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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에 드리운 최순실 그림자…부심하는 미래부

'창조경제'에 드리운 최순실 그림자…부심하는 미래부

이정국 기자 jungkook@sbs.co.kr

작성 2016.11.03 15: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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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던 '창조경제' 정책에 '최순실 게이트'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 그 측근들이 창조경제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일부 드러난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미래부는 정책 추진 동력을 상실하거나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를 상징하는 핵심 정책이 스타트업(신생기업) 지원으로 꼽혀 온 가운데 올 9월 교육콘텐츠 스타트업 '아이카이스트'의 김성진 대표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대전지검에 구속된 일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201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제1호 연구소기업으로 설립된 아이카이스트는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KAIST를 방문했을 때 '창조교육'이라고 극찬한 곳이었으나, 김 대표가 2013∼2015년 회사 매출 규모 등을 부풀려 투자자 40여명으로부터 170억원대의 투자금을 받아 다른 용도로 쓴 사기행각이 확인되면서 일그러진 '벤처신화'가 됐습니다.

이 회사의 부사장 겸 싱가포르법인장이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동생인 정민회씨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입 경위 등이 큰 논란 거리입니다.

대기업의 협조로 이뤄진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과정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미래부에 큰 부담입니다.

전국에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18곳이며, 포스코가 '민간자율형'으로 만든 포항센터를 제외한 17곳은 민·관 합동기관입니다.

지역거점별로 설립된 센터의 지원을 맡은 대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각각 적게는 3천만원, 많게는 121억원의 기부금을 냈습니다.

또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된 펀드가 1조7천억원 규모로 조성됐는데 이 가운데 7천억원이 대기업 출자였습니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야당 국회의원들이 "기업의 손목을 비틀어 출자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정부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전국 17개 민·관합동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홈페이지 구축 작업을 진행한 업체가 '비선실세'로 꼽히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과 관련이 있는 점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차 씨 측근인 그래픽디자이너 김모씨가 대표인 유라이크커뮤니케이션즈는 설립된지 불과 1개월만인 지난해 3월 혁신센터 17곳의 홈페이지 구축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냈습니다.

총액이 3억4천만원인 정부사업이었으나 센터별로 2천만원씩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경쟁입찰을 피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은행권 출자로 설립된 '은행권청년창업재단'과 산하 '디캠프'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는 전혀 무관한데도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이 재단은 은행권 기관들이 2012년 1천억 원, 2013년 1천500억 원, 2014년 854억6천240만원, 2015년 569억5천520만원을 출연했습니다.

창조경제 정책 수립 초기부터 최순실 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태블릿이 발견된 점도 미래부에는 부담입니다.

김한수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2012년 6월 개통한 후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간 이 태블릿에는 창조경제 정책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계기인 2013년 9월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 구축 시안이 공식 발표 열흘 전에 유출돼 저장된 흔적과 그 다음달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에 관해 발언한 원고의 수정 흔적이 있습니다.

이 태블릿에는 최 씨의 셀피 사진과 그 친척의 사진 등이 여럿 있으나, 최 씨는 태블릿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창조경제타운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구체화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구축됐습니다.

차은택씨가 '초고속 절차'를 거쳐 지난해 4월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임명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래부는 지난해 2월 27일 창조경제추진단장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포함한 대통령령인 '창조경제 민간협의회 등의 설치 등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3월 초에 부패영향평가·관계기관협의·입법예고·규제심사를 일사천리로 끝냈습니다.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상정, 국무회의 상정 등도 1주 만에 끝나 같은 달 24일 개정안이 공포됐고 열흘 후인 4월 3일에 차씨가 단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추진을 위한 전담기구 신설의 필요성에 따라 행정절차법 및 법제업무 운영규정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한 사안"이라며 "규정을 개정한 이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차은택씨를 추천해 옴에 따라 위촉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미래부는 또 차씨가 본부장을 맡은 문화창조융합본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는 무관하며 별도로 운영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창조경제' 정책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각종 추측성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미래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최순실·차은택 씨 등이 '창조경제'라는 이름이 붙은 사업에 관여한 정황은 있으나 이는 모두 문체부가 관장하는 사업이고,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미래부가 관장하는 사업에 손을 댔다는 의혹은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래부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인해 창업현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퍼져 열심히 뛰고 있는 청년 창업가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어렵게 달아오른 창업의 열기가 사그라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런 공식 입장의 뒷면에는 창업 지원 정책 등에 '최순실 게이트'가 미칠 예산 삭감 등 악영향을 걱정하는 고민이 깔렸습니다.

이에 관해 미래부 공무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미래를 대비할 절실한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창업 지원 정책이나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이 무력화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조직개편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던 미래창조과학부가 다음 정부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담당 부처, 과학기술 담당 부처, 산업지원 담당 부처, 국가 미래전략담당 부처 등으로 쪼개져 사실상 공중분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래부 실·국장급 간부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국가의 미래전략을 만드는 부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미래부의 존재 의의를 강조했습니다.

미래부는 최근 매일 오전 차관 주재로 1급 등 고위직이 참석하는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다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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