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도구함에 갇혀 성추행…학교폭력 피해 중학생 오히려 전학

임태우 기자 eight@sbs.co.kr

작성 2016.11.20 16:3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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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교육당국에 따르면 충북 제천시 모 중학교 남학생 A군은 같은 반 급우들의 집단 괴롭힘에 시달린 나머지 다른 학교로 옮기기 위해 전학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A군은 지난 3월 1학기가 시작된 직후부터 B군 등 같은 반 학생 10여 명에 의해 괴롭힘을 당해왔습니다.

B군 등은 A군을 청소도구 보관함에 집어넣거나 중요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신체적 괴롭힘과 함께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4월 이런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되자 학교 쪽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피해 학생 상담, 가해 학생들의 서면 사과 등 조치를 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괴롭힘 정도가 심하다 보니 가해 학생들과 피해 학생 쪽의 입장 차이가 커서 학교 측이 나서 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학교 쪽의 조치 이후 집단 괴롭힘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드는 듯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다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2학기 들어서도 집단 괴롭힘은 이어졌습니다.

A군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자 결국 A군 부모는 고육지책으로 전학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이 아니라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가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교육 당국의 설명입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는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학급 교체 등 조치를 하게 돼 있습니다.

과거에는 피해 학생에게 전학을 권고하는 규정도 있었지만, 가해 학생은 그대로 학교에 남아 있고 오히려 피해자가 쫓기듯 전학을 가는 불합리한 상황을 막기 위해 2012년 법이 개정됐습니다.

반면, 가해 학생에게는 교내 봉사, 사회봉사, 출석정지, 학급 교체, 전학 등을 조치해야 합니다.

학교 쪽이 법이 규정한 대로 피해 학생 보호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사건이 벌어지면 가해자 전학 등 조치를 하는 게 보통"이라며 "계속되는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피해자가 전학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학교 교장은 "사건 발생 뒤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하고 많은 신경을 썼다"며 "피해 학생에게 전학을 가라고 한 적이 없으며, 학생과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장난기가 심한 중학교 남학생들이란 점을 고려하면 청소 도구함에 가뒀다는 부분도 시각에 따라서는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최근 일부 남학생들이 여교사 치마 속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촬영해 돌려보는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학교 측은 사건을 주도한 학생에게 출석 정지 조치를 하는 등 연루된 학생 5명을 모두 징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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