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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가 진 이유…두 번 더 있다

[월드리포트] 트럼프가 진 이유…두 번 더 있다

김우식 기자 kwsik@sbs.co.kr

작성 2016.09.29 11:42 수정 2016.09.30 08: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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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트럼프가 진 이유…두 번 더 있다
'국정경험이 풍부한 힐러리 클린턴이다.'

'10년 넘게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온 TV의 달인 도널드 트럼프다.'

1차 TV토론전 이런 전망이 엇갈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클린턴 쪽으로 확실히 기운 게임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당내 경선 토론을 돌이켜보면 트럼프가 이렇게까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첫 번째 토톤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뛰어난 방송감각과 카리스마, 화려한 언변으로 당내 경쟁자를 하나씩 침몰시켜 왔습니다. '힘없는 젭 부시', '작은 마르코 루비오', '거짓말쟁이 테드 크루즈' 라며 상대방을 하나씩 낙인 찍었고 경쟁자들은 그런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반면 민주당 토론에서 클린턴은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후보에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클린턴은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관련 질문에 거짓말을 했지만 '지겨운 이메일 문제를 덮고 가자'고 말한 통 큰 버니에게 많은 시청자들은 더 많은 지지를 보냈던게 사실입니다.

납세 의혹과 막말, 인종차별이란 트럼프의 약점만큼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클린턴 재단과 국무부 유착의혹, 건강문제도 큰 약점이었지만 트럼프는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1차 TV토론전 트럼프 ● 맥락없는 트럼프

트럼프는 수 차례 동문서답을 했습니다. 답변 도중 사회자가 몇 차례나 끼어들어 답을 제지할 정도로 맥락없는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납세보고서를 왜 안내느냐는 질문에 '클린턴이 지운 이메일을 공개하면 내겠다'고 답했고 대통령답지 못한 외모를 가졌다고 말한 이유를 묻자 '클린턴은 체력이 부족하다'며 엉뚱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왜 클린턴보다 판단력이 낫냐고 생각하는지 묻자 '의문의 여지가 없고 클린턴보다 기질도 낫고 자신은 이기는 기질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 실시간 검증에 발목잡힌 거짓말

그동안 트럼프는 자신의 발언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왔습니다. 하지만 공당의 대선 후보가 된 다음에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했지만 이번 토론에서도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특히 실시간으로 후보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는 팩트 체커가 가동된 이번 토론에서 거짓말은 치명타가 될 수 있었지만 트럼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전에 하던 그대로 거짓말을 이어갔습니다

과거 '이라크 침공을 지지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이라크전을 지지한 것은 자신이 처음으로 잘한 일 같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출생증명서를 공개한 2011년 이후 더 이상 아프리카 출생이라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트럼프는 이후에도 5년동안 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기후변화를 중국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라고 불렀다는 클린턴 주장에 대해 트럼프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2012년 그는 트윗에서 '지구온난화 개념은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려고 중국에 의해, 중국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솔직히 시인하거나 차라리 답을 하지 않으면 나았을 것을 굳이 반박하겠다며 16차례 거짓말을 한 것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1차 TV토론전 트럼프 ● 허둥지둥 VS 철저한 준비

클린턴은 토론직전 사흘동안 하루 두 차례씩 모의 토론을 연습했습니다. 가상의 트럼프를 맡은 최측근은 트럼프 손짓까지 흉내내면 거친 질문을 이어가며 제대로 트럼프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트럼프를 당황하게 만든 발언도 이런 철저한 준비에서 나왔습니다.

1996년 미스 유니버스인 알리시아 마차도를 활용해 트럼프의 허를 찌른 '여성 비하' 공격도 준비된 것이었습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마차도를 돼지나 가정부로 불렀다'며 공세를 퍼부었는데 트럼프는 예상치못한 공세에 당황하면서 '그것을 어디서 알았느냐'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클린턴은 예상대로 이메일 스캔들이 제기되자 짧고 간결하게 '개인 이메일 계정을 쓴 것은 실수였다'며 준비된 사과를 했고 실수가 아니라 고의라는 트럼프의 공세에 말려들지 않았습니다. '나쁜 판단력을 가진 사람', '체력이 약한 후보',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안보와 경제를 망친 후보'라는 독설에도 때론 웃으며 때론 재치있게 답하며 파상공세를 여유있게 막아냈습니다.
1차 TV토론전 힐러리 ● 그래도 두 번 더 있다

'클린턴이 매우 민감한 트럼프의 피부를 바늘로 콕콕 찔렀다', '클린턴이 트럼프를 약 올렸고, 트럼프는 냉정함을 잃었다'는 등 미국 언론들도 8천만 명 이상이 지켜본 첫 토론의 승자를 힐러리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TV토론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것은 그동안의 유세에서 그가 말하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유세에서 큰 호응을 받았던 트럼프였지만 TV토론에서 그의 말에 열광하거나 호응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90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각 주제단락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제대로 준비하고 않았고 상대의 공격에 냉정하게 생각한 뒤 답하지 않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즉흥적인 반응과 즉답을 이어갔습니다. 상대방이 말하는데 쉴새없이 끼어들고 화난 표정을 짓거나 하품하는 표정은 그대로 전파를 탔습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은 1차 TV토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졌고 지지율도 떨어졌지만 이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고 결국 승리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대선출마 선언당시 지지율이 2%도 안 됐던 트럼프, 정치판에 뛰어든 신인이 기라성같은 기성 공화당 후보들을 물리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 토론은 두 번 더 남았고 학습능력이 뛰어난 트럼프가 반격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트럼프가 다음 토론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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