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성병대와 백남기, 경찰의 두 가지 위력 검증

전형우 기자 dennoch@sbs.co.kr

작성 2016.10.28 10: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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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성병대와 백남기, 경찰의 두 가지 위력 검증
사고가 나면 경찰은 원인을 명확하기 밝히기 위해 현장 검증을 하고, 범행에 사용된 무기가 있다면 이것에 대한 위력 검증을 합니다. 경찰은 2015년과 2016년에 일어난 두 가지 중요한 사건에 사용된 무기의 위력을 언론에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에 보여주는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1. 민간인이 경찰을 숨지게 한 경우(2016년 10월 27일 성병대 총기검증)

관련 8뉴스 리포트 (2016.10.27)
오패산터널 앞에서 故 김창호 경감을 자신이 만든 사제 총기로 쏘아 숨지게 한 성병대의 총기 검증이 열렸습니다. 경찰특공대 사격장에서 열린 이 검증에는 많은 방송사 카메라가 몰렸습니다.

성병대가 쓴 사제 총기는 작은 쇠파이프와 쇠구슬, 시중에 파는 폭죽에 든 화약과 도화선 만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짧은 시간 만에 사제 총기는 간단히 완성됐습니다. 모방 범죄의 위험이 있음에도 경찰은 언론에 총기의 모습을 공개하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사제총기 위력 검증총알의 속도를 측정하는 기기와 젤라틴 블록을 통해 사제 총기의 위력을 검증하는 것이 절차인데 이 날은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맥주병과 합판이 준비됐습니다. 총알의 운동에너지를 측정하는 기기의 경우 총알이 허공에 날아가 위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경찰은 맥주병을 쏴 맞혀 ‘쨍그랑’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공개해 총기의 위력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사망 사고에서 무기의 위력이 강할수록 범인의 살해 의도가 재판에서 높게 인정됩니다. 즉, 사제 총기의 위력이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큰데도 성병대는 경찰을 향해 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하나의 증거가 됩니다.

2. 경찰이 민간인을 숨지게 한 경우(2015년 11월 17일 故 백남기 살수차 시연)

관련 비디오머그 (2015.11.17)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결국 숨진 故 백남기 씨의 경우에도 사흘 뒤 언론에 살수차의 위력이 공개됐습니다. 집회 당시와 비슷한 조건으로 3000rpm(15바)의 압력으로 물대포를 쏘았지만 성병대 총기 검증처럼 시각적으로 보여줄 만한 표적은 없었습니다.

기자단이 표적이나 마네킹을 놓아두고 살수차의 위력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또한 살수 방향과 압력 조절 과정도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이날의 시연에서는 허공과 바닥에 쏘아대는 물대포만 있었습니다.

최근 <그것이 알고싶다>(1049회,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가 화제였습니다. 경찰의 미흡했던 살수차 시연 대신에 직접 살수차의 위력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故 백남기 농민이 맞았던 당시의 조건을 재연한 물대포는 철판을 휘게 만들고, 벽돌탑을 부쉈습니다. 물대포의 무서운 위력이 시각적으로 드러나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백남기편 살수차 시연 장면성병대 총격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에서도 무기(살수차)의 위력에 따라 가해자의 혐의는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무기의 위력이 자칫 사람이 숨질 만큼 강한데도 사람을 향해 쏘았다면 가해자의 혐의에 대해 과실치사와 상해치사, 살인미수 등의 구분이 다르게 나올 것입니다.

3. 수사기관에 대한 깊은 불신

<그것이 알고 싶다>의 경우처럼 언론이 스스로 제작비를 들여 무기의 위력검증을 하는 일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범죄와 사고에 대한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 이미 수사기관이 존재하는데 또 다시 검증을 해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시민들이 풀리지 않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두 가지 무기 위력 검증처럼 가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경찰이 전혀 다른 적극성을 보이는 일이 계속 된다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부검이라는 절차가 과학적이고 종합적으로 사망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이라 알려져 왔음에도 故 백남기 농민의 유족들은 계속해서 부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그간 경찰이 보여준 두 가지 잣대에서 비롯된 불신 때문일 겁니다.

경찰이 사건의 가해자가 누구냐와 상관없이 하나의 기준으로 검증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경찰에 가족을 잃은 유족뿐 아니라 다른 많은 시민들까지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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