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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처럼 부리고 임금착취·매질…끊이지 않는 장애인 인권유린

작성 2016.10.19 10:38 조회 재생수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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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노예처럼 부리고 임금착취·매질…끊이지 않는 장애인 인권유린
힘없는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폭행을 가하는 인권유린 사건이 잇따라 발생,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 실태조사가 이뤄지는데도 학대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인권보호를 위한 사회관계망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건이 터질때마다 임시방편적으로 내놓는 구호성 조치가 아니라 장애인 학대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과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북 충주경찰서는 지난 18일 동네 후배인 지적장애인 A(57)씨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막노동을 시긴 것은 물론, 정부가 그에게 지급하는 장애인 수당을 가로챈 혐의(준사기)로 하모(5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마을 이장인 하씨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13년간 A씨에게 연간 100만∼250만원만 주고 자신의 방울토마토 하우스나 밭에서 막일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1년부터 8차례에 걸쳐 A씨의 장애인 수당과 생계·주거 급여 등 8천6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고향 집이 수몰되고 부인이 가출하면서 혼자 생활하게 된 A씨는 마을 이장인 하씨에게 의지했다.

하지만 하씨는 A씨가 자신의 이름도 못 쓰고 셈도 할 줄 모른다는 점을 악용.

자신의 잇속을 채워온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날 전북 김제에서는 70대 지적장애인 할머니가 13년간 식당에서 노동 착취를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해자 조모(64)씨는 2003년께 월급 30만원을 주기로 하고 전모(70·지적 장애 3급) 할머니를 자신의 식당에 데려왔다.

하지만 13년간 약속한 돈을 주기는커녕 전씨 할머니가 불쌍하다고 손님들이 건넨 돈 65만원까지 중간에 가로챘다.

조씨는 경찰에서 "오갈 데 없는 노인을 거둬 먹고 살게 해줬는데 월급을 왜 주느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경찰은 조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7월에는 충북 청주에서는 한 60대 부부가 가족이 있는 지적장애인 남성을 데려다 19년간 반감금 상태에서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킨 '축사노예 만득이'사건 전말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피해자 고모(47·지적 장애 2급)는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청주시 오창읍에 있는 김모(68)씨 부부의 농장으로 왔다.

이때부터 고씨는 19년간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지난 7월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온 고씨를 발견한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그는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경찰과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고씨의 밀린 품삯은 무려 1억8천여만원에 달했다.

수사 과정에서 폭행 정황까지 드러난 김씨 부부는 형법상 노동력 착취 유인, 상습 준사기, 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청주에서는 지난달에도 타이어 수리점을 운영하는 변모(64)씨가 1996년부터 최근까지 지적장애 3급의 B(42)씨에게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키고, 폭행한 혐의(특수상해 등)로 입건됐다.

B씨는 1996년부터 변씨의 타이어가게에서 일을 배웠고,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2006년부터는 가게 인근에 있는 2평 남짓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무임금 강제노역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또 타이어가게에서 발견된 곡괭이 자루·파이프·각목 등 둔기와 A씨가 2007년 왼쪽 팔 골절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받은 진료 기록, 의사 소견, A씨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변씨의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변씨의 부인 이모(64)씨는 A씨의 기초생활수급비 지급 통장에서 200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매달 10만원씩 자신 명의의 통장으로 자동이체한 혐의(횡령)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축사 노예' 사건이 불거지자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재가장애인 인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실태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지적장애인 인권유린 사건이 계속해 터지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전수조사를 문제가 터졌을 때만 보여주기식으로 할 게 아니라 정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장애인 확대 가해자를 엄벌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애우권익문제연소 산하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김강원 팀장은 "현대판 노예처럼 다루는 장애인 인권유린을 근절하려면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은 물론 장애인 인권보호를 위한 시민 의식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에 대한 정밀한 실태조사와 장애인 학대 처벌 규정 강화,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