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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총검술 때문에…" 1만 원과 바꾼 軍의 신뢰

뜨거워 못잡는 신형소총 취재 후기

[취재파일] "총검술 때문에…" 1만 원과 바꾼 軍의 신뢰
● 신형소총 K2C1…총이 뜨거워서 잡을 수가 없다?

현재 국군의 주력 소총인 K2는 미국 M16소총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K2를 대체할 신형소총 K2C1이 올들어 처음으로 전방부대부터 보급됐다는 소식은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 김중로 의원실(국민의당)로부터 이 신형소총 보급이 발열 문제로 중지됐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사격을 하면 총열덮개가 뜨거워져 병사들이 손으로 잡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신형 소총 K2C1

●실전배치된 1만여정 전량 사용 중지

방위사업청에 확인 취재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지난 7월 신형소총 1만여정이 육군 전방부대에 우선 보급됐습니다. 그런데 8월 들어 사격시 총열덮개가 뜨거워져 잡기가 힘들다는 병사들 불만이 쏟아졌습니다.육군이 확인을 위해 8월 사격시험을 하자 100발 사격시 온도가 51.2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달초 다시 실시한 사격 시험에서는 60.3도까지 올라갔습니다. 10월에 온도가 더 높게 측정된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8월은 그늘이 있는 사격장에서 실시했지만 10월에는 햇볕에 직접 노출된 장소에서 시험이 실시됐기 때문입니다. 방사청은 추가 보급 중지를 결정했고, 육군은 이미 보급된 1만여정 전량을 병사들로부터 회수해 창고에 보관했습니다. 사용중지 결정이 내려진 겁니다. 총열덮개를 플라스틱 소재에서 알루미늄 소재로 바꾸면서 생긴 문제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신형소총 K2C1 사격시험

●보급 前 사격시험은 4~5월에 실시

물론 신형소총을 전방부대에 보급하기 전에도 사격시험은 실시됐습니다. 이른바 '야전운용성 확인'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두번 실시됐는데, 문제는 두번 모두 4~5월에 사격시험을 실시했다는 겁니다. 여름철이 아니었던 만큼 총열덮개 온도가 뜨겁다는 문제는 사전에 제기되지 않았다는게 방사청의 설명이었습니다. 병사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건 7월부터였고 8월이 되자 불만이 속출했던 겁니다.

●"더운 여름에 대량 사격때 문제...플라스틱 손잡이 달면 문제 없어"

이 문제에 대한 방위사업청이 지난 13일 내놓은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발열문제는 더운 여름에 대량으로 사격할 경우에 발생가능한 매우 특수한 사안
-알루미늄 재질 적용으로 발생한 정상적인 현상으로 양산과정에서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사안.
-알루미늄을 적용한 독일제 소총에서도 유사한 온도로 발열현상이 나타난다.

또 방사청은 개당 1만원 정도의 플라스틱 손잡이나 방열덮개를 부착할 수 있도록 병사들에게 추가지급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고 외국의 다른 소총도 대부분 이런 방식을 적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위사업청 입장
●1만 원이면 막을 수 있었던 문제?

방사청의 입장 설명을 듣고도 의문점이 남았습니다. 발열이 당연한 현상이라면 왜 병사들에게 보급하기 전에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는 겁니다. '외국제 소총도 플라스틱 손잡이나 덮개를 달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왜 그럼 처음부터 손잡이나 덮개, 아니면 사격용 장갑이라도 같이 지급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요? 처음부터 이런 방법을 생각하고 손잡이를 잡고 쏠 때 사격술에 변화는 필요하지 않은지, 총열덮개를 직접 잡고 쏘는 방식으로 교육받고 훈련해 온 장병들의 사격자세에 불편함은 없는지를 점검한 뒤에 지급하는 것은 어려웠던 걸까요? 방사청의 12일 해명자료를 보면서 이런 부분이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 사실은…처음부터 손잡이 검토했지만 총검술 때문에 빼고 지급

그런데 14일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일 SBS 8시 뉴스를 통해 이 문제를 처음 지적한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의 질의를 통해서입니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답변에서 "최초에는 (발열 문제) 방지를 위해 손잡이가 달려 있었는데 육군에서 총검술 같은게 불편하다고 제거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신형소총을 보급하기 전에 이미 발열현상을 예상하고 있었고 손잡이 부착을 검토했는데 '총검술 할 때 불편하다'는 이유로 손잡이를 제거했다는 겁니다. 그러다 실전배치 뒤 문제가 생기자 다시 손잡이 지급을 검토하게 된 겁니다. '지금도 총검술 훈련이 필요하냐?'를 놓고 찬반 논쟁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총검술 때문에 군의 결정이 이렇게 오락가락하게 되고 군의 신뢰가 추락하게 됐다는 사실에 허탈감마저 들었습니다.
신형소총 K2C1 국감

● 손잡이 부착→손잡이 제거→손잡이 부착...오락가락 결정에 신뢰 추락

우리나라 한해 국방예산은 40조원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무기획득과 개발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12조원에 달합니다. 이번 신형소총 보급에 책정된 예산은 740억원입니다. 그리고 개당 1만원의 플라스틱 손잡이를 지급할때 들어가는 돈은 6억원이 조금 안됩니다. 혹시 수천억, 수조원대의 대형무기체계가 아니라서, 높은 분들의 보직이나 조직유지와는 상관 없는 그냥 일반 병사들이 쓸 소총이어서 처음부터 소홀하게 생각해 오락가락하게 된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이번 사안을 취재하면서 과거 군복무하면서 처음 K2 소총을 지급받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벌써 10년도 지난 일이지만 '소총을 목숨처럼 여기라'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그때처럼 지금도 총검술이나 사격훈련이 끝나면 총기를 분해해 닦고 또 닦고 있을 장병들이 제발 군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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