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올해 CES에서 한가지 새로운 분야의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바로 음성인식 기술이 내장된 허브 로봇과 공항 등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공항 로봇 등이었습니다. 우선 허브 로봇의 기능부터 보겠습니다.
IoT라고 하죠. 사물인터넷이 이미 우리 가전제품 기술의 대세가 된지 오래됐습니다. 사물인터넷이란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은 환경이나 기술을 말합니다. 냉장고에 적용하면 냉장고는 부족한 식자재가 무엇인지 냉장고 안에 든 음식의 신선도는 어떠한지 등을 주인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필요하면 다른 가전제품의 작동도 가능하게 합니다.
LG는 이 허브 기능을 하는 장치를 소형 로봇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음성 인식 기능을 넣었습니다. 바로 아마존이 개발한 ‘알렉사’가 그것입니다. 기자단이 LG전시관을 취재하러 갔을 때 이 허브로봇을 시현하도록 주문했습니다. 한 연구원이 허브로봇에게 명령해서 전기 스토브를 켜고, 로봇 청소기를 작동시키는 장면이었습니다.
“알렉사! 스토브를 예열해!” 명령했지만 잘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주변이 시끄러워 음성 전달이 안돼 부루투스로 연결한 마이크까지 끼고 있었지만 오작동이 서너 차례 반복된 끝에야 성공했습니다. 이번에는 기자가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영어로 된 정해진 명령어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명령어대로 시도해 봤습니다.
“Alexa! Ask the hub bot to preheat the oven!” (알렉사! 오븐을 예열해줄래!) 명령했지만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알렉사는 아마존의 기술입니다. 그러다 보니 명령어는 영어로만 가능했습니다. 제가 농담으로 “아마 제 영어 발음이 안 좋은가 봅니다” 하면서 다시 시도해 봤지만 ‘알렉사’를 부를 때부터 잘 인식이 안 되는지 오류가 두세 번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LG 전시관을 나선 뒤, 기자는 다른 가전사의 로봇들, 특히 음성 인식 기술을 탑재한 로봇들의 성능이 궁금해졌습니다. 우선, 지금은 중국으로 넘어간 파나소닉을 찾았습니다. 파나소닉에는 책상 위에서 아이들 공부를 돕는 소형 로봇을 전시해놓고 있었는데, 주인과 영어로 대화도 나누고 주인의 명령에 따라 TV나 인터넷 화면을 벽이나 책상 위에 띄우는 등의 기능도 갖고 있었습니다. 한번 보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알렉사를 쓰지 않고 자체 음성인식 기술을 쓰고 있었습니다. 주인이 두세 차례 명령을 반복하지 않고도 명령에 대해 대꾸까지 해가면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시현을 담당한 직원이 반복된 과정을 통해 로봇에게 가장 익숙하고 알아듣기 쉬운 말로 명령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중국의 가전사인 하이얼도 눈길을 끌었는데, 하이얼도 LG 처럼 거실 탁자 위에 놓인 허브 로봇을 통해 집 안에 있는 가전 제품들을 작동시킬 수 있는 IoT 기술과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이 소란스럽다는 이유로 시현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기자가 자리를 이동해 South 관을 샅샅이 뒤지던 중 중국의 한 중소기업전시관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람 모양의 로봇들이 서 있길래 “작동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물론이다”라고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중국 업체고 또, 부스도 매우 작은 중소기업이라 조금 만만하게 본 측면이 있었습니다. “스위치를 켜면 절뚝거리며 걷는 정도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이 직원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중국말로 로봇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겁니다.
그러자 로봇은 중국말로 대답을 하는데 주변을 지나다가 뭔가 하고 멈춰선 사람들 가운데 중국인인듯한 사람들이 막 웃는 겁니다. 뭔가 주인의 말에 대답한 내용이 센스 있었던가 봅니다. 이런 주인과의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대화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업체 직원은 설명합니다. “가족과 대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심부름도 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심부름이 가능하냐고 했더니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작은 키트들을 보여주면서 저것이 부착되면 다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문에 부착할 경우, 로봇에게 문을 열라고 명령하면 로봇이 문에 부착된 키트에 교신해 문이 열리는 형식입니다. Iot 기술이 탑재돼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가전제품들은 물론이고 혈압 측정기 같이 생긴 것을 팔에 차고 있으면 로봇이 매번 측정내용을 저장하는 등 건강 관리기능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가전회사들처럼 큰 부스를 가진 것도 아니고 가로 세로 각각 5미터 남짓한 작은 부스에서 시현하는 한 조그만 기업의 기술력이라고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10억 넘는 인구가 사는 거대 시장을 겨냥해야 하다 보니, 이미 중국말로도 가능한 음성 인식 기술이 상당히 발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CES를 참관하고 온 제 나름의 소회를 3편에 걸쳐서 썼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제 스스로 우리 기업들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국내 유수의 대기업의 기술력을 타국 기업들과 비교해서 너무 낮게 평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CES를 통해서 느끼게 되는 생각 가운데 하나는 무서우리 만치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기술력입니다. 싼 인건비에다 기술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그야말로 무서운 적수가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우리 기업들은 우리끼리 싸우기 보다는 빠르게 도망가고 있는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고, 뒤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도전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R&D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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