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위안부 합의(작년 12월 28일 도출) 이행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위안부 재단(화해·치유 재단)이 우여곡절 끝에 설립된 이후 일본 정부가 재단 출연금 집행을 신속하게 결정함에 따라 한일 합의에 따른 피해자 지원 사업은 구체적인 실행을 목전에 두게 됐다.
그에 따라 약 3∼4년간 '역대 최악'이라는 표현이 거론될 만큼 경색됐던 한일관계는 최소한 정부 사이에서는 회복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한일 합의가 최종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 개시 '목전'…피해자 설득 관건 = 일본 정부가 24일 위안부 재단에 대한 10억 엔 출연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가운데, 이르면 이달 중 재단으로의 송금 절차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년에 이뤄진 위안부 합의가 금년 들어서 여러 이행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조만간에 우리가 설립한 재단에 대한 지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이 피해자들에 제공할 금액도 일본 언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교도통신은 24일 일본 외무성을 인용, 재단 출연금을 통해 생존 위안부 피해자에게는 약 1억 원, 유족에게는 최대 약 2천만 원이 지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용처는 의료 및 간병 비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작년 12월 28일 도출된 군위안부 합의 이행이 약 8개월만에 중대 국면에 접어 들었다.
일본 측이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을 본격 거론할 것으로 보이기에 소녀상 문제가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긴 하지만 합의 내용 중 정부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이행이 거의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향후 관건은 여전히 합의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피해자들과 지원단체의 공감을 끌어내는 일이 될 전망이다.
합의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피해자 과반이 수용을 거부하면서 좌초했던 아시아여성기금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실시한 아시아여성기금 사업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당시 인정한 피해자 207명 중 약 29%인 60명이 기금을 수령했다고 기금의 전무이사로 참여한 와다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가 일본 언론에 밝힌 바 있다.
◇한일 정부간 접근 속도…미묘한 한중관계와 '대조' = 위안부 합의 이행이 속도를 내면서 한일 정부 간의 접근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 북한의 연속된 도발로 한일 간 외교·안보상으로 공조할 필요성이 이전보다 커진 상황은 양국 협력의 촉매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가 불거진 뒤 한때 밀월로 불렸던 한중관계가 삐걱대는 상황이라 한일 간 접근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24일 도쿄에서 한일중 3국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열린 한일, 한중 양자회담은 그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간 회담은 사드 문제로 인해 미묘한 분위기였지만 윤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간의 회담은 과거 역사인식 문제로 양국이 갈등할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체적으로 볼 때 위안부 합의와 이행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됨에 따라 (한일) 양국간의 여러가지 신뢰가 점점 강화되고 확산하는 분위기를 여러 측면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김영삼 정부 이후 약 20년간의 한일 관계를 들여다보면 초기에 잘해보자는 식으로 출발하다가 중간 이후에 어긋나면서 말기에 어려운 관계로 가는 것이 거의 예외없이 반복됐지만 이번 위안부 합의를 계기로 한일 관계를 선순환적으로 발전시키도록 양국 모두 노력할 의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