200대 정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지진계 하나가 3,000만원 정도니까 지진계 설치에만 60억이 필요한 셈입니다. 그나마 여진 발생이 줄어들면 지진계 설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설치해야 합니다. 이 방법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올해 정부의 지질조사 총 예산은 50억 수준입니다. 특히 경주지역과 원전안전성 연구를 위한 지질 조사 예산은 이 가운데 10억입니다.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을 만큼의 예산이 없다는 겁니다. 올해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립하고 지질 연구의 방향을 정하는 선에서 연구가 끝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수백 억의 예산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는 향후 5~25년 동안 이 문제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정부의 입장과 결론은 연구 사업이 끝나는 5년은 지나야 나올 거라는 겁니다.

얼마나 큰 지진이 발생할지, 한반도는 안전한지, 원전은 지금 설계로 충분한지 궁금하지만 학계의 의견은 계속 엇갈릴 겁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방향을 잡고 합의점을 찾아서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지질조사만 아무리 빨라도 5년을 바라보고 있다는 겁니다.

서두르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예산을 빨리 늘려야 한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이게 현실이라는 겁니다. 지질조사는 오래 걸릴 것이고, 지질 조사 결과로 토대로 나온 새로운 내진설계 기준을 만드는 건 더 오래 걸릴 겁니다.

지진은 당장 내일에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먼저 끝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진을 최대한 빨리 국민들에게 전달할 방법과, 행동 요령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학교나 병원 공공기관, 주거 밀집 단지들에는 기상청이 지진을 통보받는 15~25초 수준에서 지진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수신기와 경보기를 부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트위터 같은 SNS를 이용한 지진 통보 방법도 하루 빨리 시도해 봐야 합니다. 단순히 이런 방법이 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게 아니라 현장에 하루 빨리 적용해보고 문제점을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