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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주일의 단꿈, 그게 전부였던 시리아 휴전

[월드리포트] 일주일의 단꿈, 그게 전부였던 시리아 휴전

정규진 기자 soccer@sbs.co.kr

작성 2016.09.22 08:08 수정 2016.09.22 09: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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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일주일의 단꿈, 그게 전부였던 시리아 휴전
19일 칠흑같이 어두운 밤, 전투기 소음에 이어 번쩍하고 섬광이 터집니다. 어둠 속에 붉은 화염이 치솟습니다. 물자를 실은 수송 트럭 행렬이 폭격을 받은 겁니다. 불길이 치솟는 트럭에는 ‘UNHCR’ 유엔난민기구의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트럭에 실은 물품은 모두 시리아 정부군에 포위된 알레포 주민 가운데 7만 8천명에게 지급될 구호물자였습니다. 이슬람의 적십자로 불리는 적신월사의 구호 트럭 31대 가운데 18대가 폭격을 받았고, 자원봉사자 12명이 숨졌습니다.

누가 폭격을 감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러시아나 시리아정부군 둘 중 하나임이 분명하지만, 확인이 된 건 아닙니다. 반군과 IS에는 항공기가 없습니다. 이번 폭격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큽니다.

일단 유엔의 구호물자 트럭이 공습을 받은 건 처음 일입니다. 보통 유엔이 활동에 나설 경우는 이동 경로나 위치를 교전 당사자들에게 알리는 게 관례이기 때문에 모르고 미사일을 쐈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또 하나, 12일부터 시작된 휴전의 종료를 의미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도움으로 내전의 주도권을 잡은 시리아 정부군의 태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다 잡은 먹잇감에 남이 먹이를 줘서 숨통을 트게 할 수는 없다는 거죠. 정체 불명의 전투기에 공습받은 구호 트럭 ● 일주일의 꿈, 그뿐인 휴전

이번 휴전은 미국과 러시아가 중재를 했습니다. 중재라기 보단 알아서 결정했다는 표현이 적당합니다. 미국은 반군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러시아는 사실 시리아 정부의 보호자나 다름없기에 두 나라가 결정하면 내전의 직접 당사자들은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죠.

마침 휴전 시기가 이슬람의 추석과 같은 ‘이드 알 아드하’와 겹치면서 시리아 주민은 모처럼 의미 있는 명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외신에는 폭격이 그린 알레포에서 모처럼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영상이 보도되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뿐이었습니다. 일주일간의 평화, 이번 휴전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내전 종식의 씨앗’이 될까 기대됐지만 뭐 하나 이뤄지고 진행된 건 없습니다.

당초 미국과 러시아는 이번 휴전을 시리아의 평화 안정을 위한 디딤돌로 삼으려는 계획을 가진 듯 했습니다. 그러기에 휴전 합의를 위해 양국의 정상까지 회동을 할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합의 내용만 보면 그럴싸합니다. 휴전기간 시리아 정부군이 전투기를 띄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봉쇄한 반군지역에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통로를 열어주기로 했습니다. 휴전 개시 이틀간 별 일이 없으면 그때부터 구호물자 공급이 시작됩니다. 여기에 일주일간 휴전이 무사히 이어지면 미국과 러시아가 IS 격퇴를 위한 공동작전센터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총성이 그친 알레포, 되살아난 아이들의 웃음결과는 아무 것도 이뤄진 게 없습니다. 정부군과 반군은 서로 휴전을 위반했다고 일주일 내내 서로를 헐뜯었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은 약속과 달리 알레포의 봉쇄를 풀지 않았습니다. 반군이 휴전을 계속 위반하니 구호를 위한 통로를 열어줄 수 없다는 겁니다.

시리아 정부가 인도적 구호임무를 용인하지 않으면서 휴전 개시와 함께 터키 국경지대에서 대기하던 구호트럭 수십 대가 일주일 동안 발이 묶인 채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적신월사의 구호트럭이 알레포를 향해 출발했고 결국 한밤중에 막무가내 폭격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악재가 터집니다. 미군을 포함한 국제동맹군이 데이르 에조르의 시리아 정부군 기지를 오폭하면서 60명이 넘는 시리아 정부군 병사가 숨집니다. 시리아와 러시아는 당장 ‘고의적인 침략 행위’라고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러시아는 이 문제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를 소집하며 미국을 공격했습니다. 휴전 합의로 조금은 풀리나 했던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차갑게 식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휴전 전보다 더 나빠졌다는 말이 맞습니다. 휴전 기간 48시간이다 72시간이다 흘러나온 휴전 연장 발언도 쏙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IS 격퇴를 위한 공동작전센터 설립은 없던 일로 취급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폭은 시리아 정부군에게 보복의 명분을 제공했습니다. 처음 약속했던 일주일이 지나자마자 시리아 정부군은 공습을 재개했습니다. 알레포를 포함해 곳곳에서 폭격과 교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시리아 정부는 “휴전 기간 무장한 테러집단이 합의를 위반하고 전열을 정비했다”며 휴전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휴전 파기의 첫 작품으로 구호트럭인 줄 뻔히 알면서 폭격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 더 복잡해지는 내전, 멀어지는 마침표

일주일의 단꿈. 그것뿐인 휴전이 끝난 시리아는 어떻게 돌아갈까요? 일단 러시아의 비호를 받으면 내전의 주도권을 쥔 시리아 정부군의 반군 고사 작전은 강도를 더해갈 것입니다. 제공권을 장악한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지역을 포위해 보급로를 끊고서 폭탄을 쏟아 붓는 작전을 써왔습니다. 어차피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 말이죠. 결국 아사 위기까지 몰린 반군과 주민은 봉쇄를 견디지 못하고 항복하고 맙니다. 이렇게 알레포를 집어 삼키면 다음은 반군의 마지막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서부의 이들리브를 겨냥할 겁니다.

평화회담은 계속 지지부진 할 겁니다. 시리아 정부로선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할 이유가 없습니다. 급한 건 반군이지만 뭔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선 ‘아사드 정권’을 인정하고 국민투표로 정권을 양분하자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걸 반군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죠. 아사드가 죽인 사람이 얼마인데… 공식적으로 30만 명이면 실제로는 40만 명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죠. 아사드만 처리해주면 IS는 알아서 때려잡겠다는 게 반군과 시리아 주민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입니다. ‘학살자’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아사드에 대한 증오는 잊고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시리아 내전에 최근 새로운 변수가 들어섰습니다. 바로 터키입니다. 터키는 현재 시리아 북부까지들어와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IS 격퇴가 명분이라지만 사실은 쿠르드 때려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터키계 반군을 지원하면서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를 몰아내고 있습니다.

쿠르드는 미국과 국제동맹군에겐 지상군을 대신하던 손과 발이었습니다. 사실 시리아 정부가 그저 자기 영역 지키기에 골몰하면서 시리아의 IS는 거진 쿠르드가 도맡아 싸웠습니다. 그래서 시리아 북부를 거의 다 손에 넣었는데 터키가 그 꼴을 보지 못하고 시리아 영토까지 들어와 쿠르드잡기에 나선 겁니다. IS를 격퇴하겠다며 시리아 영토까지 들어온 터키군, 실제로는 쿠르드에 맹공잘 아시겠지만 터키와 쿠르드는 앙숙관계죠. 터키는 자국내 쿠르드 반군은 물론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쿠르드란 쿠르드는 모두 한통속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 2천만 쿠르드의 꿈은 당연히 독립국가 건립이죠.

시리아 내전을 틈타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리아 북부에 자치 또는 독립국을 세우는 게 최대 목표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터키내 쿠르드반군과도 연계해 터키 동남부까지 독립국에 포함하려고 하겠죠. 터키가 그 꼴을 못 보겠다며 시리아 영토까지 뛰어들어온 겁니다.

터키는 그래서 늘 시리아 북부에 안전구역인 ‘FREE ZONE’을 만들자고 합니다. 우리 국경을 넘보지 못하게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땅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합니다. 지상군은 물론 전투기도 들어오지 못하는 안전한 땅, 여기에 시리아 난민을 안전하게 머물게 하자는 주장입니다. 그럴싸해 보이는 논리지만 사실은 쿠르드가 터키 땅을 넘보지 못하도록 방어벽을 치고 싶다는 속내가 담겨 있습니다.

터키는 그래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쿠르드를 지원하는데다 터키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귈렌까지 보호하고 있습니다. 대신 러시아는 전투기 격추로 사이가 틀어졌지만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손을 맞잡았습니다.

미국이나 러시아나 시리아 내전에서 원활한 작전 수행을 위해선 터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터키는 그동안 눈엣가시인 쿠르드 견제를 위해 IS를 사실상 방치해왔는데 이제는 쿠르드 세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시리아 내전의 ‘캐스팅 보트’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시리아 내전은 복잡한 맞수 대결의 장이 됐습니다. IS대 전 세계, 정부군 대 반군, 터키 대 쿠르드, 미국 대 러시아, 시아파 대 수니파, 이렇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면서 사태 해결은 더욱 더 꼬여가는 모양샙니다. 설사 IS를 격퇴하더라도 정부군과 반군의 힘겨루기가 끝나지 않은 이상 내전은 끝난 게 아닙니다.

시리아 국민에겐 학살자 알 아사드가 존재하는 이상 6년째 목숨을 걸고 싸운 이유가 무의미합니다. 그렇다고 알 아사드가 시리아를 떠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0’에 가깝습니다. 터키와 쿠르드의 갈등은 내전의 시한폭탄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아사드를 어떻게 처리할 지 국제사회조차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6년째 이어진 비극의 끝은 도대체 어디쯤인지 누구도 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이는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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