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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의 직장 초등교사'…"농촌은 싫다" 응시 기피 심해

농촌에서 근무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초등교사 응시자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년이 보장되는 초등교사는 직업으로서 선호도가 높지만, 농촌이 많은 지역에서 치러지는 초등교원 임용시험은 미달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비 교사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농촌 지역은 학생들을 가르칠 선생님이 부족한 날이 오는 것은 아닌지 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추진하는 2017년 초등교사 임용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1.41대 1입니다.

전국적으로 5천538명을 모집하는 임용시험에는 7천807명이 원서를 내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농촌이 많은 충남 등 전국의 5개 도 단위 지역은 미달사태가 벌어진 반면 대도시 지역에는 응시자들이 몰렸습니다.

이번 초등교원 일반선발 경쟁률은 충남이 0.57대 1을 기록해 가장 낮았고 강원 0.58대 1, 충북, 0.62대 1, 경북 0.82대 1, 전남 0.84대 1 순입니다.

충남, 강원, 충북, 경북은 지난해부터 3년 연속 미달사태가 속출했습니다.

전남은 올해 0.86대 1을 기록해 2년 연속 모집 인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미달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경쟁률마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충남은 2015년 0.88대 1, 2016년 0.87대 1, 2017년 0.57대 1을 기록하는 등 경쟁률이 곤두박질하고 있습니다.

강원은 2015년 0.91대 1에서 2017년 0.58대 1로 내려갔고, 같은 기간 충북도 0.93대 1에서 0.62대 1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도시지역은 광주 5.44대 1, 세종 2.47대 1, 대구 2.41대 1, 부산 2.31대 1, 서울 2.23대 1, 경기 1.56대 1 등을 기록해 농촌이 많은 곳과는 대조를 보였습니다.

선망의 직장으로 꼽히는 초등교사 응시자 미달사태가 벌어진 것은 젊은이들이 농촌보다 도시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충남과 충북은 세종교육청이 전년보다 3배 이상 많은 249명을 2017년 모집하면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응시생들이 대도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충남처럼 농어촌 지역은 인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강원은 생활 여건이 나은 서울, 경기로 예비 교사들이 응시원서를 내면서 미달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농촌과 오지 학교가 많은 경북도 초등교사 지망생들이 응시를 기피하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미달사태가 벌어진 지역은 초임 교사마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경우가 많아 도심지역으로의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벽지 학교에 발령을 받고 나가 타 시·도 임용시험을 보는 통계는 없지만, 강원의 경우 30∼40%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타 시·도 임용시험에 도전한 젊은 교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농촌 지역이 많은 전국의 도 단위 교육청은 초등교사를 확보하기 위해 자구책을 찾고 있습니다.

전남은 2003년부터 광주교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전남반'을 모집해 해마다 20~3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졸업 후 5년간 전남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고 나서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충북은 교대 졸업생이 가능한 도내에 근무하도록 하고자 청주 시내로 초임 발령을 내고 있습니다.

충북교육청은 2015년 신규 교사의 48.7%, 2016년 신규 교사의 42.4%를 청주로 배치한 데 이어 2017년에는 60% 가까이 늘릴 방침입니다.

충북교육청은 "향후 2년간은 청주교대나 한국교원대 학생들의 타 시·도 지원이 걱정되는 만큼 교생 실습 기간에 설명회를 열어 충북 지원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원은 초등교원 수급에 빨간불이 커지자 내년 3월 구성하려던 태스크 포스를 이달 14일 앞당겨 발족했습니다.

강원은 2015년 31명, 2016년 89명, 2017년 102명 등 갈수록 미달 인원이 늘어나 2018년에는 초등교원 수급에 결원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강원은 예비 교사 기피 현상이 심해지자 신규 선발한 여성 교사는 2년 동안은 벽지 학교에 인사 발령을 내지 않는 대책을 최근 내놨습니다.

또 도내 근무 희망자에게 주는 가산점(3점)을 확대하고, 군 단위 지역의 학생들이 지역 교대에 많이 가는 방안을 찾기로 했습니다.

경북은 농어촌 학교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신규 임용자는 근무 희망지역에 우선 배치하고, 오지 근무자는 인사상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 교대를 찾아 지역 내 지원을 호소하는 등 적극적인 구애작전도 펼치고 있습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농촌이나 오지 근무 교사를 국가유공자로 대접할 정도로 예우해 주는 국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교육대학은 수급 조절을 위한 국가 차원의 로드맵과 함께 벽지 근무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여성 비율이 높은 초등교원을 위해 관사 시설을 현대화하고, 연립주택이나 아파트 등에 함께 모여 생활하도록 과감한 지원을 하지 않는 한 도심으로 응시자가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도 농촌 지역에서 벌어지는 초등교원 미달사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수당을 지원하는 현재의 인센티브로는 도서 벽지 근무 희망자를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관계 부서와 대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교대 졸업생에게만 주어지는 임용시험을 보도록 하는 현재의 폐쇄형 임용 구조를 중등교사 임용시험처럼 개방할 경우 교원 양성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근무 여건이 좋은 대도시권으로 초등교원 응시자가 쏠리면 농촌 학생들이 교육적으로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초등 임용시험을 볼 수 있는 학생 수를 늘리거나 선발한 신규 교원에 대한 임용권을 정부가 갖는 방안은 저항이 심해 사회적 공감대 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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