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몇 만원 남은 '어릴 적 옛 통장'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손승욱 기자 ssw@sbs.co.kr

작성 2016.12.09 14:25 수정 2016.12.09 17: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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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면계좌 한 번에 정리…잔고도 인터넷 이체 가능

휴면계좌, 이른바 비활동성 계좌가 1억 개에 달합니다. 비활동성 계좌란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를 말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14조 4천억 원이 들어있습니다. 예전에 통장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돈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분이 생각보다 많은 겁니다.

"나도 혹시 휴면계좌 있나?"
"예전에 쓰던 통장에 돈이 남아 있나?"

이런 분들을 위해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으로 휴면 계좌를 확인한 뒤 바로 잔고를 옮길 수 있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예전에는 휴면계좌에 남아있는 돈을 찾기 위해서는 직접 은행까지 찾아가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단계별 시행이라 아직 모바일은 안되고 액수 제한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확실히 편리한 서비스입니다.

혹시 휴면계좌를 찾다보면 예전 기억이 떠오르는 아주 오래된 '옛 통장'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통장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수기로 만든 아주 오래된 통장이라도 은행이 기록만 가지고 있다면 그 기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1960년대, 1970년대에 만든 통장도 이론적으로는 존재할 수 있는 겁니다. 특히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몇 년도에 어느 은행 지점에서 만들었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어릴 적 부모님과 만든 통장을 만날 수도 있는 겁니다.

● "어디로 들어가요?"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계좌정보 통합관리서비스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포탈사이트에서 계좌정보 통합관리서비스라고 치거나, '어카운트 인포'라고 쳐도 바로 찾으실 수 있습니다. 주소는 www.accountinfo.or.kr입니다.어카운트인포 홈페이지 캡쳐●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습니다만…"

이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먼저 약관 동의를 하고, 본인 인증을 2번 합니다. 돈을 옮기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본인 인증이 중요하겠죠. 공인인증서 1번, 휴대전화 인증 1번, 이렇게 2번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바로 계좌 내역 조회 페이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인 인증을 하기 때문에 계좌 비밀번호 입력 없이 조회와 이체가 가능합니다.

● "퇴근 뒤에도 할 수 있어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주중, 주말 관계없이 내 계좌 조회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돈을 옮기는 건 다릅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가능하고, 은행 영업일에만 할 수 있습니다. 16개 국내 은행에 개설한 모든 예금과 신탁 계좌를 대상으로 하다보니까 시간을 24시간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 "수수료는 얼마인가요?"

은행에서 돈을 옮길 때는 수수료가 발생하는 게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A은행의 휴면계좌에 남아 있던 5만 원을 B은행의 월급 통장으로 옮긴다면, A은행에 수수료를 줘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휴면계좌 정리를 장려한다는 차원에서 내년 말, 그러니까 2017년 12월 31일까지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습니다.

● "스텔스 계좌도 보여요?"

의외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비밀계좌. 은행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개인 인증을 해도 노출이 되지 않는 계좌를 말합니다. 드물겠지만 보통 남편이나 부인이 공인인증서 넘겨받아서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해도 못 보게 하려는 의도로 쓰이기도 합니다. 부인 몰래, 남편 몰래 관리하는 비자금 계좌로 쓰시는 분들이 제법 있는 모양입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레이더에는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스텔스 계좌', 혹은 '보안계좌'라고 불립니다. 금융위원회는 보안계좌는 계좌정보 통합관리서비스에서 노출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A은행 관계자도 "보안계좌는 말 그대로 보안계좌다. 본인이 직접 창구를 찾아가서 자신임을 인증해야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변함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계좌 있는 줄도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텐데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과 아쉬움의 탄성을 내시는 분, 어느 쪽이 더 많을까요?

● "아주 오래된 옛 통장도 있나요?"잔고 확인계좌 조회를 하면 은행별로 자신의 계좌가 모두 펼쳐집니다. 예를 들어 'A은행, 비활동성 계좌 2건' 활동성 계좌 3건, 'B은행 활동성 계좌 1건'처럼 은행별로 볼 수 있습니다.

상세조회를 하면 자신이 어느 은행에서, 몇 년도에, 어느 동네 무슨 지점에서 통장을 만들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옛날 통장도 만날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개설연도 불문"이라고 합니다. "그 때 내가 뭐했지?" "누구랑 갔었지" "이 통장을 왜 만들었더라"라면서 회상에 잠길 만한 아주 오래된, 혹은 아주 어릴 때 만든 통장을 만나실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알아두셔야 할 정보는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휴면계좌를 줄여보자는 목적이 강합니다. 은행은 계좌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정부는 휴면계좌가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 쓰이는 대포통장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줄여보자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잔금을 남기고 이체하는 건 안 됩니다. 24만 원이 들어있으면 24만 원을 다 옮기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계좌는 해지가 됩니다. 액수도 일단 30만 원으로 제한했습니다. 내년 4월부터는 50만 원 이하 계좌까지 확대될 예정입니다.

이 서비스가 9일 오전 9시에 시작됐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접속자가 몰려 30분 정도 기다리신 분도 계시고, 은행 1~2곳과의 연결이 안되기도 했습니다. '뒤로 가기'를 누르면 접속이 끊어진다는 불만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일단 로그인된 뒤에는 아무 문제 없이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접속에 더 여유가 생기고, 다른 연결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기대하지 않았던 수입이 생기면 그 돈으로 뭘 하시겠습니까.

연말입니다. 또 이번 서비스에는 휴면계좌에서 찾은 돈을 서민금융진흥원에 기부할 수 있는 버튼이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기부를 하면 자동으로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등록이 돼 연말정산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