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너무 스압…누가 요약 좀!" 글 읽기 新 풍속도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작성 2016.09.03 10:2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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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언제부터인가 요약된 내용을 찾는 일에 익숙합니다.

책을 끝까지 읽거나 영화를 다 보지 않아도 내용을 파악할 방법은 다양하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제목에 '줄거리’ 또는 ‘결말’이라는 단어를 붙여 검색하면, 세세한 내용이 담긴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방송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능, 드라마, 뉴스까지 방송과 동시에 거의 실시간으로 요약 기사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반나절이면 개인 블로그와 카페 등에는 방송 캡처 사진과 줄거리가 게시되기도 하죠.

방송을 직접 보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줄 수 있을 정도로 정리가 잘 돼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400쪽짜리 책을 8장으로…요악본 사이트 '인기'

책 요약본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등장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서 책 한 권의 내용은 8장~10장 정도의 요약본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해외 고전으로 널리 알려진 펄 벅의 소설 ‘대지’는 400여 쪽 분량이지만, 10장 내외로 요약돼 있습니다.

요약본을 제공하는 사이트에 대해 젊은 층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책은 들고 다니면서 읽기 불편하지만, 요약본 사이트는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약본은 다 읽는데, 20여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실제 책을 구매할 때 요약본이 도움되기도 합니다.

책을 구매하기 전, 요약본으로 필요한 정보가 담겼는지, 소장하고 싶은 책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요약된 뉴스도 인기입니다.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긴 호흡의 기사보다, 핵심 정보만 간추린 모바일 기사나 카드뉴스 형식에 호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 ‘스압’: 스크롤 압박이 예상된다

“뮤지컬 △△ 보고 왔어요! (*스압주의)”

‘스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크롤 압박’의 준말로, 게시글이 길어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스크롤바를 계속 내려야 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죠.

‘스압 주의’, ‘스압 장난 아님’ 등의 문구로 활용됩니다.
인터넷상의 게시글 분량이 길 경우 게시자가 제목에 미리 이런 ‘경고성 문구’를 달아두기도 합니다.

긴 글이니 읽기 싫으면 누르지 말거나,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경고로 인터넷상에서 내용이 길면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인식이 전제된 것이죠.

● ‘정보의 과잉’에서 살아남기

기존의 책, 영화, TV 방송 등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SNS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때로는 다른 사람을 통해 원치 않는 정보까지 수용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이 점점 더 요약본을 찾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정보의 과잉(Information Overload)’을 꼽을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콘텐츠를 동시다발적으로 접하면서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끼게 되다 보니, 보다 짧고, 핵심적인 ‘요약’을 찾게 되는 거죠.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정보]를 [피로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소화하려면, 요약된 형태가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급변하고 복잡해진 사회에서 긴 글 읽기만이 좋은 방법이라고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짧은 시간 내 요약본을 읽더라도 긴 시간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