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쌍둥이 재단' 미르·K스포츠…한눈에 보는 관계도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작성 2016.09.29 17:00 수정 2016.10.19 14: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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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쌍둥이 재단 미르·K스포츠…한눈에 보는 관계도
요즘 언론에서 거의 매일 언급되는 재단이 있습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입니다. 두 재단은 ‘쌍둥이 재단’으로 불릴 정도로 닮았죠. 초고속으로 설립 허가가 났다는 점과 설립 허가를 위해 만들어진 수입·지출예산서도 유사합니다.

두 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은 회의 장소와 안건, 순서, 문구, 분량 심지어 등장하는 인물까지 비슷한데요. 실제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회의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창립총회 회의록은 '가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뉴스에 왜 전국경제인연합회,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순실, 문화체육관광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등이 함께 거론될까요?
쌍둥이 재단 인물기사에 등장하는 기관과 인물이 많다 보니 뭐가 뭔지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쌍둥이 재단의 정체는 무엇인지, 두 재단과 관련해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관계도'를 통해 정리해봤습니다.

[연결고리 1] 기업과 쌍둥이 재단

기업과 쌍둥이 재단의 연결고리는 ‘약 800억 원’입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각각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설립됐습니다. 미르재단에는 삼성그룹 계열사 125억, 현대차그룹 85억, SK그룹 68억 등 19개 기업이 486억 원의 출연금을 냈습니다. K스포츠재단에도 역시 19개 기업이 288억 원을 냈죠.
800억 출연금약 800억 원의 금액이 두 재단의 출연금으로 쓰인 겁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출연금 규모는 재계 순위와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출연금 규모가 누군가에 의해 조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8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내놓은 것에 대해 야권은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배후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죠.

안 수석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측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설립됐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9월 27일, 전경련 측의 해명과는 다른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안 수석이 전경련에 두 재단의 기금 출연을 압박했다는 대기업 관계자의 녹취록이었습니다.
[재단의 기금 출연을 압박당한 대기업 관계자]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서,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기업들에 할당해서 한 거다."
이 녹취록에 대해 안 수석은 ‘기업들의 재단 모금 과정에 전혀 개입한 적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결고리 2]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르재단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미르재단의 연결고리는 ‘5시간’입니다. 3분과 17분으로 설명할 수도 있죠. 미르재단의 설립 허가는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5시간 만에 이뤄졌습니다.

미르재단의 설립 허가 신청서가 접수된 당일을 살펴보죠.
미르재단 설립허가 과정지난해 10월 26일, 출장 중이던 실무담당자는 오후 5시에 전경련 관계자로부터 받은 신청서를 세종시로 복귀 전인 오후 8시 7분 전자결재 시스템에 접속해 등록합니다.

신청서 등록 후 3분만인 오후 8시 10분, 세종시에 있던 사무관이 결재합니다.

17분만인 8시 27분에 담당과장의 결재가 나죠. (신청서 전달-담당과장 결재: 약 3시간 반)
미르재단 설립허가 과정담당국장이 다음날 오전 8시 9분, 실장이 오전 9시 36분에 결재를 완료하면서 설립 허가는 완료됩니다. (담당국장-설립 허가: 약 1시간 반)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지난 9월 23일, ‘재단법인 설립이 허가되기까지 평균 21.6일이지만, 미르재단은 5시간 걸렸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인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신청서를 포함해 사업계획 및 예산서, 재산목록, 창립 회의록 등 7가지 서류의 적합 여부가 확인돼야 합니다.

신 의원은 ‘초고속 결재에 이어 졸속 검토까지 문체부의 특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죠. 같은 당 전재수 의원도 '서울에 출장까지 오면서 설립 허가 서비스를 해주느냐'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서울로 출장까지 오면서 법인 설립 허가를 해주는 서비스가 맞나? 문체부 관행인가? 담당 사무관, 과장이 야근까지 하면서 일사불란하게 할 일인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접수 6일 전부터 문의가 들어와 상세히 안내했고, 신청서류를 미리 받았다. 사전에 받은 서류와 달라진 것이 없는지만 점검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결고리 3] 최순실과 K스포츠재단

지난 9월 20일 한겨례 신문은 K스포츠 재단의 이사장을 실제로 임명한 사람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최 씨의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최 씨가 어떤 인물이기에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거론되고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기사에는 왜 등장하는 걸까요?

최 씨는 1970~90년대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최태민 목사의 딸입니다. 최 목사는 박 대통령과 함께 70년대 ‘새마음봉사단’, 80년대 ‘육영재단’을 운영했습니다.

최 씨는 지난 2014년 비선실세 의혹이 불거졌던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98년 박 대통령이 정계에 진출했을 때, 보좌관은 정윤회 씨였죠.
최순실과 주변인물 관계도자, 이제 다시 재단 문제로 돌아와보면 지난 5월 13일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정동춘씨가 취임합니다. 그런데 정동춘 이사장은 취임 직전까지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고 이 마사지센터의 단골손님이 바로 최 씨였다고 한겨레가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최씨가 체육계 지인들에게 K스포츠재단의 기획 취지를 설명하며 재단 이사장 직 등을 제안하고 다녔다는 증언을 다수 확보했다고 전했습니다.

야권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설립 배후에 최 씨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의혹을 받는 최씨 본인의 입장은 아직 알려진 게 없습니다.

최 씨의 비선실세 의혹이 더해지면서,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박관천 전 경정의 발언도 새삼 재조명 되고 있습니다.
[박관천 전 경정]
“(현 정권의 권력 지형은) 최순실 씨가 1위, 정윤회 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
[연결고리 4] 청와대와 쌍둥이 재단

청와대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전 감찰관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감찰 결과 유출 의혹으로 지난 8월 29일 사의를 표명한 인물입니다.

이 전 감찰관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지난 9월 23일, 이 전 감찰관이 사의를 표명한 지 25일 만에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사표를 수리합니다.

한 달 가까이 수리하지 않던 사표를 갑작스럽게 수리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석수 사표 수리과정사표 수리에 앞서, 이 전 감찰관에 대한 언론의 새로운 보도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7월, 이 전 감찰관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전경련과 기업들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내사를 벌이다 중단했다는 겁니다.

야권은 국정감사에서 안 수석과 최순실 씨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 전 감찰관은 9월 30일, 국정감사의 기관 증인으로 채택돼 있었죠.

하지만 사표가 수리되면서, 이 전 감찰관이 국정감사장에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야권은 청와대의 갑작스런 사표 수리가 ‘이 전 감찰관의 증인 출석을 방해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아시겠지만, 특별감찰관이 하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나, 알 수 없는 것 아니냐?”
청와대는 이 사안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라며 침묵하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