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자' 반정부 세리머니…메달 박탈 가능성은?

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6.08.23 20:44 수정 2016.08.23 21:20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이번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2위를 차지한 에티오피아의 페이사 릴레사 선수입니다. 릴리사 선수는 결승선에서도, 시상식에서도 보시는 것처럼 머리 위로 X자를 그렸습니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자신의 부족을 박해하는 것에 대한 항의 표시입니다. 하지만 올림픽 규정에선 정치적, 종교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메달 박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조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리우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12일.

에티오피아 반정부 시위대가 두 손을 교차하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수도 아디스아바바 주변 도시를 강제로 수도에 편입시키려는 데 반발한 것입니다.

정부군의 무차별 폭력 진압으로 최소한 4백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희생자 가운데 상당수는 남자 마라톤 은메달리스트 페이사 릴레사의 부족인 오로미아족이었습니다.

[페이사 릴레사/리우 올림픽 남자 마라톤 은메달리스트 : (에티오피아 정부가) 9개월 동안 내 부족을 1천 명 정도 숨지게 했습니다. 만약 내가 귀국하면 나도 죽일 거예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에티오피아 정부의 실상을 고발한 그에게, 전 세계가 하루 만에 5천만 원의 기금을 모으는 등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반면 올림픽에서 정치적 세리머니는 금지돼 있다는 이유로 릴레사의 은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실제로 메달을 박탈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200m 금메달리스트 토미 스미스와 동메달리스트 존 카를로스는, 당시 만연한 흑인 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로 시상대 위에서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높이 쳐들었습니다.

이들은 자격이 정지됐고 선수촌에서 쫓겨났지만 메달은 박탈되지 않았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동메달을 차지한 우리 축구 대표팀의 박종우가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일본을 2대 0으로 꺾은 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플래카드로 세리머니를 펼쳐 시상식에 못 가고 메달도 박탈될 뻔했지만, 그의 행위가 우발적이라는 점이 인정돼 우여곡절 끝에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우)   

▶ [비디오머그] "조국이 날 죽일지도 모른다"…에티오피아 마라토너 목숨 건 'X자' 세레머니