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도의 도보 길찾기가 제주, 경주, 평창 등 주요 관광지에서 서비스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외에서 구글 지도의 도보 길찾기를 이용해 낯선 곳에서도 쉽게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한국 정부는 현재 구글에 대한 지도반출을 불허해 구글도 한국에서는 도보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네이버가 구글의 진입이 막힌 국내 도보 길찾기에서 고객 서비스 개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5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지도는 현재 서울과 고양·성남·용인·김포 등 경기도 27개 도시, 부산·대구·대전 등 6개 광역시에서 도보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도보 안내가 되는 곳은 세종·김해·경산·춘천·천안뿐이며, 이들은 세종·춘천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이거나 광역시 인근 도시입니다.
이 때문에 제주·평창을 비롯한 강원 대다수 지역과 경주·전주 등 국내 주요 관광지에서 네이버 지도의 도보 길찾기는 무용지물입니다.
도보 길찾기는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는 길에 대한 자료 축적이 필요해 자동차·대중교통 안내와 달리 운영됩니다.
네이버는 2011년 8월 서울·인천·경기도 13개 도시를 대상으로 도보 길찾기를 선보였고 이후 6대 광역시를 추가한 데 이어 2013년 3월 경기도 서비스 범위를 도시 13개에서 27개로 넓혔습니다.
2013년 3월 업데이트 이후부터 지금까지 3년 이상 도시 5곳을 추가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개선이 없었던 셈입니다.
네이버 지도의 이 같은 단점은 최근 구글의 지도반출 논란과 맞물려 한국 IT 업계나 규제 당국에도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구글은 올해 6월 지도반출의 필요성 중 하나로 외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을 때 현행 한국판 구글지도(구글맵)로 도보 길찾기를 할 수 없어 불편이 크다는 사실을 내세웠습니다.
지도를 반출해 한국판 구글맵의 기능을 정상화하면 외국인의 한국 관광이 더 편해진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외국 관광객이 네이버 등 국내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도 된다'며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1위 포털인 네이버의 도보 안내 서비스가 실제로는 전국 주요 관광지에서 못 쓰는 '반쪽짜리'에 불과해, 우리 정부의 반박이 다소 머쓱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의 이병태 교수는 "제주도처럼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 도보 길 찾기가 안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렇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떨어지는 국산 서비스를 그냥 두면서 (국내 IT 업계가) 구글 지도반출을 왜 그렇게 반대했는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네이버는 "도보 안내가 되는 지역을 계속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확대 일정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했습니다.
IT 업계에서는 네이버 지도의 도보 안내 지역이 금세 전국권으로 넓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도보 안내 서비스는 실제 지역을 돌아다니며 사람이 걷는 길을 확인하는 '발품'이 필수라 데이터 구축에 시간·비용이 적잖게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반면 네이버 지도의 라이벌인 카카오 지도는 전국 단위의 도보 안내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주 외진 일부 산간·도서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 시·군 단위에서 도보 길찾기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