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부산의 한 산업도로, 졸음을 쫓으려 갓길에 차를 댄 경찰은 엄청난 악취에 깜짝 놀랐습니다.
악취의 원인을 찾아 주변을 살펴본 경찰은 바로 옆 풀숲에서 반 백골 상태의 사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상의는 말려 올라갔고, 하의는 속옷조차 입지 않은 상태, 경찰은 타살로 추정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신원 확인조차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지갑이나 휴대전화도 없었고, 손발도 들짐승들에 훼손되어 성별조차 확인하기 힘들었던 겁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경찰은 뜨거운 물로 피부를 팽창시키는 '고온 습열 처리법'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지문 일부가 복원됐습니다. 그리고 경찰 지문시스템 조회 결과, 이 시신은 부산에 살고 있던 31살 여성 김 모 씨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씨는 어쩌다 이런 모습으로 발견된 걸까요? 경찰은 김 씨의 상의가 특이한 브랜드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부산에 단 두 곳밖에 없는 상점의 것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상점의 CCTV를 확인한 경찰은, 김 씨가 발견 당시 입고 있던 옷을 사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 남성이 함께 있었습니다.
이 남성을 추적한 결과 50대 대리운전기사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김 씨와는 손님으로 처음 만난 사이였는데 그저 김 씨가 마음에 들어 옷을 사줬고 이후로는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경찰은 김 씨에게 또 다른 남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동거까지 했던 전 남자친구였습니다.
조사 내내 불안해하던 남성의 태도에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사망 시각이 명확하지 않아 알리바이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두 명의 용의자. 과연 마지막에 그녀와 함께했던 건 누구였을까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경찰은 결정적인 단서를 하나 발견하게 됐습니다.
김 씨의 사망 직전으로 추정되는 시간, 술에 잔뜩 취한 김 씨가 해운대 인근 지구대에 보호 조치 중이던 모습이 CCTV로 확인됐던 겁니다.
그런데 이 시간에는 두 용의자 모두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당시 지구대 조치 상황을 추적해 나갔습니다.
지구대 경찰이 김 씨를 데려다줬다는 마지막 행적지, 이 주변의 CCTV를 모두 분석한 겁니다.
그 결과 인근 주차장을 배회하고 있는 김 씨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한 남성이 있었습니다.
김 씨는 이 남성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결국 그를 따라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차량 한 대가 이곳을 빠져나갔습니다.

경찰은 이 차량을 추적하기 위해 해운대 일대 수백 대의 CCTV를 샅샅이 수색했고, 마침내 유력 용의자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의 차량 조수석 등받이에서 김 씨의 혈흔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결정적 증거까지 발견되자 피의자는 모든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사건 당일, 피의자는 김 씨에게 술 한잔 하자며 계속 쫓아갔다고 합니다.
이미 취기가 오른 김 씨는 처음에 거부하다, 끈질기게 제안하자 결국 그를 따라나섰습니다.
이후 피의자는 그녀와 성관계를 시도했고, 이에 실패하자 김 씨를 살해한 뒤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 세차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사진 출처= SBS 모닝와이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